넋두리 한답시고 반말로 적어볼게요.
그래도 군대가기전에는 옷 잘입는다
멋있다 스타일좋다 칭찬 들은 적 많은데
전역 후 공무원 시험 준비하느라...
집에 부담 안준다고 혼자 노가대 뛰어가며
독서실 총무하며...
이렇게 지내온게 어언 4년.
그동안 옷이란 건 생각도 못하고
끽해야 사봤자 오픈마켓에서 파는 후드티..
그것도 검색 후 최저가격 순으로 정렬해서
맨 위에 있는 것들...
꾸미는 것도 멋 부리는 것도 참 좋아했던 나였는데 이런 생활을 4년을 하다보니 이게 익숙해져버렸나보다.
합격 후 발령 받은지도 이제 두 달 남짓...
설이라 두 달 만에 내려가는 고향
부모님께 든든하고 멋진 모습 보이고싶어
옷을 사러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는데...
옷 파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은 다 불러도 난 가게 앞에 서서 구경을 하고 있어도 나와서 뭐보러왔냐 묻지도 않더라...ㅎㅎㅎ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일하느라 바빠 한달 넘게 깎지 않은 까치집 같은 머리... 발령 받기 전 치킨 배달하다 넘어져서 구멍난 검은 청바지...
그리고 작년에 춥지 않게 보내라고 아버지께서 사주신 파카...
그리고 오천원짜리 슬리퍼...
예쁘고 멋진 옷들이 많은데도 이런 옷은 뭐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고
잘 차려입은 옷가게 직원들을 보니 왠지 내 자신이 초라하고 창피하고...
직원분들이 날 대하는 태도도 옷 못입는다고 조금 무시하는 듯 하는 태도...
무엇보다 날 초라하게 만들었던건 쭈뼛쭈뼛 자신 없는 내 태도...
그래서 마음먹고 30만원을 뽑아 위 아래로 근사하게 한 벌 빼입고 머리도 새로 자르고
거울네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그렇게도 눈물이 나는게...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신경하게 살았는지
옷 한벌에 자신감이 이렇게도 생길 수가 있는지...
그냥 뜬금없이 몇년만에 옷 한번 사러 나갔다가 한없이 우울해졌던 하루였네요!
앞만 보고 사는것도 좋지만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지는 삶을 살 수 있길 기원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즐거운 설 즐거운 2013년이 되시길 바랄게요..!
아참
옷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