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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도를 보니 지난 스무살때 짧은 추억이 떠오르네요..
게시물ID : muhan_626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nsaneLuna
추천 : 4
조회수 : 52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29 21:03:23
아마 97년 여름일겁니다
막내 삼촌이 사는 부산으로 놀러갔습니다
뭐 부모님이 홀로사는(그땐..) 삼촌에게 여러 밑반찬을 들려줄겸이었죠..

이래 저래 시간을 보내다가 삼촌 친구인 한 외국인과 부산 해운대(?)를 거닐게 되었죠(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남)
아무튼 '예뻐요' '아름답습니다' 또는 '같이 술한잔 할래요" 등의 한국어를 속성으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시큼시큼한 남자 둘이 밤바다를 거닐다...
외국인 친구가 자기네 친구들이 근처 호프에서 놀고 있으니 같이 가잡니다..
으음..(영어 수준이 딱 유느님 수준.. 일어라면 회화는 가능했는데..)

가보니 왠걸 다 한국인? 동양인들이더군요
헐.. 괜히 걱정했...

알고보니 어렸을때 해외 입양된 사람들로 유학이나 개중엔 부모님 찾아온 사람도 있더군요

아.... 뭐라 할말이 없어지더군요

이래저래 짧은 영어로 대화하고 못먹는 술도 먹어가며 재밌게 노는데..
그 일행중 젊은 여성이.. 술이 좀 취했는지..
어눌한 한국말로..

'나는 나쁜년이에요' (정말 이렇게 말했어요)
그러는 겁니다..
왜그러냐.. 그렇게 안보이는데...
막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말을 하는데...
간추려 보면

자기가 나빠서 엄마가 버렸다 그래서 해외 입양됐다
그래도 자기는 친부모가 그리워서 한국에 와 찾고 있다..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참.. 안타깝고 뭐라 설명을 해줄려해도 영어가 안되니...
한국어를 좀더 아는 그 무리들의 친구덕에...

너는 나쁜애가 아니다 그렇다고 너를 입양보낸 부모도 나쁜 사람은 아닐거다
지금 한국이 이렇게 살기 좋아 보이지만 아마 너를 입양보내야 할땐 무척 힘든 시기였을거다

이정도였나?
아무튼 이런 말을 해줘도 자기는 나쁜년이라고 자책하는데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래도 성격을 쾌활한지 술 좀 더먹고 흘러나오는 노래에 좀 춤추고.. 위로도 계속해주니 괜찮아지긴 하더군요

날이 점점 밝아오자 다들 돌아가는 분위기에...

넌 나쁜 사람이 아니다 한국의 어려운 시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꼭 부모님을 찾길 바란다..
하고 포옹하고 그 외 다른 사람들도 잘되길 빈다고 
내가 이러는게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미안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었습니다 
괜찮다고 그래도 밝게 웃으며 손흔들며 돌아가는 그들에게 정말 미안했었습니다

오늘도 아부지랑 같이 멀리 할머니댁 밭에 가서 뙤약볕이지만 열심히 깨털고 
오후에 일하고 오신 어무니와 함께 다시 깨털고 밥먹고 하하호호..하는 일상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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