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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눈물이 핑 돌뻔했던 저의 못난 이야기입니다.
게시물ID : gomin_8350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Jpa
추천 : 3
조회수 : 50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9/12 01:10:01
제 자신이 너무도 못난 것 같아서 글로라도 타책받고 싶어서 적어봅니다.
 
오늘 아침,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강변역에서 좌석버스를 탔습니다.
강변역이 회차점인 버스라 정류장에서 계속 대기를 하고 있었죠.
저는 앞자리를 좋아해서 제일 앞에 앉아서 버스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보다 먼저 승차하셨던 할머니께서 저를 톡톡 치시며 거의 동시에 질문을 하셨습니다.
 
"이거 곤지암 가는 버스 맞지요?"
 
질문을 하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정말 부드러웠고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미안하다는 느낌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버스를 처음 타는 것이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잘 모르겠어요 할머니."
 
하고 무덤덤하게 대답했죠.
그런데 계속 자리에도 앉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가 걸려서 기사님께 여쭤봤습니다.
 
"기사님. 이거 곤지암 가는 버스 맞지요?"
 
그러자 기사님은 돌아보지도 않고, 심지어 거울조차 쳐다보지 않고
 
"할머니. 아까 타면서도 물어보셨죠? 거 왜 자꾸 그렇게 물어보세요?"
 
라고 말했고 할머니께서는
 
"... 죄송합니다..."
 
그 말 한 마디만 하시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으시더니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네 맞습니다.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시는 할머니가 여러 사람 귀찮게 하는구나
딱 저렇게 생각했습니다.
기사님을 두둔하는 쪽이었죠.
 
...
 
 
하루 종일 이래 저래 일들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웃긴대학 글들을 보고 있었는데
아래와 같은 자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jpg
 
 
정말 저 그림을 보는 순간
아침의 일이 생각나면서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할머니께 너무 죄송스러워서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억지로 계속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께선 분명 승차하면서 기사님께 곤지암으로 가는 버스인지 여쭤보셨을 겁니다.
그건 분명 사실이겠죠.
근데 할머니는 승차후에도 계속 노선표를 보고 계셨어요.
노선표에는 모든 역들이 또렷하게 적혀있었죠. 할머니는 안경도 쓰고 계셨어요. 글씨가 안보여서 못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할머니가 버스 번호는 아시는 것 같았고
그런데 버스 앞에도, 노선표에도 목적지와 정차역들이 다 적혀 있는데
그것을 보시고나서도 왜 저와 기사님께 다시금 확인을 하셔야 했을까?
기사님이 곤지암을 간다고 말씀 하셨어도
노선표를 볼 줄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곤지암에서도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 지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사실 제가 그 버스를 처음 탔어도 제가 같이 노선표를 보면서 정확히 무슨 역으로 가시는 지,
그 역은 어디쯤인지 말씀드릴 수 있었는데, 저는 귀찮다는 이유로 그러지 않았고
기사님이 할머니께 왜 자꾸 물어보냐고 할 때조차 그것에 동조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저 그림을 보니까 이해가 가더라구요.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친할머니도 일본어는 아셨어도 한글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셨었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면... 불안한 마음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었겠죠.
기사님이 간다고 이미 말씀해주셨더라도... 정확히 어디서 내려야 하는 지,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확인해보고 싶으셨을 것 같았어요.
정말 힘없이 죄송합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앉으셨던 할머니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에 지금도 제 자신이 왜 그 때 일어서서 할머니와 같이 노선표를 볼 수 없었을까란 후회가 밀려듭니다.
 
다음부터 이런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타책받고도 싶었지만 자책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글이라도 써봅니다.
오늘 아침 10시 경 강변역에서 1113-1번 타시고 곤지암 가시려던 할머니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부턴 정차역 물어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분들께 좀 더 친절한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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