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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전역자가 묻는 질문- 어떤 간부가 좋은가?(옳은가?)
게시물ID : military_626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딩굴곰
추천 : 4
조회수 : 1229회
댓글수 : 45개
등록시간 : 2016/05/11 0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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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11군번으로 장교전역한 공군 예비역 중위입니다.
제가 군생활을 하면서 내내 품어왔던 의문이 있었는데, 최근 군대 게시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병 부조리 관련 문제, 간부와 병 간의 문제 등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제 군생활이 생각이 나서 한번 글을 써 보고자 합니다.
아래 관련 내용은 제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며, 부사관이 아닌 초급 장교에게만 해당되는 글이니 읽고 답변 부탁 드립니다. 솔직한 예비역 장병 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1. 열심히 / FM 스타일의 소대장/중대장

저는 1번의 케이스입니다. 조국충성, 애국 이런 멋진 단어를 위해서 열심히 일한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밑보이고 싶지 않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과 기대감이 큰 사람인 관계로 어떤 일에든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타입입니다. 작업을 나가면 항상 제일 어려운 곳에 함께 가서 전기톱, 해머, 중장비 등을 직접 다루고 함께 하며 땀 같이 흘렸습니다. 출동훈련을 뛰면 간부는 지휘만 해도 되는 입장이지만 전술훈련이나 분대단위 각개전투 등 일일이 참가하며 함께 훈련하고 함께 고생한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와 다르게 쉬는시간에는 군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모든 것을 다 풀어 줬으며, 근무 시간에도 특이한 일이 없는 한 책이나 공부서적 등을 들고 들어오게 해서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활동을 허락 해 주었습니다.(24시간 근무부서였습니다.) 주말 근무 시에는 같이 족구, 농구도 하고 회식도 근근히 하면서 제 나름대로는 소대, 중대원들의 사기 진작과 관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 했습니다.
이와는 다른 부분으로 훈련이나 작업, 기타 업무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교육하고 지시하였으며, 잘못된 부분이나 미숙한 부분이 있었을 시에는 권한 내의 처벌과 징계 및 꾸중을 내렸습니다. 간혹 가다가는 정말 무서운 간부로 변해서 병사들이 무서워 하기도 했습니다.

2. 나도 아무것도 안할꺼니깐 너네도 하지마

2번케이스는 제 후임입니다. 군생활의 절반을 이 후임장교 때문에 골치를 썩였으며, 전역 하고도 이 사람 일로 부대에서 전화가 오는 둥 아주 치를 떨 정도로 혐오스러웠던 장교입니다. 천성이 아주 착합니다. 남에게 쓴소리를 할 줄도 모르고 독하지도 않습니다.(제앞에서만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도 너무 못합니다. 아니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중대장 부임 후 후임이 소대장으로 들어와서 인수인계를 며칠에 걸쳐서 꼼꼼히 해주고(첫 후임장교였어서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많은 부분을 같이 점검하며 좋은 소대장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하였습니다. 나중에 각종 검열 및 부대 자체 점검으로 소대 방문을 하였더니 아주 개판이더군요. 일지 및 자료 정리는 제가 떠난 이후 되어 있는 것이 없고 뭘 물어봐도 알고 있는 것도 없습니다. 보고서를 써 오라고 해도 완전 대충 글만 써내려가서 제가 수정을 하지 않으면 대대장님께 갖고 들어갈 수도 없는 수준의 보고서를 가지고 오고, 사령부 차원 발표 대회를 나가게 되서 PPT를 만들어 오라고 했더니 글만 10페이지 채워서 발표하겠다고 가지고 오는 둥 도데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 지에 대한 의심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그분 모교 평판에 대한 의심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후임 때문에 업무 처리를 하면서 골치 아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고, 저보다 나이 많은 후임을 불러 세워서 욕설도 해보고 술도 사먹여 보고 칭찬도 해보고 다 해봤지만 1년 반동안 나아지는 것이 없더군요.
그런데 병사들에게는 한없이 잘해줍니다. 원래 제 예전 소대였던 만큼 자주 놀러가서 소대원들과 족구도 하고 많이 놀았는데, 어떤 걸 잘못해도 꾸중을 하는 적이 없고 상담도 친절하게 잘 들어 준답니다. 애들에게 아무것도 안 시키는 대신, 근무 시간에 자기도 아무것도 안한답니다. 휘하의 부사관 2명이 업무는 다 하고 있으며, 자기는 그냥 책읽고 티비보고 놀면서 애들과 맛있는거 먹는게 전부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웃긴건 전역 후에 정말 친하게 연락하고 있는건 그때 당시에 같이 힘들게 고생하고 업무 열심히 하던 10명 남짓의 병사들입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2번 케이스에 있는 후임과 더 친하더라구요. 군 생활 전반에 있어서, 그리고 전역 후에도 이 문제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어떤 리더십이 더 나은 것인지, 아랫 사람에게는 그냥 잘해주는 것이 답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유는 많은 예비역 병장들이 계신 관계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듣고 싶습니다. 혹은 아직 군대 가시지 않은 분들도 한번쯤 생각 해 볼 수 있는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많은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
출처 I my me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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