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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툰 60
게시물ID : humorbest_626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파이크
추천 : 19
조회수 : 1151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10/03 22:22:40
원본글 작성시간 : 2004/10/02 18:02:20
남자는 오늘도 힘든 하루를 마치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혼자 사는 아파트.. 


 

“ 에휴~ 퇴근해서 집에 가면 뭘해.. 불꺼진 방에 들어가 혼자 밥해 먹고.. 
재미없다.. 근데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이것도 고민이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 
문 앞에 뭔가를 발견했다.

어느 정도 상자크기의 물건이었다.


 

“ 뭐지? 택배인가? ”

 

남자는 그 물건을 들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열어보았다. 
안에는 다시 작은 상자가 들어 있었다.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 당신에게 최상의 선택을 제공해 주는 기계 ]

 

“ 풋! 뭐야? 누가 장난 친거야? ”

 

남자는 상자를 그냥 놔두고 
씻고 방을 대충 정리했다. 
너무 더운 날씨라 창문들도 열고.. 

 

그러다 저녁 시간이 훨씬 지났음을 알았다. 

 

“ 음? 배고프네? 흐음.. 뭘 먹지? 오늘은 오랜만에 중국집에서 시켜먹을까?” 

 

남자는 중국집의 전화번호를 찾으며 중얼거렸다. 


 

“ 그런데.. 뭘 먹는다..? ” 

 

순간 남자는 아까의 그 상자가 생각이 났다. 

 

“ 한번 해 볼까? ”

 

남자는 그 상자를 가지고 와서 그 상자 밑에 적인 설명서를 읽고는 그대로
자신이 고민하는 것을 생각한 뒤에 상자를 열어보았다. 

 

[ 당신은 식사를 하시려고 하는군요. 

오늘 저녁은 짬뽕을 드셔보세요. 

틀림없이 만족감을 느끼실 것입니다. ]

 

신기한 일이다. 

 

뭐 그 말이 맞는 줄을 모르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글이 나타나니 말이다. 

 

물론 

그 날 저녁은 상자가 시킨 데로 짬뽕을 먹었으며 

대단한 만족감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늦잠을 잔 남자는 아침에 정신 없이 출근 준비를 했다. 
그러다 문득 어제의 기억이 나서 그 상자를 손에 들었다. 

 

달려간 버스 정류장
여느 때와 같이 잔뜩 사람들이 있었다. 

 

“어쩌지? 버스가 잘 안 오나 보네.. 택시를 탈까? .. 

아냐 그러다 버스 바로 따라오면 낭팬데.. 
이번 달은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고.. 아웅~ 하지만 지각하면 어쩌지?“

 

남자는 다시 상자가 생각났다. 


“ 아! 그래! ”

 

남자는 어제와 같이 한 뒤에 상자를 열었다.

 

[ 당신은 오늘 대단히 난처하시군요. 

택시를 타십시오. 당신은 안전하게 회사에 도착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

 

남자는 그래! 믿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달렸다. 


하지만 
회사엔 지각하고 말았다. 
남자는 상자를 바라보며


“ 뭐가 안전하게야? 지각해 버렸잖아? ”

 

그때 누군가가 남자를 급히 찾았다. 


“ 야! 너 아무 일 없구나~ 난 얼마나 걱정했다고~!! ”


같은 회사에 일하고 있는 친구였다. 

 

“ 하이구~ 왜? 내가 결근이라도 할까봐? ”

 

“ 아니! 아까 뉴스를 봤는데 네가 출근 할 때 타고 다니는 버스가 전복이 됐다나봐~
아주 난리가 났더라구!! 난 너가 아직 출근도 안하고.. 딱 출근시간이라 걱정이 돼서.. “

 

“ 뭐.. 뭐라구? ”

 

남자는 자신이 겪은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이에게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뭐지? 이 상자는? ”

 

남자는 두렵기도 했지만 상자를 멀리 할 수는 없었다. 
이미 자신의 생명을 구했으므로.. 

 

그 뒤로 남자는 자신의 손에서 이 상자를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의 모든 것을 이 상자에게 물어보기 위해서.. 

 

남자는 그 상자를 이용하여 
주식투자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물론 자신에게 최적의 조건을 가진 여자와 연애도 시작했다. 

 

남들이 보는 성공한 남자.. 

상자는 남자를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남자는 그 상자가 하늘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을 했고
자신의 모든 선택을 이 상자가 시키는 데로 했다. 

 

급기야 
남자는 상자가 없으면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


그 상자가 갑자기 없어져 버렸다. 

남자는 온방을 뒤지고 자신의 기억을 되 짚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일..돈..사랑 따위는 뒷전이었다. 
그 상자만 있으면 다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미친 듯이 찾아 헤매었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남자는 절망했다. 


그 상자가 없으면 식사도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시 이 음식에 독이 들었지나 않을까?
행여 저 길로 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이 사람이 날 해치지나 않을까?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기만 하였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두워진 밤.. 
어둠의 저편 방구석에 뭔가가 놓여져 있었다. 

 

“ 응? 저.. 저건.. ”

 

남자는 천천히 다가갔다. 

 

“ 사.. 상자다! 그 상자야!! ”

 

남자는 기쁨에 넘쳐 상자를 끌어 안았다. 

 

“ 됐어! 난 이제 살았어! 이제 된 거야! ”


“ 하하하하 뭐.. 뭐 부터해야하지? ”

 

남자는 절망하며 웅크리고 앉아있는 동안 잃어버린 자신의 
모든 것을 되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기뻤다. 

 

남자는 급히 그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상자에 적힌 글귀를 읽었다. 

 

.

 

.

 

.

 

.

 

.

 

 

 

 

[ 당신은 이미 사망하셨습니다. ]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하지 못하는 인간은 

이미 죽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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