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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어머니 (수정) ㅠㅠ
게시물ID : bestofbest_627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K48
추천 : 307
조회수 : 36251회
댓글수 : 1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1/12/29 20:28: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1/12/29 18:36:55
엄마


글 : 김어준 (인터넷신문 딴지일보 총수)


고등학생이 돼서야 알았다. 다른 집에선 계란 프라이를 그렇게 해서 먹는다는 것을. 어느 날 친구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반찬으로 계란 프라이가 나왔다. 밥상머리에 앉은 사람의 수만큼 계란도 딱 세 개만 프라이되어 나온 것이다. 순간 ‘장난하나?’ 생각했다. 속으로 어이없어 하며 옆 친구에게 한마디 따지려는 순간, 환하게 웃으며 젓가락을 놀리는 친구의 옆모습을 보고 깨닫고 말았다. 남들은 그렇게 먹는다는 것을.


그때까지도 난 다른 집들도 계란 프라이를 했다 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판씩은 해서 먹는 줄 알았다. 우리 엄마는 손이 그렇게 컸다. 과자는 봉지가 아니라 박스 째로 사왔고, 콜라는 병콜라가 아니라 PET병 박스였으며, 삼계탕을 했다 하면 노란 찜통-그렇다, 냄비가 아니라 찜통이다-에 한꺼번에 닭을 열댓 마리는 삶아 식구들이 먹고, 친구들까지 불러 먹이고, 저녁에 동네 순찰을 도는 방범들까지 불러 먹이곤 했다.


엄마는 또 힘이 장사였다. 하룻밤 자고 나면 온 집안의 가구들이 완전 재배치되어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가구 배치가 지겹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하면 그 즉시 결정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구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잦으니 작은 책상이나 액자 따위를 살짝 옮겼나보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사할 때나 옮기는 장롱이나 침대 같은 가구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끌려 다녔으니까. 오줌이 마려워 부스스 일어났다가, 목에 수건을 두르고 목장갑을 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가구를 혼자 옮기고 있는 ‘잠옷바람의 아줌마가 연출하는 어스름한 새벽녘 퍼포먼스’의 기괴함은 목격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새벽 세 시 느닷없이 깨어진 후 팬티만 입은 채 장롱 한 면을 보듬어 안고 한 달 전 떠나왔던 바로 그 자리로 장롱을 네 번째 원상복귀 시킬 때 겪는 반수면 상태에서의 황당함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재수를 하고도 대학에 떨어진 후 난생 처음 화장실에 앉아 문을 걸어 잠그고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화장실 문짝을 아예 뜯어내고 들어온 것도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낼 파워풀한 액션이었다. 대학에 두 번씩이나 낙방하고 인생에 실패한 것처럼 좌절하여 화장실로 도피한 아들, 그 아들에게 할 말이 있자 엄마는 문짝을 부순 것이다. 문짝 부수는 아버지는 봤어도 엄마가 그랬다는 말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듣지 못했다.


물리적 힘만이 아니었다. 한쪽 집안이 기운다며 결혼을 반대하는 친척 어른들을 향해 돈 때문에 사람 가슴에 못을 박으면 천벌을 받는다며 가족회의를 박차며 일어나던 엄마, 그렇게 언제나 당차고 씩씩하고 강철 같던 엄마가, 보육원에서 다섯 살짜리 소란이를 데려와 결혼까지 시킬 거라고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다. 담당 의사는 깨어나도 식물인간이 될 거라 했지만 엄마는 그나마 반신마비에 언어장애자가 됐다.


아들은 이제 삼십 중반을 넘어섰고 마주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할 만큼 철도 들었는데, 정작 엄마는 말을 못한다. 단 한 번도 성적표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뭘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화장실 문짝을 뜯고 들어와서는 다음 번에 잘하면 된다는 위로 대신에, 그깟 대학이 뭔데 여기서 울고 있냐고, 내가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며 내 가슴을 후려쳤던 엄마, 사실은 바로 그런 엄마 덕분에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그 어떤 종류의 콤플렉스로부터도 자유롭게 사는 오늘의 내가 있음을 문득 문득 깨닫는 나이가 되었는데, 이제 엄마는 말을 못한다.


우리 가족들 중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엄마의 휠체어 앞에 엎드려 서럽게 울고 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사신 거냐' 고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데 말이다.


*이 글은 월간 <샘터>와 아름다운 재단이 함께하는 '나눔의 글잇기'  연작으로 월간 <샘터 2003년 2월호에 실린 것입니다. 글쓴이 김어준 님은 아름다운 재단이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 1% 나눔' 캠페인에 참여해 이 글의 원고료 전액을 아름다운재단 공익출판기금에 기부했습니다
 
http://www.flash24.co.kr/g4/bbs/board.php?bo_table=commu&wr_id=15952&page=0&sca=&sfl=&stx=&sst=&sod=&spt=0&pag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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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9 18:45:25추천 103
그 어머니에 그 아드님이십니다...
정말 휠체어 앞에 엎드려 절 하고 싶습니다...
훌륭하신 아들을 대한민국에 주셔서 감사하다구요
댓글 0개 ▲
2011-12-29 19:18:16추천 10
1 좌빨 뜻은 알고써요?
댓글 0개 ▲
2011-12-29 19:18:55추천 8/11


도메인 돌려가면서 알바짓하는거 그만 쫌 하시죠?
님이 올리시는 수백개의 자료가
사이트 주소가 틀려도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모두 flash24.co.kr로 연결되는데 사이트 홍보를 할거면 오유 운영자랑 쇼부를 보던지 하세요
이딴 쓰레기짓으로 페이지뷰 늘리지 마시구요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search&ask_time=&search_table_name=humorbest&table=humorbest&no=410550&page=1&keyfield=name&keyword=%BE%C6%C0%AF%B9%DD%B4%F5&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410550&member_kind=
댓글 0개 ▲
2011-12-29 19:20:36추천 74
이런 글에 감동먹는것도 좌빨 소리를 들어야한다고 하면
나는 그냥 좌빨 할련다.
아니 좌좀새끼 되련다.

일베도 오유도 각자 성격이 있다고, 다른건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다른게 아니라 틀린게 하나 보이기 시작하네.

어느 한 쪽을 틀렸다고 하니, 반대먹으려나..
댓글 0개 ▲
2011-12-29 19:20:45추천 39
Henry. Teen  이라는 얘는 읽을 필요도 없이 ID만보고 IP신고를 해야 하는 살아 있는 사례로군.. 
ㅄ이 하나 사라지면 또 이어서 바로 새로운게 나오고 무슨 릴레이경기도 아니고...
댓글 0개 ▲
2011-12-29 19:23:45추천 6
누가봐도 병신인 새끼는 그냥 블라인드나 쳐먹이고 무시합시다..
댓글 0개 ▲
2011-12-29 19:24:28추천 8
호부밑에 견자없다는 말은 들어봤는데..호..음...어쨋든 밑에 김어준총수군!
댓글 0개 ▲
2011-12-29 20:12:32추천 2
단 한 번도 성적표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뭘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화장실 문짝을 뜯고 들어와서는 다음 번에 잘하면 된다는 위로 대신에, 그깟 대학이 뭔데 여기서 울고 있냐고, 내가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며 내 가슴을 후려쳤던 엄마,


에서 찡....
댓글 0개 ▲
2011-12-29 20:19:00추천 28
저 글은 그대로 '건투를 빈다'라는 책에도 실려있습니다. 
거기에는 ps도 실려있는데요 
그대로 옮겨볼께요

P.S
내가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는 말,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엄마는 이런 저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거나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맞는 거라거나 이런 저런 생각이 옳다거나 하는 말을 내게 한적이 없다.
엄마는 고등학교 수험생 아들의 도시락도 싸주지 않을 만큼 날 방목했다.
당신도 유아원 운영하느라 바빴으니까. 나 역시 수험생이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고
부모 새벽잠을 뺏을 권리가 있나 여겼기에 한 번도 그런 일로 투정 부리거나 야속해해본 적 없고
그리고 그렇게 철저히 날 방목해주었기에, 무엇이든 해도 된다, 그러나 그 결과도 온전히
나의 책임이란 삶의 기본 철학을 일찍부터 터득할 수 있었다. 하여 그 방목에 무한히 감사한다.
하지만 엄마도 맹모삼천지교 따윈 관심없는 부모였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은 그 말에 웃음이 난다. 
아니 모친, 솔직히 모친이 언제 날 키웠수. 그냥 크게 냅뒀지. 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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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9 20:36:05추천 7
김어준이 옳은일을 자기 맘대로... 쫄지않고 할수 있는 힘의 원천이네요....

두번째 댓글 쓴 저놈은 손가락을 확 잘라버리고 싶네요
댓글 0개 ▲
2011-12-29 20:41:10추천 13
좌빨이든 수꼴이든 편가르지 말고

모두의 행복을 위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면 좋은거 아닌가?

왜 좌빨이니 수꼴이니 전라디언이니 홍어니 하면서 편가르기나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좁은 땅에 옹기종기 힘 합쳐서 바르게 살아나가기도 바쁜데 왜 싸우고들 지랄인지 모르겠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올바른 잣대부터 가지고 판단하기 바란다
댓글 0개 ▲
2011-12-29 20:44:45추천 0
총수 여동생분도 뇌출혈로 돌아가셨다는데 김총수도 걱정됩니다.
댓글 0개 ▲
2011-12-29 20:54:00추천 1
제가 커서 결혼도 하고 아이가 생긴다면
김어준씨의 어머니와 같이 멋있는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감동적이네요ㅠ
댓글 0개 ▲
2011-12-29 21:42:47추천 0
그러고 보니까 진짜 이 작은나라에 일이란 일은 다 일어나는것같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편을나누고 거기에서 또 편을나누고 참...
다른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보면 무슨생각을 할까
댓글 0개 ▲
2011-12-29 21:42:59추천 3
뭐.. 전혀 뜬금없는 얘기지만..
이 형님이랑 머리스탈 같아보이는건 왤까...
댓글 0개 ▲
2011-12-29 22:05:14추천 1
새삼 김어준 씨의 어머니의 대단하심을 알았고,
우리 어머니의 대단하심 까지도 알았네요..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대단하십니다 진짜..==;;
댓글 0개 ▲
2011-12-29 22:42:49추천 1
 Henry.Teen // 좌빨이란 용어 뜻을 알고나 쓰나?
좌파랑 우파 구분도 못하고 좌파는 다 빨갱이인줄 알고 쓰는 니가 빨갱이다 새끼야
위키백과에 좌파 우파 진보와 보수 개념이나 알고와라 우파중에도 빨갱이는 있을수있고
좌파중에도 민족주의자가 있을수 있다 용어의 개념과 뜻을 알고 써라 그딴식으로
논리정연하지못하게 언어를 구사하려거든 악플러도 때려쳐라 
댓글 0개 ▲
2011-12-30 00:03:13추천 0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 큰 가능성과 재능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재능들에 주위에서 잣대를 들이대지. 
우리는 그 잣대에 자의 반, 타의 반 맞춰져 결국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
댓글 0개 ▲
2011-12-30 00:58:57추천 0
가정pow교육er
댓글 0개 ▲
2011-12-30 01:40:45추천 0
김어준 이양반을 처음본게 예전 PC통신 천리안의 시사게시판 비슷한곳이었죠
역시 그때도 한 글빨해서 거기에서 유명인이었죠 그때가 93년도인가 잘은 생각안나네요
먼가 생각이 틀린 저양반이 글을 쓰면 다른시각으로 본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걸 느낄수있는
이제 전국구 인물이 되었지만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글 참 잘쓰네요
댓글 0개 ▲
2011-12-30 01:42:08추천 0
진정한 멋진 어머니시네.. 소름 돋아요
댓글 0개 ▲
2011-12-30 01:58:14추천 0
어머니에 대해 저도 좀 애틋한지라.. 짠하네요..
댓글 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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