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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기도 - 1.2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게시물ID : readers_88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누구없소?
추천 : 2
조회수 : 29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9/14 01:46:42
 
 
 
 
계단을 전부 내려왔는데도 그는 땀 한 방울을 흘리지 않는다. 자주 이러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11층이나 되는 계단을 내려오면서 숨 한번 크게 내쉬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맞춰주려면 어지간한 체력으론 안 될 것 같다. 물론 나도 숨 한번 크게 내쉬지 않았다. 힘들다는 느낌은 알지만, 힘들다는 생각을 한지 너무 오래 되었다. 힘들다는 것은 버겁다는 것이다. 버겁다는 것은 두 종류로 나뉜다. 전혀 이겨낼 수 없는 것과 이겨내는데 많은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버겁다는 기분을 느껴본지 오래 되었다. 이겨낼 수 없는 것은 이전에 포기해버려서 기억조차 나지 않고, 이겨내야 하는데 많은 과정이 필요한 것에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그랬었는지 잘 모르겠다. 1년 전인 것 같기도 하고, 10년 전 같기도 하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이 상태로 있는지도 1년 전인 것 같기도 하고, 10년 전 같기도 하다. 물론 그보다 더 오래 되었을 수도 있고, 바로 어제였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나도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친구라고 생각되던 존재들은 있었다. 왜 친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존재들이 떠나갈 때면 열이면 열, 전부가 나에게 귓속말을 해주었다.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다. “너도 곧 만날 수 있을거야.” 누구를 만난다는 건지 찾아야 한다는 건지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친구라는 존재들은 그렇게 생겼다가 이내 떠나가곤 했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는 동안에 남자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남자는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걸어갔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교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방법을 모른다. 어찌해야 그가 나를 느끼고, 나를 표현해줄 수 있을까? 당분간은 이것을 고민해봐야 겠다. 그렇지 않고서는 뭔가 내 마음을 채울 수 없을 것 같다.
 
길거리로 나오니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이 남자가 그 중 가장 내 마음을 끌어당긴다. 이 남자보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이 옆을 스쳐가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이 남자뿐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집착하는 여자로 보일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난 자유를 사랑하고, 자유를 존중하는 여자다. 그러니 절대 이 남자가 몸서리치도록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자 그의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그리 길지 않은 머리지만, 살랑거리는 것이 너무 귀엽다. 살짝 그의 머리를 만져본다.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는다. 물론 그도 느끼지 못한다. 살짝 걸음을 빨리하여 그의 앞으로 갔다. 뒷걸음질 치면서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두 눈과 그 눈 사이에 콧날, 콧날을 썰매를 타듯이 내려오면 보이는 콧망울, 그리고 남자치곤 붉은 입술이 보인다.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아서 나름 훤칠해 보이는 것이 보면 볼수록 내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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