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생가 관광에 '약장사' 기승
◀ANC▶
대선 이후 고 육영수 여사 생가가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노인들에게 이곳 관광을 거저 시켜줄 것처럼 꾀어놓고, 결국 고가의 건강식품을 떠안기는 낚시 상술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박새암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VCR▶
"국모가 나온 집이고 국회의원이 나오는 집이고 하물며 지금 대통령이 됐어요."
오전 8시, 서울의 지하철역 앞에서 노인들이 한 여성의 안내로 버스에 오릅니다.
단돈 1만 원에 육영수 여사 생가를 둘러보고 한우 고기 점심을 먹는다는 말에 따라나선 겁니다.
◀SYN▶
(어디 간대요?)
"모르겠어요. 소 잡은 데. 밥 먹고 소 잡은 데 가고."
그런데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인솔자의 말이 달라집니다.
◀SYN▶ 가이드
"생가 들어갔다 나오는데 구경은 10분, 15분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습니다. 오후 일정은 협찬사(건강식품 판매점) 두 군데가 있어요."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육 여사 생가.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빨리 가야 한다고 성화입니다.
◀SYN▶ 가이드
"남의 집 구경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려요. 관광차는 무조건 30분 후에 무조건 다 빼야 합니다."
◀EFFECT▶ 가이드
"탈 생각들을 안 해."
"김포~ 서울~ 빨리 오세요. 아이 참나, 환장하겠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근처의 사슴 농장.
창문 하나 없는 방으로 안내하더니.
◀SYN▶ 사슴농장 관계자
"녹용즙 석 잔 드시고 가셔야 됩니다. 오늘 밤 늦둥이 하나씩 다 낳아요."
한의사처럼 진맥하고 처방까지 내립니다.
◀SYN▶ 농장 관계자
"그건 뼈가 아픈 게 아니에요. 사모님은 녹용을 상대(끝부분)로 드셔야 돼요."
이곳에선 1시간 반을 머뭅니다.
이어서 10여 분 만에 식사를 끝내고, 다시 홍삼 판매장과 치매 예방약을 판다는 회사로 향합니다.
◀INT▶ 관광객
"안 사면 그만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여린지 사게 되고. 약 200(만 원) 가까이 사는 거죠."
항의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노인들에게 막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SYN▶ 가이드
"택시 타고 가! 한 대 쳐봐요, 쳐봐! 아유, 진짜 인간말종이네."
하루를 날린 어르신들은 다시는 안 온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SYN▶ 예성희
"너무 싫어요. 관광인데, 이거는 엄연히. 장사하는 데 가니깐 저는 좀 별로 싫더라고요."
노인 주머니를 노린 교묘한 상술이 대통령 당선인까지 이용할 정도로 간 크게 진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