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집회·시위를 관리용으로 쓴 각종 물량이 경찰 역사상 기록될 만한 엄청난 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물대포에 쓰인 물 양만 200t이 넘었고, 캡사이신 최루액은 651ℓ가 쓰였다. 경찰 인력만 2만명 가량이 동원됐다. 특히 이번 진압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차벽보호용 식용유와 실리콘도 100ℓ가 넘는 상당량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경찰 역사에 길이 남을 최대 물량 공세”새정치민주연합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과 임수경 의원이 22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투입 경찰력 현황들을 보면, 경찰은 이번 집회 관리를 위해 사상 최대급인 경찰 인력을 모두 2만 여명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올라온 경찰력 총 284개 중대가 투입된 것이다. 정 의원은 “이는 최근 10년 이래 최대의 경찰인원과 장비가 동원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1명이 시민 3.4명(경찰 추산 집회 인원 6만8000명)을 맡았던 셈이다.이는 경찰 추산 8만명으로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였던 2008년 6월 10일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의 경찰병력이 1만7000여 명을 동원했던 것보다도 많은 규모다.
살수차는 경찰이 보유한 전국의 19대가 전부 서울로 올라와 ‘활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살수차의 ‘조준사격’을 당해 서울대병원에서 중태에 빠져 있는 농민 백남기씨를 쓰러뜨렸던 ‘살수차 사용결과보고서(충남 살수 9호)’를 입수해 본 결과, 14일 당일 오후 6시50분쯤부터 7시30분까지 서울 종로구 서린교차로 앞 노상에서만 40분간 4000ℓ를 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국 경찰이 지난해 한 해 동안 뿌린 물의 총량과 같은 수준이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18일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 당시에도 물 3만3200ℓ, PAVA(물에 타는 최루액) 30ℓ를 써 비판을 받았다. PAVA의 경우 물질안전자료(MSDS)에 따르면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될 매우 유해한 물질로 분류돼 있어 사용 중단이 요구되고 있는 최루액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하루에만 물 202t(20만2000ℓ), PAVA 440ℓ를 사용했다. 캡사이신 분사기는 모두 580대가 이용됐다. 색소물감도 120리터 쓰였다. 7개월 새 살수량은 6배 이상, 최루액은 14.7배 늘었다. 임 의원은 “물대포 살수량은 경찰 역사에도 남을 정도의 양”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차벽 등을 위해 투입된 경찰버스는 모두 679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월호 집회 때에는 최대 150여대 가량이 광화문 일대를 막았던 것에 비하면 4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차벽이 ‘불합리한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불법 폭력 집회나 시위 발생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에서 일체의 집회는 물론 통행조차 금지한 경찰의 차벽 설치는 전면적이고 극단적 조치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었다. 재판관 의견은 7(위헌)대 2(합헌)로 났다.
특히 이번 과정에서 사실상 처음 등장해 집회 참가자와 경찰 양측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식용유’와 ‘실리콘’의 사용량도 처음으로 밝혀졌다.이 두 가지 경찰의 ‘신종 집회관리 장비’의 용도는 차벽보호용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버스를 전복시키지 못하도록 바퀴 틈에 실리콘을 발랐고, 버스에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용유를 뿌리는 식이다.이번에 사용된 두 신종장비의 양은 식용유가 113ℓ, 실리콘이 107.25ℓ였다.경찰은 당시 차벽 위에서 식용유를 집회 참가자들에게 뿌리면서 버스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정 의원은 “참으로 창조적 진압방법”이라고 비꼬면서 “식용유를 왜 사용하였겠는가. 군중들이 식용유에 미끄러져서 뇌진탕을 당하라는 그런 악의적 의도 아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월요일 안전행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철저히 따져 묻겠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일베 말만 듣고 마타도어를 일삼을 것이 아니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외친 국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정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 의원도 “박근혜 정부의 두려움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