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누드·성 묘사 땐 ‘등급보류’
영화처럼 청소년 유해여부 따져 4등급 분류
폭력·선정성도 심의기준…도박은 18세이상만

  
 ▲ 여성캐릭터의 심한 노출 등의 이유로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리니지2. 게임등급을 분류하는 가장 큰 기준은 폭력성·선정성·사행성 등이다.  
  
게이머라면 게임을 포장한 겉면에 적힌 동그란 원과 숫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어떤 연령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등급 분류’ 표시이다. ‘게임에 웬 등급?’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도 있겠지만 영화나 비디오게임과 마찬가지로 게임도 영상물의 하나임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화팬이 영화 등급에 민감하듯이, 게이머나 게임업체도 ‘등급’에 따라 울고 웃는다. 현재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의해 게임은 등급 분류를 받기 전에는 시장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임은 대체 무슨 기준으로 분류할까? 게이머라면 한 번쯤 궁금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게임 등급의 ‘비밀’은 알고나면 사실 쉽다.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청소년 유해성에 초점을 두고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18세 이용가로 연령별 등급 분류를 하고 있다. 또 폭력성·사행성·선정성이 높을수록 연령 제한이 높은 것도 비슷하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등급 보류를 받게 되어 시장에 팔 수 없게 된다. 

선정성 심의 때문에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대표적인 예는 ‘리니지2’. 성인 영화처럼 노골적인 묘사는 없지만, 다크엘프 캐릭터의 노출이 심하고 가슴 등 일부 신체 부위가 선정적으로 묘사됐다는 이유로 청소년이 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밖에도 여성 캐릭터의 누드, 성행위 묘사 등이 표현된 일부 게임이 등급 보류의 대상이 된다. 

폭력성은 게임 심의에 있어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다. 대부분의 게임이 전투, 대전 액션 등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소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행 기준으로는 칼로 사람을 베거나 총으로 공격할 때 피가 튀고 살점이 날아가는 것까지 세세하게 표현된다면 18세 이용가나 등급 보류를 받게 된다. 

1인칭 액션 게임으로 전장의 총격전을 소재로 한 ‘파 크라이’ 게임이 대표적인 예. 총격전으로 인해 시체들의 팔다리가 떨어져나가고 피가 난무해 18세 이용가를 받았다. 하지만 무기를 휘두르는 액션게임이라 하더라도 ‘슈퍼마리오’ ‘스트리트 파이터’처럼 그래픽과 캐릭터가 코믹하거나 덜 폭력적으로 표현된다면 등급은 낮아진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상대 플레이어를 죽여(PK) 아이템을 뺏고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면 폭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고스톱·포커 등 현재 유행하는 가벼운 온라인 게임에서는 사행성이 중요한 심의거리가 된다. 도박류 게임은 대부분 18세 이용가 이상을 받는다. 실제 돈으로 바꿀 수 있고 투기성이 있는 등 사행성이 높으면 등급 분류까지 받는다. 또 이용자들이 시스템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여부도 등급 분류의 기준이 된다. 

아이템 현금 거래 역시 사행성 평가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다른 플레이어를 죽였을 때 아이템이 떨어져 얻을 수 있다면,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게 된다.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강제로 획득한 아이템이 음성적으로 현금으로 거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 심의는 아직도 ‘정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최근 게임업계나 이용자는 심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심의 결과에 대한 불만을 처리하는 절차가 미숙하고, 사전 심의 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사후심의 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게임 심의를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영화조차 심의 단계에서 아직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생각하면, 게임 심의가 갈 길은 아직 멀다고 할 수 있다. 사업자·이용자 모두 인정할 수 있도록 등급분류에 대한 ‘믿음’을 쌓아야 산업 진흥·청소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