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연 교수가 1997년말에 세운 티맥스소프트는 자본금 30억원에 불과하는 난장이 벤처기업이다. 하지만 짧은 업력(業曆)에도 흑자를 내 자기자본은 이미 205억원으로 늘었다. 한 창업투자회사가 지분의 1%를 150배에 인수할 정도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
박교수의 지분은 60%. 평가액은 이미 수백억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부(富)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5년안에 IBM을 따라잡아 세계 최고의 IT회사가 된 뒤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에 버금가는 최고의 공대를 설립해야 하는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요즘이 한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며 “앞으로 5년 동안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을 마무리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진다. 그와 티맥스 연구원들은 이번 추석 연휴 5일 동안에도 모두 나와 연구에 매달렸다. “21세기는 과학기술자들이 목숨 걸고 나라를 먹여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 내는 사람이 엘리트다. 서울대나 KAIST 등 일류대학을 졸업한 뒤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평범한 일을 하는 것은 매국노”라는 그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박 교수가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 인생을 거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기 때문. “일본과 독일이 미국에 이어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는 자동차 전자 기계 등 미국이 넘겨 준 기술을 다른 나라보다 일찍 받았기 때문이다.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현재 미국이 최강이지만 미국은 앞으로 바이오와 우주에 집중하기 위해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는 점차 넘겨줄 것이다. 톡톡 튀기를 좋아하고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한국(인)이 이 분야에서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앞서 나갈 수 있는 자질과 기회를 갖추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티맥스의 경쟁상대는 삼성전자가 아닌 IBM"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티맥스의 매출액은 지난해 217억원, 당기순이익은 27억원으로 삼성전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순식간에 GE를 따라붙을 정도의 괴력을 발휘한 것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IT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창업투자회사가 자본금(30억원)의 일부를 액면가의 150배에 인수한 것은 이런 잠재력을 평가한 것이다.
박 교수는 “2006년까지 OS개발을 끝내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로 진출할 것”이라며 “2010년에는 매출 3조원, 순이익 1조5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지금으로서는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1~2년의 시차가 있더라도 꼭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 때 쯤 그의 재산도 조원대로 늘어날지 모른다. 소년 가장이 '빌 게이츠'로
티맥스의 경쟁상대는 IBM, 1조원 들여 CALTEC 버금가는 공과대학 설립
하지만 그는 “돈과 부자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죽으면 3평 땅속에 묻히고 만다”는 것. 박 교수는 그의 계획이 예정대로 실현되면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에 버금가는 공대를 설립할 꿈도 갖고 있다. CALTEC은 입학허가(admission) 받는 것만으로도 파티를 열 정도로 유명한 학교. 전교생이 1000명에 불과할 정도로 극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곳이다.
박 교수의 공대설립 계획은 다음과 같다. “공대 설립 및 운영 예산은 총 1조원. 3000억원으로 부지를 사고, 2000억원으로 첨단시설을 갖춘다. 학생은 1000명(학부 1학년에 100명씩 400명, 석사 200명, 박사 400명)으로 제한하고 교수는 500명을 확보한다. 교수는 억대 연봉을 보장하되 연구 성과에 따라 차별화하며 학생은 등록금 전액 면제하고 매월 150만(학사)~250만원(박사)을 생활비로 지원한다.”
박 교수는 “모든 국민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생하며 일하는 ‘새마을운동’은 끝났다”며 “주 5일제로 99%의 사람이 9 to 5로 근무하고 놀지만 나라를 이끌어갈 1%를 길러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국을 이기는 길은 기술뿐이기 때문에 100명 중 10명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아직 미혼이다.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결혼은 가능성의 영역에 남아있지만 그는 고개를 내젓는다. “앞으로 5년 동안 기술개발을 마무리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내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후손이 없기 때문에 사심(私心)이 없다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결혼보다는 기술로 한국의 미래를 바꾸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혼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召命..한국(인)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궁합 짝짝
그는 종교가 없다. 영화 한편도 본적이 없다. 미국에서 함께 고생하며 공부했던 USC 후배들도 귀국 뒤에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연구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자는 외로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들웨어나 DB엔진 기술을 개발하면서 에러가 나타날 때 물어볼 사람도 없고 원인을 알 수도 없는 고통의 순간을 수없이 겪었다. 그럴 때면 KAIST 뒷산에 가서 엉엉 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어려운 순간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며 0.01%의 가능성이라도 현실로 만들 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쓸 것 안 쓰고 먹을 것 참으면서 열심히 돈을 모아 부자가 된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재산 규모가 수십억~수백억 원에 그치는 작은 부자들이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재산이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큰 부자는 ‘부자가 되겠다’며 악착같이 돈을 따라다녀서는 되기 어렵다는 뜻일 게다.
부자이되 부자임을 내세우지 않고, 사회적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있는 박대연 교수는 진정 이 시대의 큰 부자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