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재채취선 130척 방치, 곳곳에 쇳가루·기름띠
“정부, 심각한 직무유기”
http://media.daum.net/society/environment/newsview?newsid=20130213222509989&RIGHT_COMMENT_TOT=R13 지난 12일 대구 달성군 하빈면 성주대교 상류 1㎞ 지점. 녹슨 골재채취선과 예인선이 빙판으로 변한 강 위에 떠 있었다. 골재채취선 후미에는 부식된 쇳가루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선박 내부는 더 심각했다. 엔진실 주변 바닥에는 성분을 알 수 없는 기름이 고여 있었다. 여기저기 깔아놓은 흡착포에는 기름이 잔뜩 배어 있었다. 기계장비마다 흘러나온 기름 자국이 선명했다. 아직 기름이 남아 있는 엔진오일 통들도 흩어져 있었다.
이날 내린 눈으로 물기가 흥건해진 갑판에는 엷은 기름띠가 형성돼 있었다. 큰비라도 오면 기름띠가 금방 낙동강으로 흘러들 것은 뻔해 보였다. 배 주변에는 오일펜스 같은 방재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7㎞가량 떨어진 하류에는 경북 고령군과 대구시의 취수장이 있다. 동행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41)은 \"오랫동안 방치된 것 같다\"며 \"식수원 상류로의 기름 유출 우려가 큰데도 전혀 관리·감독되지 않고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1.5㎞가량 떨어진 상류에서는 골재채취선이 얼어붙은 강 속에 반쯤 잠긴 채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지난 7일 대구국토관리사무소 직원이 침수 사실을 신고해 달성군 등이 긴급하게 방재작업을 벌였던 현장이다. 이 골재채취선은 2011년 9월쯤 경북 칠곡군 지역의 4대강 사업 준설작업이 끝난 뒤부터 이곳에 방치됐다.
업체 관계자는 \"폐업에 따른 정부와의 보상 협의가 안된 데다 자금난이 심해져 배를 치우지도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했다\"며 \"배를 인양하는 데만 1억원이 들어가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칠곡군 석적읍 남율리 경부고속도로 교각 상류 200여m 지점에서도 녹슨 골재채취선과 예인선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예인선과 둔치 사이로 살얼음이 언 강 위에는 녹슨 깡통과 아이스박스 등 각종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두 선박을 둔치 쪽과 연결한 로프는 풀려 있어 해빙기에 강물이 조금이라도 불어나면 떠내려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칠곡군 등은 이들 선박에 비상유와 엔진오일 등이 각 20~150ℓ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강 위 자전거도로 건너 빈터에는 골재 선별기와 이송 파이프 등이 잔뜩 쌓인 채 녹슬어 있었다. 주민 이영일씨(50)는 \"2년6개월 전부터 골재채취선 등이 저런 상태로 방치됐다\"며 \"기름 유출 등 각종 환경오염 우려는 물론 날이 풀리면 아이들이 들어가 놀다가 안전사고가 날 우려도 크다\"고 걱정했다.
이 일대뿐 아니다. 지난해 1월 준설선 침몰 사고가 났던 경북 성주군 선남면 선원리와 고령군 다산면 평리리, 달성군 논공읍, 고령군 개진면 부리 낙동강변에도 골재채취선과 예인선이 여기저기 방치돼 있었다.
한 골재채취업체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기존의 일거리가 끊긴 업체의 선박은 4년가량,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일부 업체의 선박은 2년째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유역에 방치된 골재채취 선박은 130척이 넘는다. 이들 선박에는 비상유와 엔진오일 등이 20~200ℓ가량씩 보관돼 있는 것으로 각 지자체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 배 주변에 오일펜스 등 방재시설을 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