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제안이 당권을 잡아서 문대표를 쫓아내기 위해서라는 말들이 많은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도대체 왜냐는 거죠.
예전에도 말했듯이 안철수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다가오는 총선에 아무 관여도 안하는 겁니다.
이번 총선은 야당이 역대급으로 불리합니다.
새누리 180석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판이니까요.
불리하다는 건 정설입니다.
정의당, 민주당 다 인정했고,
새누리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안철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문대표가 총선지고 대표직 사퇴합니다. 그러면 자기는 당권 잡고 대선 나가면 됩니다.
그게 안철수 소원이죠.
만약 말도 안되고, 현재 그럴 능력도 없지만
안철수가 당권을 잡아서 문대표를 쫓아냈다고 칩시다.
그리고 자기 공천 주고 싶은 사람들 줘서 총선 했다고 칩시다.
지금 문대표로도 필패인데,
안철수로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그걸 모를 정도로 정치인들이 바보가 아닙니다.
180석 넘게 빼앗길 거고, 안철수는 저번 선거 패배에 이어 연패 이미지를 가지고 쫓겨날 겁니다.
지는 도박에 굳이 판돈 걸려는 도박사는 없습니다.
그럼 안철수의 목적은 뭘까요?
위에 적었듯이 안철수는 가만히 비노세력 결집하면서 가만히 있고 싶었죠.
근데 문대표가 통크게 문안박 연대를 제안합니다.
이건 안철수를 위한 결정은 아니지만, 안철수가 거부할 수 없는 겁니다.
안철수는 따라서 이 제안을 '대의적 명분'으로 거절해야 합니다.
그냥 거절하면 사람들이 욕하고,
받아들이면 자기한테 많이 손해거든요. 문대표한테 훨씬 좋죠.
결론을 말하자면 그럼 안철수가 원하는 건 뭘까요?
두 가지 중 하나는 얻길 바라는 겁니다.
문안박 연대에 그냥 들어가자니, 자신은 아무것도 얻은게 없는데 문대표는 통 큰 사람 이미지를 얻었죠.
막상 들어가봐야 안철수가 뭘 하겠습니까?
공천권은 관심 없다고 말한데다가, 공천권 줄 사람조차도 없습니다. 연대해도 안철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렇다고 안 들어가자니 사람들 시선이 걸립니다.
그래서 전당대회를 제안한 겁니다.
문대표가 거기서 끊으면 연대는 없습니다.
안철수가 거절한 게 아니라, 문대표가 거절한 셈이니 어느 정도 명분을 남기는 겁니다.
반대로 문대표가 또다시 역제안을 한다면 조율 후에 더 나은 모양새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기 힘들겠지만 문대표가 또다시 통크게 전대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안철수로서는 지금보다 낫습니다.
졌을 때 승복하는 이미지를 주거나, 이겼을 때도 문을 끌어안으면 됩니다.
어차피 혼자서는 안되는 거 문이나 안이나 다 알아요.
정치인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안철수도, 주변의 사람들도 비주류 다 끌어안아 봤자 문 없이는 총선 문턱에도 못 간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안철수는 공천권 줄 사람도 몇 없는 실정이죠.
따라서 이건 기세싸움일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를 영입할 수만 있다면 문대표에게는 손해볼 게 없습니다.
이미 통 큰 남자 이미지로 문대표 주가는 더 올라갔습니다.
이번 문대표 제안으로 손해본 쪽은 안철수쪽입니다.
정치는 양보하면 할수록 훨씬 유리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