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양은 게임을 목적적으로 하며, 메타를 분석하고 표준 플레이를 정석화하여 이득을 누적화하여 후반까지 굴려가는(스노우볼링) 판을 잘 짠다.
특히 메타와 상관없이, 한타를 지향 하여 '쇼부를 보는 시기'를 기다리는 북미 분위기와는 다르게, 게임 초반, 중반, 후반에 필요한 각각의 '효율'적인 플레이를 기획하고, 실행해나감으로써 각 구간별로 볼수있는 이득을 최대화, 손해를 최소화하는것을 지향한다.
철저히 게임을 엔지니어링적인 관점에서 접근한것으로써, 큰 변수나 화려한 단승부를 기반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기대하는 북미와는 다르게, 안정적인 파밍과 카운터 리스크의 최소화를 목적으로 하기에, 관전자 입장에서는 '배울 것'은 많으나 '즐길 거리'는 적다는것이 단점이며,
서양 플레이의 경우, '배울것'은 적으나 '즐길거리'(동양관점에서 보면 쓸데없는 전투)는 많다는것이 특징이다.
TSM, GG 등의 팀들 모두 각 나라에서는 꽤나 '한 즐길거리'를 보여주는 프로들로 유명하지만, 역시 철저히 계산된 플레이를 구사하는 동양 플레이어들은 그들을 쉽게 카운터 치는것은 확실하다.
이것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결국 롤이라는 게임도 '정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것을 반증하며, 결국 최대한의 이득과 최소한의 손해를 반복하여 특정 구간에 도다를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변수'를 만들어내는것은 극히 희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게임으로써의 재미는 반감이 있을수 있다는것은 치명적일수 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한국(특히 Azubu Frost시절)팀들의 경우 어느정도의 개개인의 피지컬을 기반으로, 북미 플레이스러운(라인전에서의 손해 또는 변수들을 후반 영혼의 한타로 극복하는 프로스트식 반전승부) 플레이를 구사하였으나,
중국팀을 비하하는 분들이 있어,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작년 시즌2 TPA의 골때리는 계산식 플레이를 통해, 완벽히 카운터당하여 힘쓰지 못하고 그냥 패해버리는 광경이 일어났었다.
그당시 온게임넷 해설진들은 분명히 이렇게 말했었다
"중국이 정말 무섭습니다.. 롤이라는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고있고, 현재 유행인 메타를 한차원 앞서나가서 모든것을 철저한 계산기반으로 플레이하는 형태로 승부를 가져가네요.. 정말 한국이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중국팀들이 얼마나 무서운팀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날(비록 프로스트는 진출하지 못하였지만), T1, Ozone등의 '개인의 피지컬'을 기반으로 철저한 계산을 통해 빈틈없이 승부를 이끌어 내는 한국의 수준높은 경기는, 작년 롤드컵에서의 뼈저린 경험을 통해 한국 롤 문화가 이루어낸 결과다.
비록 우리 한국팀들이 수준이 높다는것은 맞지만, 결국 이 모든 '철저하면서, 루즈하면서도 동시에 정석적이라고 할수 밖에 없는 목적적인 플레이스타일'은, 최초에 중국팀이 먼저 보여주었고, 또 그들의 게임과 대회승부에 대한 접근이 얼마나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2. T1 vs OMG 팀전에서 우리가 집고 넘어가야 할것, 그리고 비록 졌지만 SKT T1이 보여준 좋은 모습 :
비록 작지만 치명적인 틈은, 실수에서만 나오게 되어있다.
플레이어 한명이 엄청나게 멋진 킬을 따내어도(예:그라가스의 오리아나 땅겨오기), 결국 팀웍 수준에서는 상대팀의 흐름을 끊어줄수있는 조그마하면서도 큰 변수 하나를 만드는것이 중요한데, 그라가스로써는 예상하기 힘든(또 동시에, 중국팀들의 포지셔닝또한 뛰어났다) 꺾인 각도의 부쉬를 지나가는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캐치한 중국팀선수들도 엄청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도 SKT T1선수들은 엄청난 인내력을 보여줬다. 우리가 흔히 골드급이상의 랭겜을 돌리다보면, 어느정도 서로의 팀들이 비슷비슷한 형태로 30분을 넘기기 시작하는데, 이때 서포터들간의 시야싸움이 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모두가 경험해봐서 알겠지만, 결국 게임을 지게 만드는 것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부쉬체크를 하러 가는 1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사람은 정치적으로 죽게되는데, 모두가 이런 실수를 한번쯤은 해봐서 알겠지만, 바론이 살아있는 상태에서(바론을 절대 내주면 안된다라는 강박이 있는 상태에서), 아군의 정글이 검게 나타나는 답답한 상황에서조차 최대한 시야를 확보하면서 짤리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OMG팀은 철저히 시야를 차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절대 무리한 바론을 시작하지 않고, 끝가지 시야를 차단하면서 누군가 한명이 짤리는 시점에 모든 구도를 바꿔놓기 위해 철저하고도 무서운 팀웍/인내심을 보여줬다.
나는 모든 것을 떠나서, 이제 같은 수준에 올른 팀들끼리의 싸움은 결국 '심리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야가 차단되었고, 바론은 내주면 안되고, 우리가 먼저 달려들면 이길수있지만, 포지셔닝을 먼저 꾸려야 하고, 그러자면 시야를 확보해야하는데, 바론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그 상황..
그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궁금증을 참고, 단 한번의 변수가 모든 게임구도를 바꿔놓을수있다는 압박속에서도 모든 리스크를 져가며 상대방과의 전투를 이끌어내거나 승부로 이끌수 있는 자질을 가질수 있을까?
몇십만명의 플레이어들이 관전하는 그 상황속에서, 그 모든 압박과 심리싸움을 버텨가며 멋진 경기를 보여준 한국팀과 중국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비록 루즈하며 시야만으로 너무나 많은 변수나 볼거리가 사라지고 있는 시즌3의 롤이지만, 그들은 개개인의 실력뿐만아니라, 심리적인 전투력에서도 세계 탑인것은 분명하다
플래티넘을 목표로 하는 실론즈와 골드분들은, 무엇보다 이러한 자제력을 배우기를 소망한다.
(물론 유감스럽게도 레지날드 같은 트롤을 만나면 본인이 할수있는건 많지 않다)
ps : 클템의 해설력은 롤드컵 우승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