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 상처투성이 광화문에 ‘평화의 사람벽’으로 나서려 합니다.
동학 천도교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인내천 사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사람이 하늘이기는커녕 삶의 곳곳이 아픔과 신음으로 가득찼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민중의 처지가 그렇습니다. 지난 14일의 민중총궐기대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울부짖음입니다. <천도교 한울연대>는 그렇게 들었으며 그렇게 보았습니다. 종교인으로서 양심의 귀와 양심의 눈을 씻고서 단언하는 바입니다.
경찰의 무자비한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 백남기 어르신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이 압수 수색과 수배와 구속으로 힘없는 민중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12월 5일의 2차 민중총궐기대회는 이런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경찰의 집회 불허 방침에 집회 주최 측은 집회 강행의지를 밝혔습니다. 또 다시 큰 충돌이 예상되는 때에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가 평화의 중간지대를 만들자면서 ‘평화의 사람벽’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불교 이외의 이웃 종교들도 함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우리 천도교 한울연대는 이 제안을 적극 환영하며 ‘평화의 사람벽’에 함께하려 합니다. 우리는 궁을기를 앞세우고 정갈한 도복을 입은 채 상처투성이 광화문에 평화의 꽃을 피우고자 합니다.
우리 천도교는 이 날, 이쪽저쪽을 떠나 그 어느 한울님도 상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부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할 뿐더러 나아가 집회를 방해하는 맞불 집회를 방지하여 이 집회를 보호해 주기를 바랍니다. 주최측이 여러 차례 평화시위 방침을 밝힌 이상 명분 없는 불허 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옳습니다. 집회 주최측도 평화를 이루는 길은 평화적인 방법뿐임을 상기하시고 평화로운 집회약속을 지킬 여러 방안들을 강구해 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우리 천도교는 2차 민중총궐기대회의 평화적 진행은 물론이고, 노동법 개악이 아니라 재벌개혁, 청년실업 해결, 밥쌀 수입 계획 중단, 중소상인 보호, 세월호 참사 해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티피피 TPP) 체결 시도 중지, 빈곤층 해소 등의 산적한 과제가 해결되는 데에 노력을 같이 하려 합니다.
2015년 11월 30일
천도교 한울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