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동생과 봇듀오로 노멀전을 플레이 하고 있었어요.
탑은 가렌
미드는 카타리나
정글은 트위치
원딜은 징크스
서폿은 나미, 저희 팀은 블루 였지요...
상대팀에 블크가 있는데 왜 와드를 안박는지 좀 의아해 하던 찰나...
아니나 다를까 두꺼비와 블루 사이에 자리잡고 있던 트위치가 죽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저라도 박았으면 좋았겠지만 1분와드와 3분와드 하나 들고온지라 그 중에 하나를 써버리면
블크를 상대하기에 힘들거 같아서 아낀 저도 좀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리고 징크스가 말합니다. "리쉬 없음요"
트위치는 "아 너무한거 아님? 서럽네..." 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저는 내심 정글이 좀 불쌍해지지 않나? 라고 생각했는데 미니언이 이미 1차 포탑을 지나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미니언들은 만났고 징크스는 미니언을 잡기 시작하는데 그때 트위치가 말하더군요.
"서폿이라도 와주든지... 다짜고짜 리쉬 없다니..."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식으로 이야기 했고 저는 앞뒤 안재고 뒤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두꺼비에 도착하니 조용....
블루까지 가보니 훵~ 합니다.. 그때서야 미니맵을 보니 레드를 잡고 있었어요. 어이가 없더군요.
"무슨 레드를 잡으면서 서폿을 오라고 하세요?" 라고 이야기 했는데 갑자기 트위치가
트위치 "나미야 넌 미니맵도 안보냐? 허접이 어쩌구 저쩌구..."
나미 "혼자 속상하실까봐 미니맵도 안보고 달렸습니다. 서폿이라도 오라시길래 두꺼비나 블루 잡으실줄 알았고요. 그런데 참 말씀 짧게 하시네요?"
정말 좀 속상하긴 하더라고요... 전 판은 다짜고짜 사리는 원딜님의 폭풍 트롤(심지어 지인)플레이에 슬펐던터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쯤...
트위치 "말 짧게 반말해서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팀원들 !!!!!?????
전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 저렇게 사과를 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으니까요. 롤좀 해보신 분이면 아실거예요.
저도 징크스도 가렌도 다 놀랬습니다.
카타리나님은 안놀래셨을려나... 2인큐라서 뭐 성향을 이미 알고계셨을지도...
그래서 저도 참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답니다.
나미 "괜찮아요. 첨엔 좀 말렸지만 같이 기분풀고 즐겁게 게임 해보게요."
징크스 "와 겁나게 훈훈하다. 이런 게임이 얼마 만인지..."
그 때부터 다들 멘탈 잡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어요. 전 전챗은 꺼놓고 플레이 하기 때문에 상대팀 채팅은 못보는데
갑자기 트위치가 "나 소중한사람인거야?" 라고 하길래 징크스한테 물어봤더니..
트위치가 미드에 갱을 왔는데 상대팀에서 트위치한테 뭐라고 한 모양이예요.
그러자 카타리나님이 너희들한테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 정글은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다. 뭐라고 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더라고요.
그렇게 서로 격려하고 훈훈한 분위기에서 게임은 잘 풀리기 시작했고
상대팀은 첫 인배에 성공한것 치고는 단단히 말려버리는 바람에 20분 칼서렌으로 저희팀이 이겼답니다.
욕이나 반말하지 말고 즐겁고 훈훈하게 게임을 하다보면 처음에 말렸던 양상쯤은 어느정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렇게만 놀 수 있다면 정말 롤이라는 게임 자체도 더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