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디더라.
아무튼 의정부에 있는 그 보충대를 거쳐 나는 경기도의 한 군부대에서 신병훈련을 받았다.
신병훈련 3주차에 오전 훈련을 끝내고 돌아와 밥을 먹고 있었다. 김치를 먹는데 뭐가 물컹 하고 씹혀서 뱉어보니
반쯤 잘려나간 개구리가 울컥울컥 내장같은걸 쏟아내며 파르르르 떨고 있었다.
순간 확 뭔가 올라오는데, 아무래도 토했다가는 그 덩치큰 조교가 달려올것만 같아서 나는 억지로 삼키고
주변 동기들에게 "야 이거 개구리..." 하고 보여줬다.
주변에 모여 식사를 하던 동기들이 하나둘씩 모여 결국 식당에는 난리가 났고, 그 다음주 무슨요일엔가 실시한
중대장과의 단체면담에서 그 이야기가 결국 나오게 되었다.
먼저 말한 사람은 내가 아니였다. 내 앞 몇줄째 쯤에 있는 동기가 하나 있었는데,
중대장이 훈련소 생활 중 건의할만한 일을 말해보라는 자리였던걸로 기억한다. 그 동기는 손을 들고
"xx번 훈련병 노동자가 식사중 김치에 들어간 개구리를 반쯤 먹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내 주변은 이전 차수와 다음 차수들까지 섞여 웅성웅성 시끄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중대장은 조교들로 하여금
훈련병들을 진정시킨 뒤 나를 일으켜세워 중대장이 있는 연단 중간까지 나오도록 했다.
"그래, 개구리를 먹었다고? 김치안에 그게 들어가 있었어?"
"예 그렇습니다."
"개구리가 김치안에 들어가있는데 그걸 발견하지 못했다고?"
"파란 이파리에 덮여있어서 제가 못보고 먹은 것 같습니다."
술렁거림은 이내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심해져 있었고, 중대장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더니, 뜬금없이
"훈련소 생활이 사회하고 많이 달라 힘들지?"
라고 묻는 것이였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조금 힘들긴 합니다만 견딜 수 있습니다"
라고 조건반사적으로 이야기해버렸고, 중대장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니가 군생활이 힘들어 헛것이 보였나보다."
하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무슨 생각이였는지 "아닙니다. 헛것이 아닙니다. 반쯤 먹었습니다만 억지로 삼켰습니다."
하자 장내는 이내 탄식으로 물들었다.
중대장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다시 나를 보고는,
"그래 확인해볼테니 일단 들어가봐."
하고 나를 돌려보냈다.
그 이후 별일 없이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되었는데,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개인 신상을 기록하는 종이... 그 이름이 잘 기억안나는데 아무튼 그 종이에는 '환각과 환청이 들림' 같은 말과 함께
주의를 요망하고 어쩌고 하는 한마디로 관심병사가 되어 있었다.
어쩐지 주임원사부터 중대장 소대장까지 심지어는 선임들이 날 왜 그런눈으로 계속 보나 했다.
전역하기 한 두어달전쯤에 내 신상기록이 어떻게 쓰여있는지 궁금해 인사계 후임에게 말해 열어봤기에 알게 된 것이였다.
사실 그런 관심병사 타이틀은 일병 3호봉 쯤인가 되어서야 오해가 풀렸고 그전까지는 굉장히 힘들었다 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이후로 상말때까지 김치를 먹지 못했고, 병장을 달고 나서야 조금씩 먹었는데 지금도 포장김치 냄새나는 것만 보면
그때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며 젓가락이 잘 안가곤 한다.
그런데 그 중대장은 왜 내가 개구리를 먹었다는 것을 자꾸만 부정하려는 듯이 질문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