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을 길게 했을 때는 이 한몸 바쳐 한사람을 그리워했다. 갈망했다. 꿈에서 보고, 음악을 들으며 가사속에서 그대를 찾았다. 그 사람은 무엇하나 봐주지 않아도, 나는 그녀의 숨은 흑기사였다. 그럴 각오였다. 하지만 시간은 포기를 알려주었다.
새로운 사랑의 느낌이 왔을 때 나는 긴 짝사랑에 지쳐, 이젠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기로 했다.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고, 나를 꾸미고 어필했다. 그녀는 나의 몸부림에 눈치채지 못했고, 나는 자심감을 잃고 주저앉았다. 그 땐 짝사랑 때보다 심장이 뛰지 않고, 꿈에 나타나지 않는 그녀였기에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내가 그냥 외로웠구나..하고 자기합리화했다. 싹이 자라나기 전에 나는 짖밟았다.
젊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일상이 지겨워지고 나는 과거의 두근거림를 갈망했다. 살다보면 찾아오겠지 하는 새로운 인연도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그 갈망을 나 자신에 투자했다. 자신감이 생기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무렵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한 결과로서 나는 한국땅을 떠나야했다. 그녀에겐 떠나기전 고백하고, 고맙다는 소릴 들었다. 난 아직 사랑받을 만큼의 그릇이 되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투자했다. 성공적인 결정이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낯선 땅에서 새로운 두근거림을 느꼈다. 나는 이 두근거림을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미칠 것 같고, 친해지고 싶고, 함께하고 픈 애타는 감정을 즐기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절정에 달했을 때 그녀에게 고백하고, 나에겐 인생 첫 여자친구가 생겼다. 즐거웠다. 그녀 바로 앞에 내가 설 수 있고 볼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그녀는 웃어주었고 나는 천사를 보았다. 혼자서 선물을 고르는데도 받을 때를 상상하면 즐거웠다. 줄 사람이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그것은 착각이었다. 사귀기로 하고 만났는데 내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그녀는 말을 꺼냈다. 나는 또다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것.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고백을 받아드려도 두사람의 심장이 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마음을 닫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기로 했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를 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냥 그렇게 있으려고 했다. 1년이 흘렀다. 나는 혼자만의 세계를 살고 있었다.
빌어먹을 젊은 내 심장이 또 두근거리려고 한다. 약물치료라도 받아서 남성호르몬을 다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다. 근데도 자꾸 신경 쓰인다. 정신을 멤돈다. 연애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난 또다시 과거를 망각한다. 쓸데 없는 희망을 머릿속에서 만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