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있어 생일인 10월 29일은,
사랑하는 누나가 더욱 그립고 생각나는 그런 날입니다.
2010년 제 생일. 누나의 암 투병 때문에 얼렁뚱땅 식사만 하고 지나간 생일.
상황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축하받고 싶은 맘도 있었죠.
그런 제가 안쓰러웠는지 며칠 뒤, 위암 말기의 누나는 저를 데리고 백화점엘 갔어요.
기력도 없고 움직일 때 마다 너무 힘겹고 아팠을 누나는...
제가 장교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거든요.
전역하고 멋지게 하고 다니라고, 겨울에 춥지 않게 하고 지내라며
지갑과 패딩, 가죽점퍼를 사 줬습니다.
좋아하는 내 모습에 미소짓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저는 그 다음 해에도, 그 다음에도...
항상 그랬듯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걸 저보다 더 잘 알아주는 누나가
평생 그렇게 제 곁에서 저를 챙겨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니를 어릴 적에 여의고 작은 누나는 제게 어머니이자 친구였었거든요.
제 미래에는 항상 누나가 있었지요.
그게 제가 누나에게 받은 마지막 생일 선물이 됐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줄로 착각했을 때,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괴롭기도 했죠.
함께 백화점에서 선물을 고르던 그 날의 기억이
병으로 고통받는 누나와 걱정하는 제가 아닌...
철없는 동생과 그 동생을 한없이 챙겨주려는 누나로서의
마지막 추억이었던 것 같아요.
하긴 누나는 아플 때에도 저를 계속 챙겨주려고 했었지만...
누나 미안해. 누나 생각이 정말 간절히, 너무 시리도록 많이 나.
그래서 그게 두려워서 더 깊게 생각 안 하려고 노력도 해.
왜 더 많이 같이 있어주지 못했을까?
다 내려놓고 누나 옆에 있었어야 했는데...
누나. 보고싶다...
글 쓰면서 정말 오랜만에 눈물이 흐르네요.
...그냥 너무 사무치도록 그리워요.
제게 있어 생일인 10월 29일은,
사랑하는 누나가 더욱 그립고 생각나는 그런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