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합격하긴 했으나, 학비 부족으로 현재 휴학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입장이 되기 힘든 입장이긴 하지만 사시존치에 대한 논쟁이 로스쿨 무용론, 폐지론까지 나오면서, 좀 참담합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시민 입장에서 몇자 끄적여 봅니다.
1. 로스쿨은 학문의 깊이가 떨어지므로, 판/검사 양성을 위해 사시가 존치되어야 한다.
: 법학이 공학도 아니고, 학문의 깊이가 깊을수록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사법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법조문을 올바르게 적용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특정집단(기득권)과 수임료를 많이 낼 수 있는 계층(부유층)을 위해서 고도의 학문적 기술로 봉사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판/검사 양성을 위해서 소수 인력을 사시로 뽑을 경우 기존의 사법카르텔, 법피아 등을 근절시킬 수 없습니다.
2. 로스쿨은 금수저 대물림용. 사시가 폐지되면 서민들의 기회를 빼앗는다.
: 로스쿨에 기득권 출신의 자녀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나, 특별전형으로 사회적 약자계층이 전액 장학으로 입학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시 합격까지 보통 5~6년을 생각할 때, 이때 필요로 되는 비용과 수입이 발생하지 않아서 생기는 매몰비용을 생각할 때,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저 같은 흙수저 입장에서는 사시보다는 로스쿨이 훨씬 법조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사시가 더 싸게 먹힌다고 분석해서 내놓는 비용은 사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비용이라는 부분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예를들면 사시 십수년 공부하다가 포기하는 사람들의 비용은 통계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2-1.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 금수저들은 금수저 편을 들 수 밖에 없다.
: 2번 내용에서 파생되는 주장인데, 2에서 전제 자체에 대한 반론을 쓰긴 했습니다만,
좀 더 쓰자면, 흔히 주장하시는게 "개천에서 나는 용이 사라진다."
그런데 과연 그 개천에서 난 용은 얼마나 그 개천을 위해서 봉사했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천에서 난 용으로 대표적인 분이 로스쿨을 만든 노무현 대통령, 홍준표, 강용석이 있는데요.
홍준표, 강용석은 학벌자체는 좋았으나, 집이 무척 가난해서 대표적인 개천에서 난 용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졸출신으로 판사까지 되었으나, 학벌/지연으로 뭉쳐있는 법조계에서는 결국 용이 되지 못합니다.
변호사 시절에도 그 용들(공안판사, 공안검사)와 싸웠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용들(검찰)과 싸웠습니다.
그래서 사법개혁의 최종방점으로 로스쿨을 생각하신 거구요...
용이 된다는 것은 홍준표나 강용석처럼 그 용들 사이에 편입된다는 것이고, 그 시점에서 이미 개천을 위해 봉사할 수 없는 위치가 됩니다.
어째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개인의 신분상승을 위해서 우리의 세금이 쓰여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로스쿨에도 폐단은 많습니다.
고위직 자제들이 입학과 재학시 특례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최근에는 고졸 출신 사시 합격자가 거의 없긴 하지만, 로스쿨은 기회 자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
학비가 비싸서(일반 대학원 학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생활보호대상자에 들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에게는 어렵다는 점.
입학시험에서 스펙을 많이 보기에, 스펙을 쌓기 편한 금수저들이 유리하다는 점.
LEET(법학적성시험) 시험의 적합성 논란.
기존의 사시 준비하던 분들을 구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
변호사가 많아져서 현재의 고용환경에서는 고학력 룸펜을 대량 양산할 수도 있다는 점.
하지만 이러한 폐단은 사법시험을 존치할 경우에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또한 사시존치는 사법계의 이너서클을 없애자는 기본적 취지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립니다.
로스쿨의 폐단을 없애려면 로스쿨 제도 자체를 개혁해야 하는 것이지 사법시험 존치를 한다고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