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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기사] 문재인이 내년총선에 끝까지남아야하는이유
게시물ID : sisa_6316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재인.
추천 : 4
조회수 : 60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2/08 13:12:49
기사는 2014년 8월7일날 쓰인기사입니다. - 김한길.안철수물러나고 비대위체제일떄나온기사=
 
 
익숙한 패배 뒤로 익숙한 반성이 쏟아졌다. 7·30 재·보선에서 11대4 참패를 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다각도로 패인 분석을 내놓았다. 공천 파동을 불러온 계파정치의 폐해와 취약한 리더십, 지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당 조직력, 지나친 우클릭 혹은 좌클릭….

하나같이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 얘기다. 2004년 총선 승리 이후 연전연패의 역사가 10년 동안 쌓인 탓에 반성도 일종의 습관이 되었다. 이제는 “야당이 질 때 나오는 얘기 중에 새로운 건 ‘좌클릭이 패인’과 ‘우클릭이 패인’밖에 없다. 그건 방향이라도 질 때마다 바뀌잖아”라는 자조 섞인 우스개마저 들린다.

진짜 숙제를 해결하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야당은 늘 계파정치에 발목이 잡히나? 왜 야당은 늘 리더십이 취약한가? 왜 야당 조직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나? 왜 야당은 선거 때마다 ‘좌클릭 패배’와 ‘우클릭 패배’를 반복하나?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친노는 비노를, 비노는 친노를, 486은 중도실용파를, 중도실용파는 486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들만 제거하면 야당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리라 주장했다. 그렇게 해서 야당에서는 끊임없는 리더십 교체가 일어났지만, 지도부의 면면과 노선은 바뀌어도 문제는 똑같았다. 현재 야당이 직면한 비판은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이 받았던 비판과 판박이다. 사람을 바꿔서 해결을 하겠다는 발상은 근본적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야당 안팎의 진지한 관찰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출발점이 있다. 야당은 ‘게임의 규칙’이 없는 정당이다. 당 대표 선거, 지방선거, 총선, 심지어 대선까지, 당내 경쟁의 규칙이 그때그때 다르고, 대체로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야 정해진다.

어떤 정치 신인이 야당에서 성장하고 싶어도, 무슨 규칙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 할지가 지극히 불투명하다. 그가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고 싶다면 지역 조직을 다져야 하나 여론조사용 인지도를 쌓아야 하나 모바일 투표를 해줄 우군을 모아야 하나? 아무도 모른다.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고 계파 간 세력균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공천 규칙은 늘 요동친다. 야당의 정치인들에게는 지독한 불확실성이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계파정치가 강력해진 이유

그나마 불확실성이 적은 요소가 있다. 계파 보스다. 제도는 출렁거려도 사람은 실체가 있다. 때문에 공천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다음 선거 때 자신을 챙겨줄 만한 계파 보스를 골라서 충성서약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 된다.

이런 식으로 형성되는 계파정치는 3김 시대의 보스 정치와는 성격이 또 다르다. 보스 정치가 끈끈한 인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최소한의 지속성과 예측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라면, 지금의 야당이 보여주는 계파정치는 이해관계에 따라 들고나는 계약모델에 더 가깝다. 이합집산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보스정치보다도 더 불안정한 체제가 된다.

야당의 한 당직자는 다음 전당대회에서 어느 후보에 ‘줄’을 댈지 고민 중이다. “내가 성향으로 보면 손학규 쪽이 맞는데 정계 은퇴를 해버리기도 했고, 개인 인연이 많은 정세균계가 어떨까?” 그는 자조적으로 덧붙였다. “여기는 줄 없이 자기 전문성만으로는 오래 못 버티는 구조다.” 계파정치는 국회의원을 넘어 당직자까지 집어삼킨다.

제도의 불확실성은 당내 자원이 계파 보스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도록 강제한다. 이런 구조적인 힘이 버티는 한, 자발적인 계파 해체 선언은 공수표에 그치기 마련이다. 대선 후보를 지낸 문재인 의원은 “당내에 친노·비노 구분은 없다”라고 여러 차례 선언했다. 2013년에 486 인사들도 계파 해체를 선언한 바 있다. 둘 다 사실상 빈말이 되었다.

강력한 계파정치와 취약한 리더십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런 구조에서는 당 지도부라고 해도 한 계파 수장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야당은 대선이라는 전쟁 국면에서도 이해찬 당시 당 대표를 사퇴시킨 적이 있다.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도 반(反)지도부 성향 의원들의 조직적인 공천 반발이 지도부를 흔들었다.

제도의 불확실성은 계파를 강화하고, 강한 계파는 리더십을 약하게 만든다. 정반대 성향으로 지도부가 교체된다 해도 이 구조만은 고스란히 남는다. 김한길 전 대표는 흔드는 역할(최고위원직 사퇴로 이해찬 대표를 압박했다)과 흔들리는 역할(7·30 재·보선)을 불과 2년도 안 되어 모두 경험했다.

제도의 불확실성은 또 다른 치명적인 효과로 이어진다. 다시 야당 정치 신인의 관점으로 돌아가 보자. 이 신인은 계파에 투자하는 것이 풀뿌리 조직을 닦는 것보다 훨씬 남는 장사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영남에서 지역정치 활동을 하다 포기하고 상경한 한 야권 인사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바닥을 기는 정치인에게는 둘 중 하나가 필수다. 돈이 무한대로 많거나, 내가 하고 있는 이 ‘맨땅에 헤딩’이 결국에는 보상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거나. 지금 당 구조에서는 그 확신이 안 드니까 마음이 버티지를 못하더라.”

당의 풀뿌리 조직이 살아나기 쉽지 않다. 야권은 갈수록 취약해져가는 호남 향우회를 대체할 풀뿌리 조직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신 SNS 등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고학력·정치 고관심층의 의견이 과대평가된다. 이러면 당이 민심과 유리되기 쉽다.

그래서 선거에 패배하면, 그때마다 이른바 ‘좌클릭·우클릭’ 논쟁이 벌어진다. 튼튼한 뿌리가 당을 제대로 구속하지 않기 때문에 당의 핵심 가치와 노선마저 선거 주기를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 ‘말바꾸기 정당’ ‘못 믿을 정당’이라는 평가를 듣기 쉬운데, 유권자에 이런 인상을 준 것은 야당이 고전하는 중요한 이유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갑수 대표는 “좌클릭·우클릭 논쟁은 본질이 아니다. 문제는 충분히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것이다. 야당은 한국 사회의 고단한 사람들, 즉 비조직 노동자,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 이런 이들을 모아오는 정치인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고 믿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떠들썩했던 모바일 투표는 어디로 갔나

예측 가능한 제도는 중요하다. 계파, 리더십, 풀뿌리 조직, 노선 혼선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어도, 이 문제를 푸는 유력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10년째 이어오는 야당의 기풍은 오히려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게임의 규칙을 결정하는 것이 야당의 전통이 되었다. 계파별로 이해관계를 조정할 필요 때문이기도 하고, 제도 자체를 선거 전략의 한 요소로 여기는 경향도 강하다. 어떤 제도로 어떤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흥행이 될지, 본선까지 가는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를 우선 고려한다. 흥행에 목마른 언론도 사실상 이를 부채질한다. 이러면 제도는 코앞의 선거를 고려한 ‘일회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가 바뀌면 게임의 규칙 역시 당연하다는 듯 바뀐다. 2012년 이해찬 지도부의 대표 브랜드였던 모바일 투표는 김한길 지도부 들어 사라졌다. 제도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계파 유불리를 따지는 목소리는 높아도, 제도 자체의 예측 가능성이 정당에 중요하다는 지적은 듣기가 쉽지 않다. 야당에 진정으로 결핍된 것은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합의’다.
정당의 제도화 수준이 높으면 권력투쟁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리더십의 정당성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제도가 당 소속 정치인을 계파 보스 대신 지역구민에 집중하도록 ‘아래를 향해’ 설계되면, 계파정치를 완화시킬 수도 있다. 출판사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정치학 박사)는 “제도화의 수준은 정당의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여당에 비해 야당은 이 대목에서 특히 뒤처져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 지도부가 번듯한 제도를 만들기만 하면 해결이 되는 것일까? 간단하지 않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단시일에 형성되지는 않기 때문에, 계파 보스를 위한 충성은 여전히 개별 정치인에게 ‘합리적인 전략’일 것이다. 이러면 선거가 다가올수록 유불리에 따라 제도를 흔드는 계파의 압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제도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의 시험을 견뎌야 한다. 새누리당이 어떻게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쌓아올렸는지 보자.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홍준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혁신위원회를 띄운다. 홍준표 혁신위는 당원과 국민 의사가 50대50으로 반영되는 대선 경선제도를 만들었다.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로 구성된, 이른바 2:3:3:2 경선룰이다.
 
리더십의 지원이 뒤따랐다. 박근혜 대표는 본인의 정치적 이해를 어느 정도 희생한 덕에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일반 국민 참여를 절반까지 보장하는 새 제도는, 당을 장악했지만 여론에서 뒤지던 그녀에게 불리한 제도였다. 이를 박 대표가 수용하자 제도는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이 상향식 경선 룰은 지금까지도 새누리당 공천의 기본 제도다. 대선과 광역단체장 후보자 선출의 틀이고, 국회의원 공천에도 당원 대 국민 5대5 원칙으로 원용되었다. 모든 공천이 완전 상향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제도의 예측 가능성은 10년 세월 동안 공고해졌다. 김무성 신임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라고 공언한 상태다.
이러면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 생긴다. 지역을 다지는 정치인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이 된 유의동 의원(새누리)은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10년 동안 지역 표밭을 다져 새누리당 경선을 뚫어냈다. 본선에서도 이 지역 3선 의원 출신인 정장선 후보를 꺾었다.

제도가 시행되고 시간이 흐르면, 그 제도에 맞춰 정치를 준비한 인물들이 늘어나게 된다. 일정 단계가 지나면 이들이 거꾸로 제도의 버팀목이 된다. 지금껏 투자해온 정치적 자산을 지키기 위한 ‘제도 수호 세력’이 되는데, 중앙당도 지역 기반을 가진 이들의 이해관계를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이미 이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이 많다.

결국 제도화의 초기 경로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언젠가부터 야당은 제도 바꾸기를 선거 전략의 한 요소로 간주해서, 제도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경로로 접어들었다. 이 경로를 따라 계파정치는 강화되고, 리더십과 풀뿌리 조직은 취약해졌다. 이는 다시 제도화를 어렵게 만든다. 악순환이다. 반면 여당은 2005년 이후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왔고, 이제는 정치·문화적으로 제도를 흔드는 쪽이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하는 단계까지 진입했다. 이러면 현행 제도를 기준으로 자원을 투자한, 제도의 안정성을 원하는 이들이 당내에 두텁게 쌓인다. 선순환이 걸린다.

이미 악순환 경로에 들어와 있는 야당이 선순환 경로로 라인을 바꿔 타려면 꽤 큰 초기 에너지가 필요하다. 야당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계파 수장들이 모여 ‘게임의 룰’에 대한 합의부터 하고 그 다음에 당대표를 뽑자”라는 주장도 들을 수 있다. 일종의 ‘제헌의회’를 꾸려서 당헌상의 공천 조항에 권위를 부여하자는 아이디어다. 당권을 노리는 계파 수장들이, 당권의 핵심인 공천권에 제약을 두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결국 차기 당 대표의 리더십으로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박상훈 대표의 의견이다. “물론 차기 대표 본인은 상처가 클 것이다. 자기 희생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누가 됐든 당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대표로 나서서 제도를 만들고 시간의 시험을 버텨줄 수만 있다면, 이것이 단기적인 선거 결과보다도 중요한 문제라는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면, 야당도 선순환 구조로 들어서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10년 전 한나라당에서 이 물꼬를 텄던 리더는 지금 청와대에 있다.
 
 
 
 
출처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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