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실천하는 중립'과 '방관자의 중립'을 혼동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적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도 제가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선배에게 들은 겁니다만.
'방관자의 중립'은 말 그대로 사태를 방관하고 판단을 유보하는 길입니다.
이 길은 매우 편하고 사실 욕을 먹을 일도 거의 없습니다.
더불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때때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방관하고 있기 때문에 불우한 사고에 가까운 정도죠.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방관자의 중립은 '대세에 묻혀 가는 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길을 진정한 중립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진짜 중립은 다릅니다. 중립을 '관철'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힘든 일입니다.
우선 '중도'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라 어떤 사람이 '좌파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전혀 좌파적이지 않을 때도 있고, 어떤 사람이 '우파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전혀 우파적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사회, 경제, 윤리, 도덕, 종교, 국제, 외교, 정치, 철학적인 입장에 있어서도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즉 '중립'을 자처하기 위해선 우선 각자 모두 다른 기준을 모아놓고 '진짜 중도'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중도를 찾는 작업은 매우 지난한 일이라 결코 간단하게 성사될 수 없습니다.
힌트가 있다면 우리 인류의 진보가 낳은 '자유, 평등, 박애, 민주, 인권' 등등의 가치에 비추어 보는 일이 있겠군요.
깨달은 다음은 그것을 관철할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냥 알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비난합니다. 그 비난은 지당한 일입니다.
단지 알기만 할 뿐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테니까요.
이 중립을 실천하는 길 또한 강물을 거스르는 것처럼 괴롭고 힘든 길임이 틀림 없습니다.
'중립이 무엇인지 알게된 자'에게 있어서 세상은 '전혀 중립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저는 좌파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극히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중립을 지키고 있다'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지극히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저는 우파의 입장을 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느 때든 '중립의 가면'을 쓰고 모든 것을 방관하는 자는 항상 있었습니다.
그런 자들은 항상 '나는 중립을 지키고 있다'라고 자기합리화를 합니다.
그런 말을 인정하고 스스로 중립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진정한 중용, 중도, 중립은 방관하는 자에게 있지 않습니다.
'중립을 지킨다'라는 말은 '기울어져 있는 세상을 바로 세운다'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워 중립이 무엇인지 알고, 세상이 기울어져 있는 걸 깨달았다면, 실천하십시오.
그것이 진정으로 '중립을 지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