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사이에 내려앉아
몽글몽글한 유리조각들을
하나하나 실타래에 꿰어맞추는
나는 설빔 없는 작은 아이
유리로 된
색동 설빔을
입고
하늘과 땅 사이에 내려앉아
몽글몽글한 유리조각들을
하나하나 실타래에 꿰어맞추는
나는 신발 없는 작은 아이
유리로 된
오색 운동화를
신고
하늘과 땅 사이에 내려앉아
몽글몽글한 유리조각들을
하나하나 실타래에 꿰어맞추는
나는 사람 없는 작은 아이
유리로 된
정든 사람을
안고
하늘과 땅 사이에 내려앉아
몽글몽글한 유리조각들을
하나하나 실타래에 꿰어맞추는
나는 갈 길 없는 작은 아이
유리로 된
익숙한 길 위에
서서
그러나 다시 걸음을 떼기 시작했을 때
나는 여전히
색깔도 온기도 없는 메타포의 뜨개질에 불과했음을
조각나 가루가 된 유리들이
바람에 흩어져 간다
두 눈에 박힌 유리 조각들이
얼어붙어 가슴으로 녹아내린다
<유리밭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