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담배피는 남자..
게시물ID : humorbest_631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딩
추천 : 23
조회수 : 2703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10/07 08:58:02
원본글 작성시간 : 2004/10/06 20:26:23
그는 골초였다. 
힘들때도 담배를 피웠고
기쁠때도 담배를 피웠다. 

그의 인생에서 
담배는
가장 친한 친구인 셈이었다. 

그런 그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착한 여자였고
항상 밝은 여자였다. 

여느 여자들이 그렇듯
그 여자도 담배피우는 것에
그렇게 이해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번도 
그에게 담배를 끊으라 하지 않았다. 

"담배 좀 줄여 바보야..
너 그러다 몸 망가져.."
라는 식의 걱정어린 말만을 그녀는 되풀이할뿐이었다. 

"이 좋은걸 왜 끊냐?! 바보~"
라는 식의 장난어린 말만을 그는 되풀이할뿐이었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작은 선물을 했다. 
'라이타'였다. 
그녀의 작은 월급을 털어서
아주 좋은 라이터를 산 것이었다. 

"어?! 니가 왠일이야?!
이거 비싼건데..
너 이거 사서 나 담배 많이 피우라는 거야?!"

"아니.. 그냥.."

그녀는 그말밖에 하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흘렀고
그와 그녀의 사랑은 깊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레 그녀는 연락을 끊고 
그의 곁을 떠났다. 

수없이 울리는 통화연결음.
부재중이라는 안내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안내음.
그 모든 것은 그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모르겠다는 친구들의 대답들.
그 대답은 그를 더욱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은 지나고
그는 다른 사람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의 기억속에 
서서히 잊혀져 갔다. 

세월이 지나고 지나 
그는 번듯한 직장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한통의 낡은 편지 한통을 받게 된다. 

.
.
.
.
그녀가 보낸 편지 였다. 

그녀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어릴적 부터 기관지가 좋지 않아
항상 숨이차고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단 한번도 힘들다고 하지 않았다. 
뿌연 담배연기가 
그녀의 여린 가슴을 차고 들어와도
그녀는 단 한번도 아프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 
그녀의 가슴엔
작은 암덩어리가 
커다랗게 자라나
온 몸에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그를 조용히 떠나고 말았다. 
점점 조여오는 죽음의 고통을 밀어내며
그를 떠나고 말았다. 

그녀는 착한여자였고
바보같은 여자였다. 
자신의 아픔보다는
그를 더 소중히 여기는
바보같은 여자였다. 

그래서 그녀는 라이터를 그에게 주었다.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물건.
자신을 떠올릴 수 있는 물건.
그건 바로 라이터였다. 

그는 몰랐다. 
그녀의 작지만 큰 배려를..

편지에 적힌
과거의 진실을 읽는 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자신의 책상서랍속에서
깊숙히 자고 있던 라이터를 꺼내었다. 

말없이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인 그..

떠나간 그녀에 대한 미련.
그녀에 대한 미움.
그리고 못난 자신에 대한 분노.

그 모든 것을
담배 연기에 태우는 그였다. 

바보처럼..
바보처럼..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