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만드는 것은 고뇌끝에 결국 결단하는 외로운 정치인의 이미지이다.
누구와도 의논하지 못하고 고독하게 어둠 속에 며칠간 앉아있다가 주먹을 부르르 쥐며
뭔가 결심을 굳히는 남자
그래서 모두가 쉬고있는 일요일에야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기자들을 불러모아
어렵게 얻은 자신의 결단을 처연한 표정으로 낭독한다.
물론 그러기 전에 모든 사람들은 안철수의 결단을 일정기간 노심초사 기다려야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안철수의 의중을 헤아리고 파악하고 비평하고 논의하고
그리고 예상하고 그 예상대로 될때의 파급효과와 향후대책까지를 또 논의하고 예상한다.
나는 이제 안철수가 좀 지겹다.
일요일마다 기자들이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그의 앞에 모여앉아
대단치도 않은 그의 결단들을 뉴스화하고 그것들이 쉴새없이 매체에 오르내리고
안철수는 이번엔 어떻게 결정할까?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마 이렇게 저렇게 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이 좀 피곤하다.
안철수씨
당신이 골방에 앉아 혼자 고뇌하는 모습 하나도 안멋있어요.
정치는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고 관계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하는거지
모든 것을 갖춘 초인이 혼자 고뇌하고 결단하면서 하는게 아닙니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혼자 정치하는 사람, 우리는 안그래도 충분히 겪고 피곤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들 좀 그만 피곤하게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