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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오, 마라!
게시물ID : readers_89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1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9/22 10:57:58
 
 
 
 
오, 마라!
 
 
 
 
                                                                                                                                                                                                                                 알 수 없다,
 
 
너를 부둥켜안고 춤추던 밤이 있었지. 탁자에 부딪히는 사람들 소리, 술병 구르는 소리, 잔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우리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흐르던 음악. 라 쿰파르시타에 맞춰 우리는 출 줄도 모르는 탱고를 췄지. 마라, 네 표정 없는 얼굴과는 달리 네 눈빛은 용광로 같았지. 마라, 아직도 나는 그 밤 네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기억하고 있지. 꼭 다문 조개처럼 도톰하고 매끄러운 너의 입술. 그 위로 나는 지치지도 않고 미끄러졌었지. 사람들은 박자도 안 맞고 흉내도 못 내는 우리의 탱고를 보며 웃었지. 하지만 우리는 상관없었지. 우리는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었으니까.
마라, 그 날 네 빛나던 구두 위에 솟은 다리로 얼마나 많은 눈동자가 붙었는지 너는 모르겠지. 너의 다리가 서툴게 춤췄어도 네 다리는 눈이 부셨어. 아니, 비너스도 너의 다리를 보면 울고 갈 만큼 아름다웠지. 로뎅이 조각을 해도 네 다리는 절대 만들 수 없을 만큼. 내게서 멀어졌다 다가오는 너의 얼굴, 내 다리와 엇갈릴 듯 요리조리 빠져나가다 가끔 부딪히기도 했던 그 다리 때문에 나는 아팠다. 그 밤이 너와의 마지막 밤이라는 사실보다 더 아팠다.
 리피트 해 놓고 우리는 물집이 생길 때까지 탱고를 어설프게 췄었지. 그 밤,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었지. 술을 마실 때도, 춤을 출 때도, 심지어 샤워를 할 때도. 마라, 네 발갛게 부어있던 발이 귀여워 나는 자꾸만 웃음이 나왔었다. 발그라니 부끄러워하는 네 얼굴이 거기에도 있는 것만 같아서. 오, 마라, 지금도 네가 옆에 있다면 나는 네 다리보다 먼저 그 발에 입 맞추겠어.
아직도 너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마라, 내 사랑했던 여인아. 그 밤이 지나면 나를 영영 떠난다고 너는 울면서 말했지. 슬픔의 바닥 위에 놓인 열정적인 탱고를, 그렇지만 그 열정도 드러내면 안 되는 탱고음악과 춤이 좋다며 탱고를 추자했었지. 마라, 너의 손은 처음에는 따스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차가워졌어. 언젠가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식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지.
사람들이 가득했던 바를 나와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눈만 바라봤었지. 그리곤 내 집으로 왔었지. 마라, 너는 눈물 가득한 손바닥을 내게 주었고, 나는 손이 미끄러질까 여느 때보다 꽉 쥐었지. 네 손가락이 으스러질 정도로. 네가 아프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차라리 아픈 사랑보다는 나을 듯 해 그대로 걸었지.
우리는 집에 온 뒤 게리 무어의 '엠피티 룸'을 크게 틀고 미친 듯 껴안고 블루스를 췄지. 네 두 손과 내 두 손이 맞잡혀 있었기 때문에 너는 활처럼 어깨를 뒤로 젖히고 있어야 했었지. 마라, 네가 없는 내 방은 정말 엠피티 룸이야. 오오, 마라. 어떻게 하면 시간이 꼼짝도 못하게 망치질 할 수 있을까 내내 그 생각뿐이었지. 아침이 오면 네가 가야 할 텐데, 시간은 벌써 4시를 향해 가고 있었지. 밤이 끝나고 있었지. 마라, 내 사랑하는 여인.
네가 처음 내게 왔던 날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 사실 네 몸매는 아름답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삐쩍 마른 여자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안 갔어. 제일 처음 내 눈에 들어온 네 다리를 기억해. 부드럽게 살찐 허벅지, 곧고 긴 종아리가 떠받치고 있는 풍선처럼 부푼 가슴 위로 네 입술이 선홍빛으로 빛나고 있었지. 립스틱도 립글로스도 바르지 않은 입술. 윗입술은 고집처럼 뚜렷한 산을 그렸고 뾰로통한 듯 살짝 젖혀진 아랫입술이 자꾸만 나의 시선을 당겼었지.
네 눈은 인공위성이 찍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달 같았어. 나는 달의 뒷편을 생각하며 너를 들여다봤었지. 마라, 너는 이제 기억하지 못하겠지. 네가 나에게 몸을 맡겼던 그 때를. 알고 있었지. 너는 내 여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는 내 웨딩샾을 찾아 왔던 손님이었으니까. 처음이었지. 여자에게 한 순간에 반한 일은. 네 웃음은 음계가 높았어, 마라. 천박하지 않게. 그런데도 내가 처음 반한 여자가 내가 가질 수 없는 여자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지. 놀랐을 법도 한데 너는 내 얼굴로 손가락을 가져와 말했지. 눈물을 참으면 병이 된다고. 아, 마라, 내 여인, 내 사랑, 나를 가져간 사람. 네가 약혼식에 입을 드레스를 골라 가봉할 때까지 나는 벌게진 눈으로 토끼가 되어 있었지. 그 날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헤어질 일도 없었을 텐데, 마라, 내 아름다운 천사, 당신의 잘못이었을까. 그 날 저녁, 술을 마시며 미니스커트 아래로 빛나는 당신의 다리가 담긴 구두를, 당신의 입술을 훔치는 술잔을 내가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당신은 모르겠지. 우리는 밤이 이울도록 술을 마셨지. 마라, 그 때 나는 알았지. 네가 어떻게 내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는가를. 너는 아름다운 나이. 27살.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겠지만 그래도 너와 네 약혼자의 집안은 너무했다. 마라, 소름끼치도록 늙은 남자에게 안겨 있을 네가 서러웠다. 어쩌자고 네 아비와 어미는 너를 담보로 돈을 빌렸을까. 하지만 너는 얘기하지 않았지. 어쩌면 그 늙은이가 너를 잡아채기 위해 네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는 어쩌자고 도망도 치지 않았을까. 너도 풍족한 생활이 그리웠었나. 풍족한 생활은 나도 해 줄 수 있는데, 마라, 그렇지만 너는 나를 택하지 않았지.
나는 술기운을 빌려 네 벌어진 입술을 내 입술로 막았다. 탱글탱글한 네 석고처럼 하얀 치아를 핥을 때 뱀처럼, 그러나 머뭇머뭇 춤추던 네 혀. 아, 정신이 아득해져 나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했었다. 마라, 우리는 그 밤을 서로에게 내어주었지. 둥그스름한 배가 부끄럽다고 자꾸 이불 속으로 몸을 감췄지만, 마라, 나는 너의 그 둥근 배가 무덤처럼 편했다. 오, 나의 신부. 우리의 첫날밤이 너의 첫날밤이었음을 양귀비 피어난 시트로 알 수 있었다.
마라, 다시 춤을 추자. 너는 여전히 네 목을 쓰다듬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의 시간은 계속 달려가고 있지만, 마라, 너는 그 날 시간을 붙들어 맸잖니. 내 여인, 내 사랑, 차게 식은 손도 나는 춥지 않아. 마라, 아무것도 보지 않는 네 망막에 나를 새기고 싶어. 마라, 말했었지.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와 헤어지는 시간이 무섭다고. 마라, 이제는 슬프지도 힘들지도 않지. 나는 네 곁에, 너는 내 곁에 이렇게 가까이 있잖니.
우리 춤을 추자. 손을 줘. 네 푸르도록 하얀 손을. 외로움으로 딱딱하게 굳은 네 다리도 내게 줘. 미안해, 마라. 너를 못 보는 시간이 너무 많았어. 나는 계속 웨딩샾에서 신랑 신부들의 드레스와 턱시도를 디자인해야 했어. 이해해 줘. 그건 어쩔 수 없었어. 너를 만나기 전부터 약속했던 일이었거든. 마라, 그날처럼 춤을 추자. 내 따스한 목을 쥐면 네 손이 따뜻해질 거야. 마라, 너의 혀는 벌써 나를 맞이하러 나와 있구나. 마라, 네 혀도 차갑다. 내 혀로 부드럽게 녹여줄게.
마라, 그 날 네가 돌아간다고 하지만 않았다면, 자꾸 나를 밀쳐내려 하지만 않았다면 너는 지금쯤 결혼예물을 고르러 다니고 있었겠지. 우리는 처음 만난 날 탱고를 췄지. 처음이자 마지막인. 네가 화장실에 갔을 때 해시시를 넣었지. 사실 조금 걱정도 됐었어. 해시시는 도구를 사용해 흡입하는 게 제일 효과가 좋은데, 술에 타면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 몰랐거든.
비틀거리는 너를 안고 탱고를 추듯 술집을 빠져 나왔을 때 너는 집에 가야겠다고 했지. 내가 한 부탁을 너는 잊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 마라? 오늘만큼은 내가 계속 손을 잡고 있게 해 달라던 내 부탁 말이야. 그런데 너는 택시 정류장 앞에서 내 손을 자꾸 뿌리치려고 했어. 그러면서도 내게 안겨왔지.
너는 어딘지도 모른 채 나와 블루스를 추는 내내 자꾸 품을 빠져 나가려는 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마라, 사실 나는 화가 났었지. 그럼에도 나는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아 너의 목을 힘껏 안았지. 마라, 너의 손이 너를 쥐고 있던 그 황홀한 풍경을 너는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아쉽다. 지금까지 그토록 세게 안은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야. 내 아름다운 인형. 너의 손을 잡고 샤워를 시키고, 점점 굳어가는 너를 안았지. 마라, 너는 아름다워. 파르랗도록 하얀 네가 아름다워. 마라, 기다려. 노래를 틀어야겠어. 뮤즈의 노래를. 마라, 들려? 이 노래가? 자, 네 차가운 손으로 이제 나를 재워 줘, 마라. 우리는 이제 누구도 떨어트릴 수 없을 거야. 마라, 조금 뜨거워도 참을 수 있을 거야. 봐, 이 황홀하게 출렁이는 불의 춤을. 마라, 내가 그토록 기다려 온 여인. 당신이 늙어가고 다른 남자 품에 안기는 것을 나는 볼 수 없어. 견딜 수 없었어. 어릴 때부터 그려 온 내 이상형의 여인. 당신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당신은 내가 다섯 살 적, 나를 버리고 간 어머니와 너무나 닮았어. 아니, 어머니보다 더 아름다워. 오, 마라, 나는 당신의 개가 되어 당신 발꿈치 아래 잠들겠어. 조금 뜨거워도 참아. 가스를 틀어놨어. 순간이야, 마라. 잠시면 돼. 어머니는 내 고추가 나라며, 네가 태어난 고향을 잊지 말라며 자신의 사타구니에 나를 집어넣곤 했었지. 어머니가 집을 나간 이후 나는 고향을 잃어버렸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노래 알아? 몰라도 괜찮아. 마라, 네가 내 옆에서 이렇게 확고부동하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해. 아무리 섹시한 여자를 만나도 내 성기는 서지를 않았어. 마라, 남자가 성행위를 할 수 없다는 말이 뭔지 너는 모를 거야. 다른 남자들은 포르노를 보며 자위한다지만, 나는 그걸 봐도 아무런 흥분도 느낄 수 없었지. 어머니가 남긴 유일한 사진 한 장. 내가 행복함을 듬뿍 느끼고 있는 얼굴로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 사진, 그것만이 나를 흥분 시켰지. 물론 지금의 어머니는 쭈글쭈글한 젖을 가지고 있을 거야. 하지만 마라, 너를 본 순간, 내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너는 모를 거야. 괜찮아. 이제는 알 테니까. 마라, 이제 나는 담배를 피워야겠어. 너를 안고. 나는 한 모금도 필 수 없겠지만, 그런 일은 별 상관없어. 마라, 너를 안고, 너는 나를 안고 있다는 지금이 중요할 뿐이야. 마라, 나를 놓치지 마. 너를 껴안고, 너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묻으며 담배를 삐뚤게 물고 있어. 너의 자궁이 나를 받아주고 있어. 오, 마라, 내 사랑, 내 고향, 너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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