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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군와이스 민원사태를 보고 예비역 중위가 쓴 글
게시물ID : military_633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남만세
추천 : 13
조회수 : 1381회
댓글수 : 39개
등록시간 : 2016/06/27 16:46:05

상당히 자세하고 정확한 글이라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글쓴이의 동의를 얻고 가져왔습니다.특히나 마지막 문단에서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기본군사훈련단에서 12주동안 훈련을 받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외적군기'였다. 대충 보아도 알다시피 복장, 경례, 언행 등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군 복무를 할때의 내적 자세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복'이라는 겉모습이 있기 때문에 이 '외적군기' 또한 중요하다고 배웠고, 또 그렇게 3년을 군인으로서 (최소한 군복 입었을때는) 보내왔다. 각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싶은 말은 17사단 병사가 잘못했다는건 아니고 이 '외적군기'를 정말로 그릇되게 이해하고 꼰대처럼 구는 민원인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1.
해당 기사에서 볼 수 있듯 해당 경기는 SK와이번스에서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해서 공식적으로 17사단을 초청하여 행사를 진행한 경기였다. 당연히 저 장병도 지휘관 인솔 하에 왔을 것이고, 군복 입은 군인으로서의 최소한의 통제를 받아 경기를 관람하러 온 것이다. (무대에 올라간 장병이 생활관이나 부대 행사에서 이 춤을 연습했고 그게 장병들 사이에 알려져 올라가자는 여론이 형성됐을 것 같다. 뭐 이건 추측이다만...) 무대에 올라서기 전 분명히 인솔 간부의 허가를 받아 올라가는 것이 절차이고 기사에서 '장교의 묵인'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기사를 신뢰하고 넘어가보자.

결국 이 장병을 포함한 17사단 장병들은 '문화활동'을 위해서 '단체로' 경기장에 방문한 것이다. 작전을 펼치던 장병이 저런 춤을 추었다면 당연히 군 위신 실추를 물을 수 있겠지만, 사기 진작을 위한 '문화활동'에서 저 정도의 행동은 당연히 허용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외적군기' 라는게 문화활동 같은 때에도 각잡고 앉아있으라는 내용이 아니다. 민원인을 비롯해서 저게 군 위신 실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신들도 스트레스 풀때 투철한 직업정신을 바탕으로 소위 말하는 '품위'따위 차려가면서 푸는게 아니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게 '외적군기'라면 우정의 무대, 청춘 신고합니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장병들 다 징계감이다.

2.
제복을 입고 미디어에 나와야 하는 경우 거쳐야하는 절차가 각 군 규정으로 마련되어 있다. 매체의 규모나 형태에 따라 승인권자가 달라지기도 하고, 그에 따른 지침도 하달받아 출연하는 것이 일반적인 규정이고 절차이다. (그래서 작년 말에 섭외가 들어온 1대100 최후의 1인 리턴즈를 공군본부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출연할 수 없었다. 젠장) '외적군기'나 '군 이미지'는 위에서 언급했으니 넘어가고, 해당 장병이 미디어에 노출 될 준비(?)가 되었냐 하는 부분인데... 이 장병이 의도한 것은 함께 관전하는 장병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했을 뿐일 것이다. 이 부분이 불확실하더라도 확실한 점은 이 장병이 TV에 노출되고 싶어서 올라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규정을 적용하기는... 뭐 그렇다.

3.
(외적군기의 일부이지만 언급을 안했으니) 실외탈모, 즉 탈모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는 영내에서 건물 밖 또는 허용된 지역 외부, 차량 밖, 기차나 (영외의) 대형 건물 내를 이동하는 경우 등이다. (생각해보니 경기장에 대한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혹자들은 고척돔이었으면 탈모얘기가 안나오지 않았겠냐고 하지만, 경기장에 대한 규정이 없지만 엄밀히 따지면 고척돔도 대형건물에 속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탈모가 금지이다. 다만, 작전중 장병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 휴식 때이거나 이날과 같은 상황에서는 지휘관의 허가 하에 탈모를 할 수가 있다.

다시 한번 돌아보자면 이 장병은 혼자 온 것이 아니고 17사단 행사 차원에서 '단체로' 경기장에 입장한 것이다. 경험적 차원에서 탄천경기장에 오는 공군 15비 장병들을 보면 경기장 내부에서 자리를 잡고 난 뒤에는 모자를 벗는다. (공군은 외출 시 약복이고 모자가 게리슨모라 안벗으면 머리가 길어져서 뒷사람이 경기관람에 걸리적거릴걸 ㅋ) 그 뒤에 경기가 끝나고는 최소한 경기장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모자를 착용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이 장병은 인솔자의 인솔을 받아서 왔다. 과연 이 장병은 인솔자의 허가 없이 탈모를 하고 무대에 올랐을까?
(근데 작전이나 동원훈련에 소집된 예비군도 외적군기를 갖추기 위해 복장이 단정해야 하는 것은 알고들 계십니까?)

4 또는 번외1.
군대도 엄연히 공공기관이고, 정부부처인 국방부의 산하기관이다. 이 말인 즉슨,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민원'을 제기한 순간 모든 정황을 꼼꼼히 조사해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조치를 명확하게 취한 다음에 그 결과를 정리해서 친절하게 답변해야 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프로세스이다. 즉 이 장병의 위법한 행동의 여부를 떠나서 일단 이 병신같은 민원이 들어온 이상 부대 직속 감찰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 장병에 대한 모든 조치(포상....은 여기선 해당이 안되겠지... 무튼 포상이 되었든 징계가 되었든 부대차원의 처벌이나 교육지침이 하달되든...)를 고려해야만 한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왜? 민원이니까.

그런데 이 사태에 대한 반응을 보면 (뭐 물론 민원인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역시 군대는 병신이다 류의 내용이 적잖이 보인다. 군대가 솔직히 방산비리며 뭐며 병신같은 짓을 많이 하긴 하지만 이 민원대응 방식에 대해서까지 병신취급을 할 필요는 없다. 프로세스 자체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번외2.
내가 장기복무 지원을 확실히 접계된 계기이자 탈조선을 결심한 기폭제가 된 사건이 바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나를 군인이고, 간부이며, 초급장교이자 예비지휘관인 소위라는 이유로 면전에서 욕했던 사건이다. 내가 죄가 있다면 그 옆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있던 죄? 나야 그렇다 치고 나와 합석해서 식사를 하던, 청춘을 군에 바친 상사(지금은 원사로 진급하셨다.)와 대위 예편하신 사무관님의 씁쓸한 미소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이게 이 나라의 현실이다. 아무리 집단자체가 뻘짓을 하더라도 상황터지면 복귀해서 대비태세 올리고 무한대기에 24시간 상황근무 돌고 전쟁나면 제일먼저 나가야 할 장병들 개개인에게도 존경은 커녕 무시와 비난만 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많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더욱 비참한 현실은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더라.

이 포스팅을 본 사람들은 1) 정독했거나, 2) 그냥 제꼈거나, 3) '더 읽기'를 누르고 맨 밑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필력이 구려서 1번에 해당해도 이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지 모르겠거나 3번에 해당하는 분들을 위해서 짧게 (어쩌면 감정을 실어서) 정리하자면,

내 주변에 있는 군인인 남친이나 군인인 친구, (나를 포함해서) 갓 전역한 복학생 또는 졸업생 형/오빠가 개인적으로 답답하고 혹여나 혐오스러울지는 몰라도 목숨 사지에 내어놓은 '군 장병'에 대해서 최소한의 존중은 해주었으면 좋겠다. 잘 보이진 않겠지만 대부분의 장병은 규정에 입각해서 행동하고 있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minsang.kim.50/posts/100994681907382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2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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