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오래 전에 지어진 곳이라, 체육관이 없어서 운동장 뒤에 작은 체육창고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채는 배구부의 라커룸으로 사용되었지만,
뚜렷한 실적이 없어서 폐부되면서 자물쇠로 잠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구부였던 선배가 말하길,
전 배구부원들도 그 라커룸에 들어가길 꺼렸다고 합니다.
창문도 없는 밀폐된 공간인데도 누군가 훔쳐보는 느낌이 나서,
라커룸에 귀신이나 괴인이 숨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왠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폐쇄된 체육창고로 갔습니다.
문은 자물쇠로 튼튼히 잠겨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장난삼아 그 철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똑"
밀폐된 빈 공간이어서 메아리치듯
창고 안에서 '똑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났습니다.
친구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계속 두드려보라고 재촉했고
이번엔 조금 힘을 실어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똑"
"똑똑똑"
역시나 노크가 끝나기 무섭게 '똑똑똑' 하는 메아리 노크소리가 났습니다.
지켜보던 친구가 흥미로웠는지 이번에는 자기가 해보겠다면서 저를 밀쳐내곤 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똑"
"……."
이상하게도 아까까지 잘 들리던 메아리 노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주먹으로 힘껏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보기도 했지만
끝내 메아리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한명씩 돌아가며 문을 두드려봤지만
결국 아무도 그 메아리 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든 아이들은 저를 떠밀며,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려보라고 했습니다.
겁은 났지만 용기를 내어서 다시 두드려 보았습니다.
"똑똑똑"
"똑똑똑"
다른 아이들이 할 땐 울리지 않던 메아리가,
제가 하니 다시 들렸습니다.
모두들 놀라 도망친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날 저녁, 학교에서의 일을 들으신 외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도 없는 방인 걸 안 이상 함부로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란다. 없던 곳에도 누군가가 생긴단다."
졸업 후 체육창고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체육관이 들어서서
이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아직도 그 노크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왜 저에게만 노크소리가 들렸던 걸까요?
저는 창고 안에 있던 어떤 존재가 자신을 확인시켜주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후로도 잠겨있는 문을 보면 으스스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출처 : 티스토리 - 무서운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