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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문학 -외전. 본격, 드니스 나오는 소설-
게시물ID : cyphers_635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여를위하여
추천 : 2
조회수 : 22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10/20 02:00:43
아주 먼 옛날, 어느 작은 영지에 이전에는 하얀색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더러워진 원피스를 입은 어떤 여인이 찾아왔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고 금발인 생머리의 매력적인 외모의 그녀를 본 농부들 중 한명이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반겨주는 이 없기에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기는 중입니다."
"그러면 저희 영지에서 지내시지 않겠습니까?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당신을 환영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그녀는 그 작은 영지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녀에겐 집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근처의 숲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영주는 그녀가 지낼 집을 짓기 위해 잠시동안 임시로 지낼 움막을 지어주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움막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녀가 이 영지에서 지내게 된지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이 영지에서 그녀가 할 줄 아는 일이라곤 없었다. 그녀에게 농기구를 쥐여주어 밭에 씨앗을 심는것을 돕게 하려 했을때에는 씨앗을 고르게 심는게 아니라 아무렇게나 흩뿌리는 통에 일꾼들이 다시 씨앗을 주워담아 심는 수고를 해야 했다. 짐을 나르는것을 돕게 하려고 하는건... 그녀의 얇은 팔뚝으론 불가능해보였다. 영지 내에서의 그녀의 역할이라곤 오로지 식사를 축내는 역할 뿐이었다. 그것이 불만이었던 영주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내 영지에서 배짱이따윈 용납하지 못한다. 할 줄 아는 일이나 자신있는 일은 없는게냐?"
"아, 자신은 없지만... 이전에 노래를 조금 부른 적이 있습니다."
"그럼 노래라도 하거라."

그렇게 그녀의 역할이 정해졌다. 그녀가 하는 일은 농부들에게 힘을 복돋아주기 위해 그들의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엔 모두가 일에 집중을 못하고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매혹되어 누구도 일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영주마저도.
그래서 그녀는 근처의 주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식당 겸 주점을 겸하고 있는 가게에서 그녀는 낮에는 아주 가끔 낮에 찾아오는 외부의 여행자나 손님을 맞이하고 저녁에는 낮의 피로를 풀기위해 한잔 걸치러 온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 노래를 듣기위해 사람들은 주점으로 몰려들었고, 덕분에 밤만 되면 주점은 사람으로 가득 차서 앉을 자리는 커녕 서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영주는 자신의 영지민과 농담과도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허허, 정말 아름다운 노래로군."
"그렇지요, 영주님?"
"그래. 결혼만 하지 않았더라도 그녀에게 청혼했을텐데 말일세. 하하."
"영주님도 그렇습니까?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하."
"껄껄, 자네나 나나 똑같은 사람인것 같군 그래! 자네 아버지도 그랬을까?"
"아마 그랬을 겁니다요."

그때였다. 영주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과 농담을 나누고있는 이 남자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으며,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 그런데 영주 자신은 호화스러운 성에서 호화스러운 음식을 맛보며 대충 기사들과 농땡이나 피우며 대충 영지에서 생산해낸 곡물의 양을 세는것이 전부였다. 때로는 이렇게 편해도 되는건가? 라고 느낄 정도로 편한 생활을 영위하던 영주였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과는 달리 언제나 힘든 일을 하는 그들은? 그들 역시 영주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힘든 농사일을 하며, 영지민이라는 이유로 영주에게 세금을 내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불합리함이 발생하였는가? 무엇이 그들과 영주 자신에게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냈는가? 영주는 오랜만에 진지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 생각의 결과, 자신과 그들의 차이를 발견해냈다. 그것은 바로 '계급'이었다. 계급이란 고정되어져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의 계급을 자식들에게 그대로 물려주었다. 영주 자신의 보모님는 자신에게 귀족의 계급을, 자신의 영지민들의 부모들은 영지민의 계급을 말이다. 한번 굳혀진 계급은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달라지지 않는다. 계급 자체를 부수지 못한다면.
영주는 그날로 자신의 영지를 떠났다. 봉토는 자신의 아내와 기사들과 농민들에게 나눠주고 어디론가로 떠났다.

-

그로부터 10년 후, 한 왕국이 붕괴했다. 어느 남자와 그 남자의 제자들의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자신들을 가두고 있던 불합리함에 대해서 깨달았고, 힘을 합쳐 자신들의 지배자를 무너뜨리고 프롤레타리아 독재국을 세우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실패했다. 인간은 어느 순간에나 인간이었다. 남들보다 더 가지길 원하며 남들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길 원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국에서도 혁명을 이끌던 자들이 모여 '지도계급'을 형성했고, 결국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게된 사람들의 불만은 절정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웃 국가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기위해 프롤레타리아 독재국을 습격했다.

"...내가 원하던건 이런게 아니었어...."

지도계급 형성과 동시에 프롤레타리아 독재국의 수도이자 구 왕국의 수도에서 벗어난 남자는 어디론가 무작정 걸어갔다. 과거에 자신이 살던 영지에 찾아온 어느 여인처럼. 무작정 걷기만 하던 남자는 어딘가에 도착했다.
익숙한 풍경,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사람들이 남자를 맞이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주던, 이제는 조금 늙어버린 여인이 그를 자신이 살던 성으로 데려갔다.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돌아와주셔서 고마워요 여보."

주름이 살짝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남자 자신만을 위한 미소였으니까. 남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준비한 음식을 먹었다.
여전히 평화로운 땅이었다. 주변에는 숲이 있었고,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며 고생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이 땅에는 계급따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계급은 허실에 불과할 뿐, 모두가 이웃이요 가족이었던 것이다. 편안했다.

"...오랜만에 술집에 가고 싶은걸...."
"같이 가요. 이제 곧 노래가 시작될거예요."
"노래...? 그녀가 아직도 있는건가?"
"후후... 보면 놀랄거예요."

남자는 주점으로 향했다. 맙소사. 그녀는 아직도 이곳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녀는 남자를 보자 싱긋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영주님. 10년 만이군요."
"늙지... 않으셨군요...."
"네. 그렇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남자의 말에 대답했다. 이제는 신비스러움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남자는 질문했다.

"...지금껏 당신의 이름을 듣지 못했군요...."
"어머, 그렇네요."
"실례지만... 당신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런지요?"

남자의 부탁에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랍니다. 제 이름은 드니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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