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베오베 공연 중 전화받다 개망신 글을 보고 쓰는 공연관람 에티켓
게시물ID : freeboard_6352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태연
추천 : 3
조회수 : 2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18 23:01:59


약 5년 가량 공연 관계자로 일하던 사람입니다.

사실 공연계는... 공연을 좋아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박봉에 3D입니다... ㅋㅋㅋㅋㅋ.... ㅠㅠㅠㅠ (이건 그냥 한풀잌ㅋㅋ)

저 역시 공연을 좋아했던 만큼, 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다른 관객들에게 폐를 끼쳐 미워했던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정말 기본적으로 지켜주시면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몇 가지 에티켓을 적어볼게요! ㅎㅎ




1. 제발 늦!! 지!!!! 마!!!!!!!!!!!!!!!

코리안 타임이라고 하죠. 기본 5분 늦는 거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을 거예요.

영화관? 뭐 가봤자 광고하느라 상영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시작하죠.

그러나 공연장에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ㅈ됩니다.


아무리 작은 소극장 공연이라고 해도, 그 90분에서 120분 남짓한 시간을 위해 최소 10명의 인원이 움직입니다.

대극장? 지킬앤하이드 같은 큰 공연은... 오케스트라만 최소 20명에 배우 스탭, 극장 안내 및 매표소 직원 등등까지 하면 100여 명의 사람들이 그 짧은 시간을 위해 동시에 합을 맞추고 준비합니다. 

지연관객 한두명을 위해 그 100여명의 사람과 관객들(세종 대극장은 꽉 차면 3천석정도)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늦지 마세요. 공연은 여러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ㅠㅠ...

그리고 공연장에선 늦을 경우 지정된 지연관객 입장타이밍에, 지정된 좌석으로 안내받으셔야 합니다.

즉, 늦어서 헐레벌떡 뛰어와도 바로 입장이 안 되고, 예매하신 자리로는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극장에서 일할 때 가장 많았던 게... "왜 내 돈 주고 내 자리 가서 못 보냐!!!" 였습니다. 으헝... 뺨까지 맞을 뻔 했음 ㅠㅠㅠㅠ...

말씀드렸다시피 극장 안에는 이미 몇백명의 관객이 제 시간에 와서 제 돈 주고 관람 중입니다.

영화와 연극, 뮤지컬은 달라요. 지연관객의 존재 만으로도 다른 관객들과 심지어 배우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공연에선 암전이 연출의 하나이기 때문에, 암전 시에는 정말정말정말 깜깜합니다. 

그때 지연관객 들여보낸다고 후레시 불빛 왔다갔다 하면 그건 공연 중인, 관람 중인 몇백명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겠죠?

그리고 그럴 땐 후레시를 암만 비춰도 못 걷습니다. 나 알아서 입장하겠다고 우기지 마세요... 그러다 다치면 그거 피해보상은 고스란히 공연 측에서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공연은 지연관객을 지정된 타이밍에 뒷쪽이나 사이드, 최대한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자리로 안내합니다.

지정된 타이밍은 기본적으로 무대감독과 극장 쪽이 입을 맞춰서 결정합니다. 어떤 어떤 장면에서만 입장해라, 시작 몇 분부터는 아예 입장을 금지시켜라.


주말엔 교통체증도 심하고, 주차도 어렵죠... 주말같은 때는 평소보다 더 여유 있게 준비하셔서

본인이 예매한 좌석에서 편안하게 여유있게 공연 관람하세요!






2. 핸드폰은 꼭 꺼주세요.


진동도 안 돼요. 꼭 꺼야 합니다. 

공연은 라이브입니다. 영화관은 사운드가 워낙 커서 진동소리 정도야 묻힐지 모르겠지만, 공연은 영화와 많이 다릅니다.


입장 전에 폰 꺼달라고 백번 말하고, 시작 전에 안내방송을 해줘도 꼭 안 끄는 사람들 있죠.

그러다 공연 중에 전화벨이 울리면 정말... 황급히 끄는 사람은 괜찮아요. 근데 꼭 당당하게 전화받는 분들이 있음...

그르지 마여... ㅠㅠㅠㅠ.......


다들 비싼 돈 주고 공연 보러 온 거잖아요?

그럼 잠시 폰은 꺼놓고 공연에 온전히 집중하셔서 한 푼도 아깝지 않게 모든 것을 다 만끽하셔다 오세요.

급한 일이 있어 폰을 끌 수가 없다구요? 그런 분은 차라리 공연 보러 오지 마세요. 영화관에 가세요.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도 폰을 끕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공연장은 현장에서 맞추는 호흡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호흡은 공연을 관람 중인 다른 관객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시시때때로 울리는 진동에 옆좌석 관객이 방해받는다면, 그 사람은 뭔 죈가요. 배우들은 프로니까 벨소리에도 흔들림 없이 연기해야 하는 게 맞지요. 그러나 그들도 사람인지라, 가끔 당황하거나 집중이 흐트러질 수도 있습니다.


다들 잠시 쉬며, 여유를 느끼며, 문화생활을 만끽하러 오신 만큼, 그 시간동안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아니 제발 꺼주세요 ㅠㅠㅠㅠ






3. 예매할 때 예매페이지는 두번세번네번 확인하세요!!


예매페이지에는 보통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기본 에티켓과 안내사항이 다~~~ 나와 있습니다.


시작 후 30분부터는 입장 불가, 몇 세 이상 관람가, 음식물 섭취 금지, 당일날 교환환불 불가능, 기타 등등...

위와 같은 안내사항들은 그냥 폼으로 써놓는 게 아닙니다. 안 지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보다 나은 공연관람환경을 위해

마케팅담당자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보일까 고민고민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 만드는 겁니다 ㅠㅠㅠㅠ

근데 그 기본 안내사항조차 보지 않고선 당일에 와서 "못 봤는데요?" 이러면 할 말이 없어요...

특히 가장 컴플레인 많은 게 관람등급과 할인 증빙자료 지참, 지연입장 등이 있는데요.


공연마다 관람 등급은 제각각이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대부분(90% 이상) 미취학아동 입장불가입니다.

꼬꼬마들 데려와서 "우리 아이는 이런 거 잘 봐요."라고 하시는 분들... 자기 아이는 암전일 때 울지 않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자기 아이는 앞좌석을 발로 차지 않고, 큰 소리로 물어보지 않을 거라고 믿지 마세요.

미취학아동 입장불가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어린이뮤지컬도 많으니, 아이들에게 문화생활을 느끼게 해주고 싶으면 그쪽으로 데리고 가주세요.

아이들이 보는 거, 어른들은 재미 없죠?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보는 거, 아이들은 어려워서 뭔지도 모릅니다. 집중은 당연히 못하죠.


일전에 위키드를 보러 갔었는데... 위키드는 내한공연으로, 영어로 공연하고 무대 옆 스크린에 자막을 띄우는 형식이었습니다.

사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도 자막을 보기는 많이 어렵죠. 성인인 저도 자막 따라가기 버거웠으니까... (그래요!! 저 영어 못해요!!)

제 뒤에 두 꼬마아가씨들이 앉았습니다. 아마도 8살, 10살 정도.

쉴 새 없이 제 의자를 걷어찹니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듣고 아빠한테 계속 물어봅니다.

인터미션(1막 후 쉬는 시간), 조금 떨어져 앉아있던 엄마가 아이에게 묻습니다.

"누구야~ 어때 잘 봤어? 영어는 잘 알아들었어????"

애가 알아들었으면 내 의자를 뻥뻥 찼겠냐고!!!!!!!!!!!!!!!!!!!!!!!!!!!!!!!!!!!!!!!!!!!!!!!!!!!!!

라고 소리치고 싶은 거 참았습니다... ㅠㅠㅠㅠ.... 그 자리... R석, 13만원짜리였어요.... 아줌마, 내 13만원은요...? 


아이들에게 좋은 거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 알아요.

하지만 가끔 지나친 욕심일 때도 있습니다. 데려올 거라면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에티켓을 알려주세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살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게요...



그리고... 할인 받을 때 이런저런 증빙자료를 갖고 와야 하는 게 있습니다.

가장 기본은 학생할인이죠. 

아... 아이들 공연 보여준다는 부모님들, 학생증 안 갖고 와서 "보면 몰라요?" 이럽니다.

아니 본인들 눈에만 애들이에요... 그냥 눈으로 보면 어찌 아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고등학생들 발육 좋아서 어른처럼 보이는 거 모르시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할인 증빙자료 역시 예매페이지에 다~~~~~ 나와 있어요. 

이상하게도, 장애인할인, 국가유공자할인 받으시는 분들은 다 잘 챙겨오시는데 유독 학생할인만 안 갖고 와요...

본인들에게는 당연한 본인의 신분이지만,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는 증빙자료 없이는 확인할 길이 없음을 꼭 알아주세요.



그리고 객석 내에선 되도록 셀카도 찍지 말아주세요...

기본적으로 공연 무대는 무대 디자이너에게 저작권이 있으며,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엄청난 로열티를 내고 빌려오는 겁니다.

프레스 외의 경로로 무대 사진이 나돈다면 그 책임을 라이선스 들여온 국내 제작사가 물 수도 있구요.

셀카나 일행 사진을 제지하는 건, 행여라도 무대 사진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구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록욕구! 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많은 공연장은 로비에 포토존을 따로 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공연장 안내원도, 매표소 직원도 다 사람입니다. 친절함은 당연히 숙지하고 있지요.

좋은 말로 설명해드렸을 때 "보면 몰라?" 같은 반응이나, 반말, 이년저년 욕 먹으면 억울하고 화 납니다.

최소한 반말과 욕설만은 참아주세요. 

제가 그만 둘 때 하고 싶었던 게... 진상 얼굴에 명찰 던지고 넥타이 푸르면서 너 죽고 나 죽자! 하는 거였지만 결국 못했네요 ㅎㅎ






연극의 3요소는 무대, 배우, 관객 입니다.

최고의 공연을 완성하는 것은 배우도 스탭도 아닌 관객입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관객들 의식이 더욱 성숙해져서... 관람 오시는 분들이 모두들 그 시간 충분히 누리다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