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 이 글은 아래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풀어낼 것이다.
글이 길어질 순 없을 것이다. 요즘들어 길게 쓰기가 너무 귀차늠…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난 정신분석쪽에 취미로 관심을 준 것 뿐이지 전문가는 아니니까 태클을 걸면 매우 취약함. 살살 해주셈.
정신분석학에서는 쏭포유에 등장하는 유년기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취급을 신경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접근 방식은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진단만이 아닌 좀 더 포괄적인 “사회적 낙오자들” 혹은 “범죄자들” 에 대한 분류에서 시작된다. 복잡한 내용을 다 쓰면 글이 길어지고 사실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니까 골자만 적어보자면,
“모든 범죄는 그들이 사회적 규범과 아버지로 인한 초자아 인격의 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생기는 병리현상이다.”
인 것이다. 즉, 범죄가 발생하고 이를 저지른 가해자의 병리적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치료의 대상” 으로 여기는 것이 정신분석학에서의 가치판단이다.
이 관점에서라면 쏭포유라는 프로그램이 가지는 치료 목적의 가치는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멘토의 인간적인 접근, 합창대회에 참가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음의 두 가지를 얻어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놓고 보니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 뿐이지만, 여튼 그들(스브스)은 좋게 보자면 이런걸 노린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두터운 방어기제를 벗어던지고 유들유들한 멘탈을 드러내며 흐엉허허엏엏흐엏 하고 눈물을 쏟는 등의 시츄에이션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라면 아이들이 처음에 보여준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면들이 설명은 된다. 프로그램을 디렉팅하는 입장에서는 극적인 흐름이 필요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게 스브스 맘대로 될 지는 의문이라는 점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좋은 취지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안좋게 흘러가는 이유는 뭐 굳이 이 글에서 세세하게 다룰 필요는 없어보인다. 이승철 구라뻥, 애새끼들 클럽인증깜 등등의 여러 이슈가 터지면서, 좋은 취지를 빛내기 위한 필수 조건 “진정성” 에 금이 갔다는 것. 즉 시청자들에게 진심어린 격려와 감정 몰입으로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며 감동을 자아내려는 의도가 “저 새끼들 구라까는 중임” 이 밝혀지며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방송 자체의 취지에 의문을 지니기 시작한 일부 여론이 득세하며 “애들을 팔아먹어 이슈화시키고 돈이나 벌려는 시커먼 어른들 속내” 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이 정도가 되면 사실 상 3화가 방송되고 진짜로 아이들이 엉엉엉 거리면서 눈물을 짜도 비아냥이나 듣지 딱히 효과는 없어보인다.
문제점은 너무 심플해서 짧게 요약. 진정성의 손상과 제작진의 안일한 대처로 취지에 대한 신뢰마저 손상된 상황.
참고로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자기 괴롭힌 놈 얼굴을 TV에서 보고 거품을 물었다느니 눈물을 흘렸다느니 하는건 슬픈 일이지만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취급과는 무관하다.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국가적 정책의 미비가 만들어낸 슬픔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여론의 공분은 여기서 더 증폭되는 것 같은데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그래서 저 소위 말하는 일진 동생들이 개새끼들이고 인간 쓰레기들이니까 다 죽여버리면 된다? 아니면 전원 빵에 몰아넣고 징역 3년 5년 때려서 인생 조져버리면 해결? 인 것인가. 여론의 분노는 무엇을 가리키며 어디로 향하는가.
만일 시쳇말로 냄비 냄비 거리는 자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위 사안에 대해 좀 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저런 아이들은 왜 생겨나는 것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옳은가?” 이다. 내가 이 글을 작성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가해자 개새끼론이다. 물론 그들은 피해자들에게 더 없이 큰 상처를 준 존재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법리적 판단에 의한 사법조치 외의 추가적인 피해를 입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본문의 취지이다.
가해자에 대한 “치료” 과정을 통해 이들이 가진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막는 것은 다소 이상향적으로 들릴진 모르지만 적어도 사회를 관리하고 지도하는 영역의 입장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발상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들이 번번히 차단된 이유는 바로 여기서 비판 중인 “여론” 에 의함이다.
법의 집행은 기본적으로 복수와 인과율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것이 역사적 뿌리이고, 논리적인 접근에서는 당연히 충돌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의 여론은 쏭포유 출현자들을 이러한 관점에서 더 나아가 피해자에 대한 복수심을 대리하여 증폭시키고 실제적 파괴욕으로 현실화하려 한다. 이는 사회적/집단적 가치판단에서는 끝 없이 마이너스로 수렴하는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인간은 날 때부터 어리석음을 안고 나오기 때문에 이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를 냉철하게 생각하는 집단 또한 존재해야 이 광기어린 복수혈전에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
현 여론의 어리석음이란 이것이다. 방송이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무능함으로 피해자/가해자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점은 물론이고 여기에 더해 이를 통한 이득까지 취하고 있음은 공분을 살 수 있고 추가적 조치가 취해지는 것도 염두할 만 하다. 그러나 그 대상이 학교폭력 가해자랍시고 방송에 등장해 전 국민에 얼굴을 노출한 아이들 당사자가 되어선 안된다. 그들은 미성숙한 자아와 연약한 초자아에 외면받아 스스로에 대한 파괴본능과 방어기제에 조종당하는 불쌍한 병리적 환자들일 뿐이다.
이번 이슈를 통해 진단된 진짜 병폐는 바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시대착오적 황금만능주의와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미숙함이다. 순차적으로 문제의 흐름을 짚어보자.
이 글에서 지적하려는 진짜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불쌍하게도 어리석은 여론몰이꾼들은 유년기 아이들을 개새끼만들고 헐뜯기 바쁘지만, 이들은 집단의 미숙함으로 태어난 사회적 기형아들일 뿐이지 그들이 진짜로 죽여버려야 할 쓰레기는 아니란 얘기다. 지금의 여론을 보면, 어쩌면 11번이 이미 달성이 된걸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