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1300만명의 상대적 박탈감, 그 깊은 상처를 덧찌르며 지난 두 달여간 새 대통령과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TV 또는 매체를 통해 온갖 수사적 표현의 남발과 열정 혹은 솔직함으로 미화시키려는 미숙함과, 자신들 패거리 이외의 모든 사람과 매체를 적으로 간주해 국민들을 단순 이분법해서 분열시키는 비논리적·일방적 언어의 테러를 보면서 우리에게 과연 내일이 있을지 암담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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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의 상실감에서 상처를 깊이 느끼는 절반의 국민들 역시 아직은 정신적 소외계층이다. ‘땡전(全) 뉴스’를 상기시키며 떠들썩하게 전국을 도는 당선자의 웃음에 승자로서 나머지 1300만명에 대한 아량과 위로와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TV를 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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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평가는 이미 시작됐다. 당선자 시절 그의 말과 행동, 인사(人事)와 정책 등 모든 것을 마음속에 기록하고, 이를 판단해온 국민들은 앞으로도 엄정하고 무서운 역사의 판관(判官)으로 대통령을 지켜볼 것이다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당일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