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시름이 있고 높은 슬픔이 있는 혼은 복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실로 인생을 사랑하고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라면 어떻게 슬프고 시름차지 아니하겠습니까. 시인은 슬픈 사람입니다. 세상의 온갖 슬프지 않은 것에 슬퍼할 줄 아는 혼입니다. ‘외로운 것을 즐기는’ 마음도, 세상 더러운 속중을 보고 ‘친구여!’하고 부르는 것도, ‘태양을 등진 거리를 다 떨어진 병정 구두를 끌고 휘파람을 불며 지나가는’ 마음도 다 슬픈 정신입니다. 이렇게 진실로 슬픈 정신에게야 속된 세상에 그득한 근심과 수고가 그 무엇이겠습니까? 시인은 진실로 슬프고 근심스럽고 괴로운 탓에 이 가운데서 즐거움이 그 마음을 왕래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