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쯤이었습니다
새로운 인터넷 사업을 구상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영 실적이 좋지 않아
이번에는 꼭 성공해 보겠다고
나름대로 고심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과 고깃집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헌데 그 녀석이 웬 영능력자라고 하는 사람과 함께 오는 바람에
호기심에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이번 사업... 잘 풀릴 것 같냐고......
그는 고개를 한쪽으로 갸우뚱하더니
당분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잠을 잘 때 손을 베개 밑에 넣고 자라 했습니다
- 내가 잠버릇이 아주 고약한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제가 말하자
그는,
그럼 장갑이라도 끼고 자라고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해할 수 없는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당시 저는 솔직히 말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에
뭔가 우습다는 건 알지만
잠자리에 들 때마다 장갑을 끼고 손을 베개 밑에 숨겼습니다
그러기를 한 달... 두 달...
세 달...
시작한 사업은 그럭저럭 잘 풀려나갔고
최소한 지속적인 밥벌이는 되었습니다
며칠 전인가 동창 녀석을 다시 만났을 때
가볍게 술을 한 잔씩 나누며
그때의 일을 물어봤습니다
- 그 날 아무리 물어봐도 이유를 안 알려줬잖아, 혹시 넌 뭐 들은 거 없냐?
녀석은 그런 거 알아 뭐 하냐고 사업 잘 풀리면 됐다, 하다가
제가 하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그제야 답해 주더군요
영능력자가 말하기를,
그때 제 주위에 남자 영가 하나가 머물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영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는 군요
제가 잠든 사이에
그 영가가 제 손금을 훤히 읽고 있었다는......
지난 사업들의 실패와도 관련이 있었는지는 정확치 않으나
입이 귀에 걸릴만큼 웃으며 제 손바닥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그 영가의 표정에서
이번에도 제 운명에 무슨 장난인가를 칠 의도가
보였답니다......
- 이젠 사라졌을 거야 단순히 한번 놀려먹으려고 너한테 잠시 붙어있었던 거래
동창 녀석은 위로라도 하듯 마무리 해 주었지만
나에게 그런 것이 붙어있었다니
이미 술맛은 떨어져버린 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