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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함정
게시물ID : sisa_4421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와히리
추천 : 1
조회수 : 3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9/28 16:44:51
한국사의 시대구분을 놓고 중세와 근대는 큰 화두이다. 일단 기존의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제기된 조선의 근대 시작은 오로지 '조선을 근대화 시켜준 일본'을 부각시키기 위한 도구였을 따름이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한국의 여러 학자들이 대안을 제시했고 교과서에 실리고 있는 '근대의 태동' 파트는 그런 연구물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근대의 태동이라는 시각 또한 부정적 중세와 긍정적 근대라는 프레임에 함몰되어 있는 시각이다.
 그래서 우리가 제기해 볼만한 문제는 바로 서양사에 쓰이는 시대구분론을 그대로 동양 역사에 도입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사에 있어서 시대구분론이 가장 잘 연구된 일본에서도 기존의 서양식 시대구분론을 가져다 쓰다보니 동경학파와 경도학파가 대립하고 있으며 경도학파에서는 그대로 시대구분을 할 수 없다하여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사'적 관점을 도입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식민지 근대화론은 얼마나 허접한가? 당시 역사 속으로 뛰어들어 그 시대를 이해하려하는 것이 아니라 몇개의 그래프와 결과론으로 대하고 있을 뿐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제시하는 조선의 참담한 경제상태를 나타내는 일본의 지표는 일본인들 스스로도 신뢰하지 못한 자료이며 일종의 '가라'친 것에 불과하다. 그런 지표를 신뢰하는 데서 식민지 근대화론이 시작된다. 또한 당시 생활상 등 총체적으로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를 '통해서만' 그 시대를 바라보려 한다. 그래서 그래프 위에 역사를 올려버린 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결과론이면 참 쉽다. 만에 하나 북한이 불법적으로 남한을 침공하여 적화통일 시켰으면 '결과론적으로 민족통일전쟁'이 된다. 그 기간동안 있었던 무수한 양측 간의 민간인 학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영광의 역사만이 존재할 뿐이다. 또한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범하고 있는 함정은 '역사는 오로지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대라는 것은 시대구분의 한 척도로서 존재할 뿐이지 그 자체로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그 해석이 중요한 것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모든 척도를 서양에 두었기에 부정적 동양이란 인식을 가지고 간다. 이것도 우리안에 숨어든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이다. 하나의 예시로 아까전 올라온 한 글에서 작성자는 개항이란 것만으로 '근대'의 척도를 본다. 즉, 구원자로서의 서양식 문화의 개입만이 동양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온다는 시각이다. 어디서 많이 본 패턴이다. 마치 키플링이 떠들어댄 지저분한 편견이 떠오른 것은 오버인가? 그리고 애초에 이런 시대구분론은 맑스주의 역사학에서 파생한 것이다. 공산주의와 관련된 모든 것이라면 아주 치를 떠는 이들이 맑스주의 역사학의 시대구분론을 들고와서 '일본이 우리를 근대화 시켜주었다'하는 것 자체로 굉장히 정신분열적이고 한심한 작태이다.
 맑스주의 역사학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이어받아 아날 학파와 같이 하부구조부터 상부구조로, 그리고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에 주목하여 새롭게 역사를 구성하는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한국에는 아직 그런 것을 받아들일 단계가 아닌가 보다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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