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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브금] 냐옹이.
게시물ID : panic_637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프차크크
추천 : 2
조회수 : 122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2/06 09:32:29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ztoyR




"고양이는 은혜 갚을줄 모르는 동물이야."
진수는 덮밥을 먹던 숟가락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티슈케이스에서 휴지 몇 장을 뽑아 입을 닦고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니가 밥을 자꾸주면 걔네들이 친구들도 데리고 온단 말이야. 그건 민폐야 민폐. 알아?"

진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던 정미는 입술을 삐쭉거리다 대답했다.
"아니, 그럼 이 겨울에 추워서 밥달라고 우는 냐옹이 들을 못본채 하란 말이야? 
 그리고 내가 언제 냐옹이들한테 뭐 댓가라도 바라고 그러는 줄 알아?"

"냐옹이? 넌 밥주는 고양이들한테 이름도 붙여주고 그래?"
진수는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름은 무슨. 그냥 고양이는 냐옹이 개는 멍멍이 그렇게 부르는것 뿐이야."

"어쨌든 밥을 주려면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골목이나 놀이터 같은데서 밥을 주면 되잖아."

"그런데 그게 고양이들이 찾아와서 밥달라고 우니까 그렇지."


---

정미가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온지는 이제 2주일이 좀 지났다.
이 방은 1년간의 휴학을 마치고 복학을하며 학교 앞에 새롭게 구한 것이다. 
집에서 등교를 하던 정미는 자취가 너무 하고 싶어 부모님을 졸랐고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방이 크지는 않지만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었고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정미를 들뜨게 했다.

정미가 사는 동네는 원룸 건물이 연달아 들어선 곳으로 소위 원룸촌(村)이 었다. 
타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인구밀도를 자랑하며 심지어 같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은 어디에 누가 사는지 전혀 모르는 모순적인 공간. 

하지만 그런 분위기조차 정미에겐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정미는 이사짐을 정리한 다음날 대학 새내기같은 마음으로 동네를 둘러보았다. 
기존의 하숙집들이 리모델링이 되어 원룸건물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마을의 구조도 기형적이었다.
깔끔하게 재단된 형태가 아닌 들쑥날쑥하고 동네의 골목 길도 미로처럼 복잡했다. 

그리다보니 원룸 건물과 건물사이에는 항상 골목이 있었는데, 대게 그런곳엔 주인집이 쓰지 않는 물건을 
쌓아놓거나 건축자재들이 쌓여있었다. 정미는 그런 골목들을 둘러보다 골목길 구석에서 정미를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를 마주했다. 고양이는 정미의 눈을 피하지도 않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보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자신을 풍경의 하나로 취급하는 것인지.

묘한 분위기의 그 눈빛에 정미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는 마침 주머니에 
천하장사 소세지 (자매품 : 멕스봉.치즈봉 등, 인터넷 최저가 : 500원, 칼로리 : 500칼로리, 특징 : 전자렌지에 10초간 가열 후 취식 권장)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주머니에서 얼른 꺼내 포장을 뜯었다.

"냐~옹 냐~옹."

정미는 입으로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고양이는 그런 정미를 쳐다보다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뒤로물러서기 시작했다.

"알았어 여기다 두고 갈께."

정미는 포장지를 제거한 천하장사 소세지를 바닥에 두고 뒤로 물러섰다. 고양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천하장사 소세지를 맛있게 먹었다.
고양이가 딱히 정미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미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리곤 돌아오는 길에 동네 대형마트에서 고양이용
사료를 구매해 집으로 들고왔다.

그날 이후, 정미는 매일 조금씩 고양이 사료를 일회용 비닐랩에 담아 원룸 골목에 조금씩 놔두기 시작했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사료들은 없어져 있었고 정미는 그 모습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1주일정도가 지났을 무렵, 원룸 골목에는 A4용지에 출력한 경고문이 붙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시오.'

아마 건물주인에게 연락이 갔던 모양이다. 정미는 그 경고문을 보고 한동안 한동안 사료를 가져다 두지 않았는데,
그러자 고양이들이 특정시간만되면 울기 시작했다. 정미는 애써 그런 것들을 모른채 하려고 했지만 연일 뉴스에서 
'올 겨울 최대 한파'등의 기사를 보고 있자니 도저히 모른채 할 수 없었다.

결국 정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고양이 사료를 조금씩 가져다 두기 시작했다.



----


그렇게 몇 일이 지났을 무렵,
정미는 그날 오전 독감때문에 몸이 심하게 아팠다. 결국 오후 수업은 자체휴강을하고 약국에 들러 약을 사 먹은 뒤 집에와 누웠다.
감기약에 반쯤은 취해 있었다보니 머리도 멍하고 몸에 기운도 도저히 나지 않았다. 정미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난 정미는 누운채로 옆에 던져 두었던 휴대폰을 켜보았다. 
새벽 2시 19분.

감기약을 먹고 낮잠을 잤던 탓인지 몸은 피곤한데도 잠이 오진 않았다. 정미는 상체만 일으킨 채 몸 여기저기를 
주물렀다. 아직도 몸이 찌뿌둥했다. 감기약이 독했던 탓일까 머리도 흐릿했다.

그때였다.

"냐~옹. 냐~옹."

고양이 울음 소리였다. 정미는 오늘 너무 피곤해 고양이 밥을 주고 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아 깜빡했네.'

"냐~옹. 냐~옹. 냐~옹"

고양이 울음소리가 규칙적으로 나자 정미는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나 외투를 걸쳤다. 그리고 고양이 사료를 비닐랩에 담은 후 점심때 샀던 
우유도 하나 챙겼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정미는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원룸 사이 골목으로 향했다. 
이미 새벽이라 길에는 사람들도 없었고, 가로등의 노란 불빛 만이 흐릿하게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골목으로 향하는 정미의 눈에 고양이 한마리가 보였다. 
왜인지 고양이는 골목이 아닌 길 한폭판에 나와 정미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미는 머리가 멍한 상태에서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정미는 몇 걸음 고양이를 향해 다가갔지만, 고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다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다.

"냐~옹. 냐~옹. 냐~옹."

정미는 주머니에서 사료를 담아둔 비닐랩을 꺼낸 뒤 골목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길 한복판에 나와있던 고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미는 자신을 바라보는 고양이에서 뭔가 꺼림직한 기분을 느꼈고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멈췄다.

"냐~옹. 냐~옹. 냐~옹."

"냐~옹. 냐~옹. 냐~옹."

"냐~옹. 냐~옹."

".............."


정미는 골목 5m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골목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길에 서있던 고양이는 정미를 바라보았다.



그때, 골목에서 흐릿한 형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건 후드티를 뒤집어 쓴 건장한 남자였다. 골목의 어둠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그 남자는 말 없이 정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고양이 사료가 담긴 비닐랩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였냐."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큰 길을 따라 어딘가로 사라졌고, 
정미는 한참 후에야 자신이 자기도 모르게 딸꾹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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