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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 마지막날인데 잠이 안오는게 고민
게시물ID : gomin_6391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블랙미러
추천 : 2
조회수 : 28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3/24 04:00:02

08년 4월에 처음 일본에 와서 어제 부도칸에서 일본대학 졸업식을 하고 오늘 최종 귀국을 해요.
처음에 일본에 왔을땐 겁도 많았고 과연 내가 일본에서 대학을 갈수나 있을까 했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서 1년 어학원 다니고 바로 도쿄에서 꽤 괜찮다고 하는 4년제 대학에서 무탈하게 공부를 마칠수 있었네요


일본에 대해서 감정이 좋지 않거나
덮어놓고 일본이나 일본인에 대해서는 나쁘게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또 저 역시도 역사문제나 독도, 위안부등등의 외교적인 부분에 대해선 보통의 한국인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이곳에서 제 인생을 구원받았다고 생각해요.

초중고 12년 중 8년을 왕따에 시달렸던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떠오르는 상처와 그 기억들 때문에
한국에서 도무지 못살거 같다는 막막함에 시달리다가
결국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일본행을 택했었습니다
외동딸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고
저 스스로도 완전히 무너져있던 상태였기때문에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 같은 심정으로 선택한 유학길이였어요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제 주위에는 정말 좋은분들, 또 좋은친구들이 많았어요
늘 언제나 외국인인 저를 배려해 주면서도 차별없이 대해줬던 많은 사람들...
지진이 일어났을때 무엇보다 제 안부를 먼저 챙겨줬던 교수님과
타지 생활에 지쳐있는 저를 위해 매운것을 싫어하면서도 먼저 한국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해줬던 친구들
사상최고의 엔고 때문이 걱정하던 저를위해 외부장학금 공고가 있을때마다 먼저 정보를 알려주시고
공부에 흐트러질까봐 염려해주신 유학센터 분들 등등 
무엇보다 그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한번도 모자르지않게 도와주신 부모님께 가장 감사하고 있는건 당연하구요 ㅎ


그런데 이제 작별이네요

저는 아직도 한국에서의 생활이 많이 버겁습니다
왕따를 당했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이젠 사회인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저는 준비가 안되어 있는거 같아요 겁이 많이 납니다
왜 나는 내 나라인 한국이 이곳 일본보다 더 불편하고 무서운건지 저도 그게 참 싫은데.....


엄마가 갑자기 아프시지 않으셨더라면
저는 계속 일본에 남았을 테지만, 이런 생각을 언제까지고 할수는 없다고, 
인간으로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하는게 맞다고 결정한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어쩔수 없지만
왜이렇게 미련이 남고 자꾸만 울고싶어지는 걸까요

어제 졸업식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송별회를 하면서
저보다 먼저 울어준 친구들에게 웃으면서 시대가 좋으니 계속 연락할수 있고
가까우니까 언제라도 다시 볼수있다며 강한척 했는데
이제부터는 그들의 삶과 제 삶의 공간이 바뀌는 만큼
지금처럼의 관계를 유지하는것이 퍽 쉽지는 않을 테지요.

제가 지금 자꾸만 눈물이 나는 까닭은 한국으로 가게된것이 슬프다거나
무언가 후회가 남아서는 아닙니다
그냥... 너무 고마운게 많았고 정들었던 곳을 떠날때의 그 느낌이에요
저는 20대가 되자마자 일본에 와서 햇수로 6년을 이곳에서 보낸 셈이니
제 청춘의 기억들은 전부 이곳에 남아있는것과 마찬가지 이니까요.
이곳이 일본이고 한국이고를 떠나서
이제는 청춘이라는 시절과 작별을 하는 그런 기분이 들어서 잠도 오지않고 계속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 처음 왔던때가 기억이 나요
그때는 일본어를 썩 잘하지 못했어서 많이 어설펐지만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어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말레이시아, 태국, 영국,미국 등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 매일 파티처럼 놀며 공부했었던거 같아요

일본에 있으면서 크고작은 사건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가장 컸던건 2년전의 대지진이였던거 같아요
저는 당시에 도쿄에 있었는데 정말 건물이 많이 흔들릴뿐더러 초기엔 제대로된 정보가 없었기에 많이 당황하고 했었지만
학교나 일본인 친구들이 먼저 걱정해주고, 또 유학생들 끼리도 긴밀하게 연락하며
서로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이나 그 유가족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될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피해에 대해선 참 유감이만요 
(도쿄전력 개갞끼!!!)

개인적으로도 참 재밌는 썰들이 많은데
미국 유학시절 당시에 에피소드들을 재밌게 풀어주신 (나중에 대참사가 발생) 분 처럼
저도 잊어버리기 전에 오유에 추억얘기들을 풀어놓고 싶네요 ㅎ
또 일본유학을 고민중이거나 하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으로 조언? 도 해드리면 좋을거 같구요

내일, 아니 이제 새벽3시니까 오늘로 제 유학생활은 끝이 납니다
언젠가 또 일본에 오게되겠지만 그게 언젠가 되리라고 장담할수도 없고
무엇보다 그때는 정말 이방인으로서의 방문이 되는것이니까요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만 돌아가기 싫어져요
다시 도망치고싶어요 처음에 일본에 오던때처럼...
남들앞에선 안그런척 했는데 정말이지 한국이 너무 무서운데
이제는 이런 감정같은것도 다 숨기고 살아야 하네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싶은 생각도 들고
이 고마운 사람들과 언제 다시볼수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많은일이 있었다는 생각도 들고...

공항가서 이것저것 하려면 좀 자야하는데 잠이안오네요...
하아...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전혀 끝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아요
4월이 되면 또 학교에서 새학기가 시작할것만 같고...
아직 저는 여길 떠나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역향수병으로 고생 할거같아서... 아...

끝을 어떻기 내야할지 모르겠는데
지금 일본에서 유학중인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물론 개개인 마다 다 다르시겠지만 후회없는 유학생활 보내실 바래요.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게 많이 어렵고 힘들지만 직접 부대끼며 살다보면 자연스레 시간은 흐르고
정신차려보니 귀국일인거 같아요 ㅎ

다들 자신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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