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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욕주으의] 씨발년
게시물ID : panic_639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10
조회수 : 6477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4/02/11 13:11:44
 
씨발년 ( 제목 자체가 욕이네요;;;제가 한게 아닙니다.)
 
 
 
처음이었다. 어머니가 그토록 화를 내시는 모습을 본 건...

내 기억에 의하면 어머니는 결단코 흥분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분이셨다.

언제나 침착한 모습으로 가정의 대소사를 처리하셨고, 그 흔한 억양 한 번 높이신 적 없었다.

너무 놀라 들고 있던 유리잔을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유리조각과 가루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고, 그 위를 반도 마시지 못한 에스프레소가 덮어버렸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악귀같은 어머니의 모습에 티끌만큼의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맙소사.. 어머니는 지금 귀밑까지 빨개진채로 화를 내고 있었다.

당사자인 아버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고함을 지르며 무언가를 집어던졌다.

사진이었다.

한눈에 봐도 누렇게 색이 변해버린..낡은 사진 한장이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뾰족한 유리조각들이 살갗을 헤집고 들어왔다.

선홍색 핏물이 흘렀나왔지만, 우리 중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들고선 눈앞에 가져갔다.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 비로소 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속의 남자는 젊은 시절의 아버지셨고, 옆에서 팔짱을 끼고 달라붙은 여자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였다.

환한 웃음. 비록 낡았지만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이었다.

꾹꾹 숨겨왔던 아버지의 비밀. 차마 없애지 못하고 남겨둔 그 사진을 그만 어머니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잠시 잠잠했던 어머니가 또다시 고함을 지르신다.

당장 불태워버리라고, 악을 지르면서 거실안을 성큼성큼 걸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어머니는 곧 찾던 대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손에 쥐었다.

1941년산 리플리카. 제작년 아버지 생일선물로 사주신 지포라이터를 어머니는 치켜세웠다.

내게서 사진을 나꿔챈 어머니가 지포라이터를 열었다.

"그러지마"

아버지가 황급히 어머니를 밀쳐냈다.

어머니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셨고, 지포라이터는 묵중한 소리를 내며 구석으로 떨어져 나갔다.

아버지는 사진을 조심스레 품안으로 갈무리 했다.

"나한테 소중한 추억이란 말야"

아버지는 결국 밖으로 나가버렸다.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셨고,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숨도 쉬지 못하고 지켜보았다.

평소 아버지는 대단한 공처가였다.

남들의 농담 반 조롱에도 아버지는 눈길 한번 주시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끔찍히 사랑하셨고,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의견에 반대 한번 안하실 정도로 금슬이 좋으셨다.

눈물겹도록 화목한 가족이었다. 적어도 오늘 아침까지는 말이다.

그날 이후 모든것이 변했다.

두분은 일절 대화를 하지 않으셨고,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으셨다.

젠장, 이 모든것이 그 사진때문이다. 그깟 사진 한장 때문에 우리 가족은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사진을 다시 떠올렸다. 해맑게 웃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여자는 미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못생긴 얼굴이었지만, 아버지가 무엇때문에 그녀에게 반했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갈매기 눈썹...

심하게 굴곡된 저 눈썹에 아버지가 끌리신게 틀림없다.

평소 아버지는 방송을 보실때도 유독 눈썹에 눈길을 보냈다. 여자 연예인중 눈썹 가운데가

조금이라도 솟아있으면 무척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곤 하셨던 것이다.

빌어먹을 눈썹. 사진속 그녀는 눈썹만 빼면 장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다.

못생긴 주제에...감히

그녀에게 증오심을 품던 나는 곧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미인이었다. 그녀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물론 어머니의 눈썹 역시 갈매기

모양이지만...

몇 주가 흘렀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악화되었다.

삼일 전부터 두분이 각방을 쓰기 시작하셨다. 집안의 공기가 무섭도록 얼어 붙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대책이 필요하다. 방안에 틀어박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사진을 찢어버릴까..아냐,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냐. 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골똘히 고민하던 순간 짜릿한 전류하나가 머릿속을 강타했다.

"그래,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후 그것을 찾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며칠 후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

그들의 은신처는 은밀히 숨겨져 있었는데, 꽤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옛날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그곳은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 넓었다. 한쪽 구석에 커다란 무언가가

검은 비닐로 덮여 있었는데, 나는 한눈에 그것이 내가 찾던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시간여행..

내가 찾은 해법은 바로 시간여행이었다.

15년전 개발된 타임머신으로 인해 시간여행이 가능해 졌지만 수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금지된 상태였다.

물론 공식적으로만...

나는 그들에게 준비한 돈을 건네주었고 그들은 곧 기계를 개방했다.

그들 중 약간 호리호리한 체격의 청년 하나가 나를 안내하기로 결정됐다.

사진속에서 보았던 장소와 함께 사진한쪽에 찍혀있던 날짜와 시간까지 불러 주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기계에 탑승했다. 함께 탄 청년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기계의 버튼을 눌러댔다.

곧 엄청난 진동과 함께 폭발하듯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눈을 뜨자 청년이 기계의 문을 열어 주었다.

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바깥은 유채꽃이 만발한 들판이었고, 그 한가운데 우리가 떨어진 상태였다.

"곧 돌아오겠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요"

청년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후 곧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분도 지나지 않아 그것을 찾아냈다.

첨성대. 사진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곳이 나타났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었다.

시계를 보니 삼분도 채 남지 않았다. 준비한 레이저 총을 슬그머니 손에 쥐었다.

잠시 후 한쌍의 연인이 나타났다.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젊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이상야릇한 감정이 솟아났다.

고개를 돌려 여자를 보았다.

갈매기 눈썹. 역동적으로 솟은 그 눈썹이 사진보다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못생긴 주제에..'

경멸적인 시선을 여자에게 쏟아부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아버지가 막 근처에 있던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곧이어 기쁜 표정으로 돌아가 포즈를 취했다.

엉겁결에 사진기를 건네받은 30대 후반의 아줌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사진기를 눈에다 갖다댔다.

"자, 찍을게요"

아줌마의 말에 여자가 더욱더 아버지에게 파고든다. 다정스레 팔짱을 끼고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손에 쥔 레이저 총을 내밀었다.

3초를 생각한 후 여자의 눈썹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삐익"

한가닥 빛줄기가 여자의 눈썹에 격중했고, 순식간에 여자는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으아악"

"어억"

여자의 얼굴중 반이 날아가 버렸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비명을 질러댔다. 아버지 역시 큰 충격을 받으신 듯 주저 앉아 계셨다.

'걱정마세요, 훨씬 아름다운 분을 만날 거랍니다'

슬쩍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발길을 돌렸다.

모든게 끝났다. 이제 모든것이 다 해결됐다.

눈앞에 행복한 두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기계를 향해 걸어가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라.."

갑자기 내 몸이 힘없이 고꾸라졌다.

"어..왜 이러지.."

다리쪽을 바라보자 오른쪽 발목 하나가 사라지고 없었다. 벗겨진 신발과 나풀거리는 바지 밑단이

을씨년스럽게 다가왔다.

"도대체.."

곧 다리 전체가 사라져 버렸고, 양 팔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혓바닥과 입 역시 통째로 사라져 버린것이다.

"털썩"

더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볼썽사납게 무너져 버렸다.

점점 분해되어 가는 몸을 보면서 모든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수십만개의 기억속에서 최근의 기억만을 미친듯이 뒤졌다.

필사적으로 기억을 뒤지던 나는 곧 한가지를 추리해 낼 수 있었다. 그 추리는 점차 확신으로 변했고,

늦기전에 서둘러야 했다.

곧바로 끔찍한 저주를 하나의 대상에게 퍼부었다. 뇌까지 사라져 버리기 전에 말이다.




바로 지 애미도 몰라본 개새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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