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안뇽ㅋㅋ 머하셈? 훔^^ 난 걍잇엉~ 오늘도 조은 하루 되셈.” 이런 말들은 청소년들이 인터넷 메신저나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맞춤법에 맞게 쓴 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른 나라는 그 나라의 모국어를 만든 인물이 밝혀지지 않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한글을 만든 사람은 세종대왕’이라며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말을 제대로 쓰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한글날에 맞춰 중·고교생 30명에게 평소 언어습관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한글날이 언제인지 알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16명이 ‘알고 있다’는 대답과 함께 날짜를 적었고, 나머지 14명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어 맞춤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물어 봤다. 첫번째로 ‘바람’과 ‘바램’의 쓰임을 물어 봤는데, ‘우리의 바람은 남북통일입니다’라고 정답을 고른 사람이 17명, 틀린 사람이 13명으로 나뉘었다. 다음으로는 ‘내로라’와 ‘내노라’ 중 바른 맞춤법을 묻는 질문에서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라고 답을 맞힌 사람은 7명밖에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소곤거리다’와 ‘소근거리다’ 중 맞는 쓰임을 찾는 질문에서 ‘현수는 동생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소곤거렸다’라고 맞는 답을 고른 사람이 21명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인터넷 소설, 메신저, 채팅’이라는 응답이 21명, ‘텔레비전 광고나 드라마’라는 응답이 5명, ‘주위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3명, 기타 의견으로 1명이 ‘한글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라는 응답했다.
광주 인성고 김영민(18)군은 “흔히 인터넷에서 편하게 쓰는 언어를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하게 되며, 띄어 쓰기나 맞춤법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때로 당황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인터넷에서도 바른 한글 표현이 사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광주 상무고 이명진(18)양은 “내 언어 습관이 바르지 못한 이유는 한글을 늘 쓰면서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글의 중요성과 바른 맞춤법에 관심을 갖고 바르게 사용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도 대체로 자신의 언어 생활이 바르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잘못됐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과 텔레비전 등 미디어의 영향 때문에 잘못된 언어 습관을 쉽게 고치지 못한다. ‘우리말 다듬기’ 사이트나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등이 올바른 언어 습관에 도움이 된다. 인터넷이나 문자 메시지 등 일상 생활에서도 건전하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겠다. 한글날을 계기로 자신의 언어 생활을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김서라/1318리포터, 광주 상무고 2학년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4년 10월 10일(일) 오후 6:45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