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은 강력한 이빨의 소유자들로 가득합니다. 각각에 맞게 진화한 이빨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 이빨들을 보면 먹잇감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냥하며, 무는 힘이 얼마나 센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악력(顎力, 무는 힘)도 클 것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실상은 훨씬 복잡합니다. 동물의 악력은 사냥 방식, 이빨 형태, 턱 구조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좌우됩니다. 동물들의 악력은 과연 얼마나 셀까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파충류 전문가이자 "악어 박사" 브래디 바. 그는 궁금증을 해결해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측정해보기로 합니다.
육식동물의 생존 무기
모든 육식동물에게 강력한 턱은 최후의 무기입니다. 강한 악력과 특화된 이빨은 생존의 필수 요소인데 사냥 외에도 자기 방어와 서열 싸움에 없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특별하게 개조한 장치로 동물들의 악력을 직접 측정해 보았습니다. 악력의 단위는 Kg중(Kg重, Kgf)으로 측정됩니다. 예를 들어 악력이 100kg(중)이라면 100kg의 물체가 누르는 힘과 같은 것입니다.
백상아리의 악력 측정
미끼가 가득 든 주머니에 감지기를 넣고 백상아리의 악력을 측정한 결과, 무려 0.25톤(중)이 넘는 엄청난 결과가 전달되었습니다. 다 자란 물개를 잡아먹고도 남을 정도지만 거대한 몸집과 체중을 고려하면 예상만큼 높은 수치는 아닙니다. 몸길이 3.3m에 무게는 0.5톤에 육박하지만, 악력은 늑대보다 100kg(중) 정도 높을 뿐입니다. 이들의 이빨은 강한 파괴력의 망치보다 날카로운 칼에 더 가까운 것입니다.
비단뱀의 턱과 이빨 구조
다 자란 영양을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아프리카 비단뱀은 최대 6m까지 자라고 무게는 90kg에 달합니다. 큰 동물을 사냥하려면 악력도 매우 강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겨우 15kg(중)정도였습니다. 자기보다 3배나 넓은 먹잇감을 삼킬 수 있는 비결은, 힘이 아니라 날카롭게 휜 수많은 이빨과 입을 180도로 벌릴 수 있도록 양쪽으로 분리되는 아래턱을 가진 덕택입니다. 또한 악력이 강한 동물들은 대개 두개골이 돌처럼 단단하지만 비단뱀은 악력을 포기하는 대신 유연한 두개골을 얻은 셈입니다.
역대 최강 악력의 주인공, 악어
브래디 바는 무게 1톤, 길이 5.5m 정도의 거대한 악어가 있는 위험한 굴 속에 머리를 넣고 최대한의 악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구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치를 측정했습니다. 이 거대한 악어는 SUV차량과 맞먹는 2268kg(중)의 악력을 기록했습니다. 멸종한 육식동물 중 최강의 이빨로 손꼽히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악력을 재연했을 때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기록이지만, 지금까지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측정한 악력 중에선 역대 최대입니다. 이렇게 티라노사우루스에 버금가는 생명체가 지금도 살아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입니다.
동물들의 악력 측정 결과
측정한 동물들의 악력을 정리해 보면 이전까지의 최고 기록이었던 아프리카 나일 악어가 1,130kg, 늑대가 184kg, 백상아리 303kg, 수염상어 294kg, 비단뱀 15kg, 왕도마뱀 25kg, 마코 앵무새가 76kg이었고태즈메이니아 데빌이 179kg를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실험에서 티라노 사우르스의 모조 이빨은 약 2,720kg를 기록했으며 공룡 시대부터 함께한 현존하는 악어는 무려 2268kg까지도 엄청난 수치를 남겼습니다.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작은 동물들도 만만찮은 실력을 입증했고 몇몇은 대형 동물과 맞먹는 악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동물들의 악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악어의 엄청난 위력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