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시골에 있는 외가로 놀러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서 자주 놀았던 사키야라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때가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막 시작된 시기입니다.
외가의 뒷산에서 함께 놀고 있을 때, 못된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산속의 공터에 방치돼있던 냉장고에 사키야를 가둬버린 것입니다.
어렸을 때는 좋아하는 아이에게 반대로 못된 장난을 쳐서 마음을
끌어보려는 그런 행동이었습니다. 곧바로 문을 열어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닫혀버린 냉장고는, 제가 아무리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열어! 열어!] 라고 울부짖는 사키야를
내버려두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습니다. 물론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서 이것을 이야기하면 지독하게 혼날 거로 생각했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점심상이 나왔을 때, 나의 기억 속에서 그것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몰려오는 졸음에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자 버렸습니다.
누군가가 흔들길래 깨고 보니, 아버지가 무서운 얼굴로 저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얘야! 사키야가 어디 있는지 모르니!?] 그것을 들은 순간, 저의 몸이 한순간에
얼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모른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주위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습니다. [설마.. 아직도 냉장고 속에...]
그날 밤, 수색대와 마을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산속을 뒤졌지만, 아직도 사키야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수색대가 갔다면 냉장고도 찾아내고 조사했을 것인데...]
[그래도 못 찾았다는 말은, 사키야가 어떻게든 해서 냉장고에서 나갔다는 이야기겠지...?]
[그렇다면 냉장고에서 나온 후에 산속에서 헤매다 길을 잃었거나 유괴된 걸꺼야..]
[그렇다면 그 뒷일은 내 알 바가 아니야..]
분명 그럴 거로 저는 마음속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냉장고뿐만 아니라, 찬장이나 문을 닫을 때마다
사키야의 [열어! 열어!] 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갇혀버린 건 제 잘못만 있는 건 아닌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