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좋아하는 연출이 아니었고 뮤지컬 영화로 분류한게 애매하다싶은 생각이 드는 그냥 그런 영화였지만
남주인공한테 잔뜩 이입할 수 있었던 그 부분이 계속 생각나고 쓰고싶어지더라고요. 여자인데 이상하게 남주한테 이입이 ㅎㅁㅎ........
영화 속에서 남주는 클래식한 재즈에 몰두하고, 자신과는 달리 현실과 타협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친구의 재즈 밴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죠. 여주에게도 그 얘기는 꺼내지말자고 단호하게 이야기 했었고.
그런데 바로 그 다음 장면에서 여주가 엄마와 통화하며 미래라던지, 남자친구의 직업이라던지, 지금은 하는 것 없는 사람이지만 점점 나아질거다... 하는 식으로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고 자기 신념을 굽히고 싫어했던 재즈 밴드에 들어가 '우리'를 위해 돈을 벌지요.
솔직히 남주가 그렇게 좋아했던 재즈에 대해 여주는 시큰둥했던... 것만해도 조금 미묘하긴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남주가 '우리'를 위해 선택했던 일이 둘 사이가 갈라지고 조각조각 깨지게 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요. 여주가 준비했던 일인극을 보러 가주지 못 하고, 공연 일정 때문에 둘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적어지고.
오랜만에 만나서 여주가 남주의 스케줄이 언제쯤이면 끝나는지 묻자 남주는 공연이 끝나면 새 앨범이 나오고, 새 앨범이 나오면 다시 순회공연을 시작한다. 반복이다, 하고 말하죠.
여주는 남주가 일하고 있는 재즈밴드의 공연을 보고서 오묘한 표정을 지었죠. 이게 대체 뭐지? 기계음으로 건반을 뚱땅거리고 있는 남주가 어색해보인다는 표정.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여주가 남주에게 그런 뉘앙스의 말을 했었죠.
왜 그렇게 변했냐고, 네가 말하는 진짜 재즈, 그렇게 단호하고 열정적이었던 너는 어디있냐고.
감상한지 한달 된 영화고 봤던 당시에는 좋아하지 않았던 영환데, 남주에게 이입하게 되버려서 이 부분을 떠올릴수록 엄청 서러워졌어요.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옳다고 생각했기에 너를 위해 내 멋대로 선택했던 일, 모든게 내 선택이었으니까 억울하면 안 되는데 찌질하게 억울해지고. 모든게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모르겠고. 자기 신념 버릴지언정 돈을 벌고 떳떳하게 직업을 갖는게 둘에게 있어서 나을 일이라고 여겼을테고, 그래서 그렇게 했는데 결국 그게 헤어지게 된 원인을 상당수 제공하게 되고.
결국 둘은 헤어지고, 나중에 여주는 다른 남자를 만나 화목한 가정을 갖고, 남주는 자기 꿈이었던 재즈바를 운영하며 피아노를 치는 모습으로 만나게 되죠.
개인적으로 재즈바의 이름이 여주가 지어줬던 이름인것도 되게 아렸어요. 그 당시에 여주가 자신이 생각한 재즈바 이름을 말했을 때 남주는 재즈바 이름은 무조건 내가 지은 이름으로 할거다, 좋아하는 재즈 가수가 좋아하는 음식명이 들어간? 그런 식으로 조금 단호하게 이야기 했었는데, 그들은 서로 다른 길을 갔는데 남주가 그 이름으로 재즈바 이름을 지었다는 것에서 자신의 꿈에 여주와의 흔적이 끝까지 남아있게 만들었다는 느낌. 떨쳐내지 못 하고 질질 끌려있는 느낌이었어요.
과거에 대해 회상하는 것도 제가 보기엔 (남주의 가정은 보여지지 않았던 것처럼) 남주 혼자의 안타까움이 보인 것 같아서 좀 괴로웠어요. 피아노 연주에 감탄하던 여주를 바로 지나치지 않았더라면. 밴드에 들어오라는 친구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여주가 준비했던 일인극을 관람하고 박수 쳐줄 수 있었더라면.
제가 원하는 것만 기억했다는 기분도 들어서 불편하기도 하네요. 저는 제 입장에서 철저히 남주한테만 편향적으로 이입해버렸는데 다시 볼 때는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미아한테 이입하면 그만큼도 많이 나올거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세바스찬을 보면서 제 부족함? 고치고 싶은 삶의 결함 ㅋㅋㅋㅋ... 뭔가 그런 느낌으로 이입하게 되서.. 아쉬운게 없진 않았지만 계속 생각나게 되고 아린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걸로 충분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