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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 마음의 결을 쫓아가는 여행
게시물ID : readers_90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빈이아빠
추천 : 1
조회수 : 2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02 15:06:20

<자전거 여행> - 지도의 결이 아니라 마음의 결을 쫓아가는 여행기






1. 여행기의 탈을 쓴 사유의 향연


요즘 여행기라고 하면 책을 펼쳐보지 않아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클리셰들이 있다. 

글보다 먼저 책의 앞장을 문지기들처럼 지키고 앉아있는 여행지의 풀컬러 풍경사진이라든가, 여행지가 바뀔 때마다 감수성을 간지럽히는 문장이 등장한다든가, 다음 여행자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 같은 것들이다. 이런 여행기들을 볼 때면, 결국 남는 것은 여행 가이드의 습관적 멘트같은 여행지 소개나, 은근슬쩍 끼어들어간 저자의 자기자랑 같은 것 뿐이다. 


요즘이라고 하기엔 다소 시간이 지난 <자전거 여행>은 그저 그런 여행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가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에 빠지기 십상이다. 표면적으로는 저자인 김훈이 자신의 자전거 '풍륜'을 타고 1년여 동안 전국을 여행한 경험을 써낸 책이다. 하지만, 여행기라는 껍질을 까보면 안에 들어있는 알맹이는 여행보다는 사유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공력이 집중되어 있는 듯, 밀도 높은 문체는 때로 읽는 사람을 한 없이 압박하기도 하고, 때로 드 넓은 초원 위에 옮겨놓기도 한다. 저자의 시선은 여행지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 위에 놓여있는 자신의 내면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여행의 목적지가 이름 없는 숲이 되기도 하고, 어느 사찰의 300년된 화장실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어디에 도착했느냐, 혹은 무엇을 보았느냐는 중요하지 않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다. 


앞서 소개했던 <책은 도끼다> - 무엇을 읽을 것인가, 혹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에서 저자 박웅현은 이것을 '들여다보기'라고 표현했는데, 매우 적절하고 공감되는 표현이다. 훌륭한 사진사가 피사체를 향해, 피사체의 심리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가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김훈의 시선은 세상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본질을 맹렬히 추구하고 있다.



2.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의 원형을 찾아서 


시간상 <자전거 여행>은 같은 저자의 <칼의 노래><현의 노래>보다 먼저 집필된 책이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 여행>을 가장 마지막에 읽게 되었는데, 그에 따른 재미도 존재한다. 이 책 속에서 이미 저자는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여행이 뒤따른 두 작품의 사전답사적 성격을 지닌 것인지, 아니면 여행 중에 문득 집필의 주제가 떠오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예고편처럼 매우 선명하게 두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의 다른 주제들이 앞으로 저자의 다른 작품으로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도 다른 한편에서는 역시 직접 내 발로 뛰어서 얻어낸 체험이야말로 가장 살아있는 글쓰기의 원천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새로운 글을 쓴다는 것은 창조가 아니라 세상 어느 한켠에 숨어있던 이야기의 발견일지도 모른다. 



3. 세상 전부를 들여다보다. 나 자신까지도


글자 혹은 언어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소통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기호이자 도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을 언어를 통해 외부로 표현하는 순간 유리컵에 담긴 숟가락이 휘어보이듯, 어쩔 수 없는 의미의 굴절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의 굴절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의식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굴절된 언어의 사막을 건너다가 문득 오아시스를 만날 때가 있다. 사막 위의 오아시스는 굳이 이름표가 필요없다. 오아시스라는 것을 처음 보는 사람조차도 본능적으로 그것이 오아시스임을 알고 있다. 김훈의 언어는 굴절의 사막 위에 곧게 돋아난 오아시스같다. 읽는 순간, 본능적으로 이 언어들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차이는 아마도 들여다보는 깊이의 차이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냉이 된장국을 먹었고, 지금도 먹고 있겠지만, 아무도 김훈같은 시선으로 냉이 된장국을 바라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 있었다고 하더라도, 김훈과 같이 명확하고 공감되는 언어로 살려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바라보는 것은 세상이지만, 그것은 언어로 체화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다. 여기에 김훈의 힘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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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책 리뷰 한편 올립니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기분 내키는 대로 올리다보니, 

순서가 뒤죽박죽이네요^^;;;

김훈 작가의 문장력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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