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 K리그는 본격적 승강을 앞두고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최하위 2개팀이 떨어지고 12위 팀은 승강 플레이오프로 내려앉는다. K리그 챌린지에서는 1위 팀이 12위 팀을 상대로 승격에 도전한다. K리그 챌린지 우승팀의 플레이오프 승리가 전제가 되어야겠으나, 그렇게만 된다면 K리그가 처음으로 유럽형 승강을 이루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불청객이 된 팀이 있다. 바로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경찰 축구단이다. 오범석, 염기훈, 정조국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거느린 경찰은 8라운드를 소화한 현재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3에서 7승 1무라는 압도적 전적을 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섣부른 예측은 할 수 없으나, 이 기세라면 능히 1위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그런데 경찰이 실력으로서 일군 당당한 1위가 외부에서는 달갑지 않게 비치고 있다. 경찰은 K리그 클래식 승격이 안 되는 팀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연고지가 없어 매 경기 원정을 치르고 있다. 안산, 아산 등 몇몇 지자체와 접촉을 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요구하는 K리그 라이센스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K리그 챌린지에서 유일하게 라이센스상 프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팀이 선두를 질주하는 것이다. 프로연맹은 만약 경찰이 우승할 경우 승강 플레이오프는 치르지 않는 것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올 시즌도 강등만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매우 크다.그렇다면 승격을 열망하는 K리그 챌린지 팀의 반응은 어떠할까? 18일 오후 2시 안양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9라운드에서 경찰과 맞붙은 안양의 이우형 감독은 아쉬워도 지금 와서 K리그 챌린지 차순위 팀에게 플레이오프 진출권은 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지금 와서 억지 구실로 K리그 챌린지 2위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무리하게 강행하면 그 자체도 프로축구의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논지였다. 승강을 추진 하는 모양새나 명분을 감안할 때 K리그 챌린지 2위 팀이 나가는 건 어색하다는 뜻이다.이 감독의 주장처럼 만약 K리그 챌린지 2위 팀에 출전권이 주어질 경우 K리그 클래식 12위 팀이 강력 반발할 소지가 크다. 가뜩이나 '승강해야 한다'라는 주위의 목소리 탓에 분위기상 본의 아니게 '악당 '팀이 되어 벼랑 끝에 설 공산이 큰 이들이 억지로 출전 자격을 부여한 K리그 챌린지 2위 팀과 맞대결을 바랄 리가 없기 때문이다.경찰은 이런 분위기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자세다. 조동현 경찰 감독은 "승강제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저 매 경기 승리하고 좋은 모습을 보일 생각"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사실 경찰로서도 난감하다. 승격을 못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경기를 대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거듭해서 승전가를 울리겠다는 각오다. 본의 아니게 K리그 승강을 저해하는 '악당'이 되고 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