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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저 스킨십 하고 있고 폭력 사랑 다 받는 딸인 제 입장에서
게시물ID : tvent_6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7428
추천 : 2
조회수 : 108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20 02: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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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버님 정말 불쾌합니다.

제목을 왜 저렇게 지어 뒀냐면, 사랑이다 사랑 하의 폭력이다 하는 내용들이 많은데 전 그 둘을 다 받고 있는 딸이기 때문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아빠한테 사랑을 꽤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거의 긍정적인 면에서.
사실 논란이 된 이번 화에 나오는 스킨십은 저랑 아빠가 지금도 하고 있는 스킨십입니다. 전 저 학생보다 1살 많고요.
이번 화 아버지가 말씀하신 케이스중 하나가 지금 싫어해도 나중엔 다 돌아온다 였는데 전 그 케이스인것도 맞아요 
사춘기를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일찍 겪었고 아빠 마음도 일찍 깨달아서 그래 뭐 하다보니 재밌네 하고 같이 하고 있어요.

이렇게 그 아버지랑 잘 맞는 것 같으면서 아버님이 불쾌하다고 하는 이유는, 우리 아빤 제가 불쾌하다고 할 땐 스킨십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돌아오는 케이스가 많던 어쩌던 관계가 없어요. 나중에 좋아하고 말고랑은 관계가 없이 문제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일들이고 '지금' 딸이 어떻게 느끼느냐 입니다.

사랑 하의 폭력이란 얘길 했는데 이건 엄마 쪽이거든요. 사실 사춘기를 일찍 겪은 것도 엄마 탓이 큽니다.
엄마는 제가 어릴때부터 언어폭력이 잦았어요. ㅊㄴ같다느니 ㅂㅈ라는 말을 딸인 저한테 막 쓰거나.. 보통 딸한테 쓸수 없는 욕들을 사실 지금도 듣고 있습니다. 어릴땐 맞기도 많이 맞았고요.
그때마다 참 싫었던게 주위의 반응이었습니다. 그거 다 너 올바른 길로 가라고 엄마가 지도하는 거야, 라는.
엄마가 딸을 너무 사랑하고 아끼니까 한번 화나면 그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거지 라는.
그렇다고 제가 저 말들을 들을 만큼 행동을 막 했냐면 그것도 아니었어요. 공부도 쭉 상위권이었고 성격은 활발해서 반 전체가 친구는 아니어도 반에서 절반 이상은 친구였습니다.

그런데도 엄마의 폭언을 친척들은 사랑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사랑하고, 너무 아껴서 화가 나도 말이 더 격한 거라고. 물론 엄마의 행동이 정상적인건 아니지만 제가 이해할 수 없냐고.
전 친척들이 사랑이라고 얘기하는 그 행동 때문에 최근에 배개로 숨 막혀서 죽을 뻔 했어요.
이 극단적인 상황에도 사람들은 별 대안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사랑해서 저지른 폭력이니 금방 나아지고 화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랑과 사랑 하의 폭력의 기준은 간단합니다.
그 표현을 받는 사람이 즐거우면 사랑이고, 받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하면 폭력인 거에요.
훈육 이외에 예외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다 이해할거야, 라고 말한다는 건 지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죠.
대체 지금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왜 굳이 지금 이해하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아빠가 프로상의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도 폭력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받아들이니까요. 제가 지금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제 아빠의 행동은 당연히 폭력입니다.

'나중에' 라는 아버지의 논리는 비약하자면 그 논리와도 비슷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들이 '어차피 나중에 다 해볼거 지금 하는게 뭐가 이상해?' 라는 논리와 비슷했죠.
아버지가 성폭력 가해자란 말이 아닙니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 나중에 이해할 거야. 라는 자기 합리화가 비슷하단 겁니다.
아직까지의 자기 합리화 수준은 가타부타 제가 판단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한 건 그 합리화의 극단적인 예가 가해자의 저 논리라는 거죠.

사랑이라는 말은 참 예쁘죠. 너무 예뻐서 부정적인 모든 행동들을 가려버립니다
그래도 사랑이던 뭐던 애가 지금 이해 못하면 폭력이에요. 딴 거 없습니다.

사랑이니까 나중에 괜찮아질거야, 가 아니라
사랑하니까 지금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라는 말이 더 자주 쓰이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도 하루 빨리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되는 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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