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종종 보였던 주장이고 이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지만 귀차니즘으로 인해 미루다가 필요성을 느껴 글을 씁니다.
집 컴퓨터에 조사한 자료들이 있긴 한데 지금 불러올 수 없는 관계로 근거 자료 제시가 미흡할 수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 독일과 네덜란드는 왜 수개표로 전환했을까?
기존 전자투표 시스템이 어떠한 방식이었는지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간단히 구글링을 해 보았습니다.
박병석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님께서 2009년 5월에 쓰신 글이군요.
본문 내용 중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단락들을 몇개 인용하겠습니다.
'위헌 판결의 근거로는 소프트웨어의 하자나 결과 조작의 의도 여부에 대한 인지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투표자들이 최소한 전자투표 행위에 대한 신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러한 확인 방법으로 재판부는 투표용지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독일의 제16대 연방의회 선거에 사용된 전자투표기는 독일에서는 ‘투표 컴퓨터’라 불린다.
이것은 전자투표기의 관용적 표현이다. 전자투표기는 선거에서 기존의 종이 투표용지를 대신하는 기계이다.
투표용지는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고, 투표자는 버턴으로 화면상의 투표용지에 자신의 선택을 표시한다.
이렇게‘기표된’투표용지는 기계에 저장된다. 저장된 투표는 동시에 전산으로 집계되어 선거 결과까지 나온다.
독일에서 사용되는 전자투표기는 대부분 네덜란드 Nedap와 미국 Diebold 회사 제품이다.'
'전자투표기 사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종이로 된 투표용지와 달리 오작동이나 조작 가능성은
오로지 기술 전문가만 인지할 수 있다는 것과, 종이에 기록된 투표 절차‘영수증’이 없기 때문에 기계의 오류가 있다 해도
손으로 투표를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투표 절차의 불투명성은 비민주적인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기술 자체도 조작 방지에 충분치 못하다고 본다.'
이 세 단락만 보더라도 기존 양국의 투표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군요.
실물 '투표지'를 사용하지 않고 투표한 결과를 데이터화하여 저장 후 집계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실물 투표지를 이용해 개표절차를 거친 후 결과를 집계하는 방식과는 다르다고 봐야겠지요.
정리하자면, 기존 독일과 네덜란드의 투표 시스템은 투표 후 집계라는 과정을 거쳤다고 할 때
우리나라는 투표 후 개표를 거쳐 집계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투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한 '투표지'를 사용하고 있구요.
우리나라의 현 투표시스템이 구 독일과 네덜란드의 전자투표시스템처럼 실물 투표지를 사용하지 않고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면, 저도 분류기 사용 금지를 주장하시는 분들과 논쟁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당장 저부터 전자투표 시스템 폐기 혹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