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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스압주의)
게시물ID : panic_641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윈스턴
추천 : 14
조회수 : 3053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4/02/15 10:02:26
토악질이 자연스레 올라오는 견딜 수 없을만큼 심한 악취가 풍겨오기 시작한 것은 보름 전이었다.
온 마을이 역겨운 부취에 휩싸여 사람들은 옆 마을 마을회관으로 피신을 갈 정도였다.
특히 냄새가 심해지는 때는, 산바람이 불어 내려오는 밤 중으로 산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냄새가 심하여 산에서 뭐가 커다란것이 썩고있나보다 그리 생각할 뿐이었다. 원인을 찾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 수색에 나섰을 때도 있었지만, 산을 돌아다니노라면 코가 저릿한 것을 넘어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아파왔고 구역질에 토악질을 연거푸 멈추지 못하고 기절하는 이들마저 속출한 까닭에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썩어 없어질 때 까지 참고 지내자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공권력의 힘을 바라지 않은 것은 아닌지라 읍사무소에도 연락을 해 보았는데, 한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고 계속 상부의 지시를 기다린다고만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꼬라지가 보나마나 근무태만에 빠진 산간벽지의 공무원임을 스스로가 자처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경찰에도 몇 번씩 신고해 보았고 119 구급대원들도 수 차례 불러보았지만, 처음에는 시체라도 유기되어 썩는 줄 알고 꽤 많은 인원을 투입해 조사하다 아무것도 나오질 않자 포기하고 그 후에는 신고를 하여도 '네, 한번 더 수색해 보겠습니다.' 하고 산허리도 못 가 돌아가버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마지막으로 언론사에 연락을 해 보았지만, 이미 도지사나 군수가 상황파악이 끝난 모양인지 취재하러 오겠다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던 것이다. 아마 언론측에 압력을 넣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볼 일이었다.
 
 
"푸우… 푸우…!!"
 
 
마을의 몇 안되는 진짜 청년(노인들 뿐인 촌에서는 40대의 중년도 마을 청년회에 가입되곤 한다)이었던 대용은 마을 이장님이 친히 두 손을 꼬옥 붙들어가며 부탁한 까닭에, 어디엔가 제작년에 파묻어놓은 약초주를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결국 젊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채이며 심부름을 하기 바쁜 신세 처량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대용도 이런 느긋한 마을이 싫지는 않아서 그것을 위로삼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래도 심부름을 해 줄 적에는 으레 밭에서 씨알 좋은 감자라도 한 광주리 따서 챙겨주고, 농작물 하나는 아무리 흉작해도 한 해 그득히 먹고 살 정도는 되니 하루하루가 걱정은 없는 것이 좋았다.
그런 대용도 지금은 걱정이 생겼는데, 어떻게 산 중턱에 묻어놓은 약초주를 찾아 챙겨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무엇인가 썩는 것이라면 악취로 예상하건데 바퀴벌레나 파리, 송장벌레 따위가 마을에 득시글 거려야 마땅한 것이었으나 오히려 마을은 벌레가 싸악 사라져 깨끗함을 넘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보이니 분명 정상적인 일은 아니었다.
 
사람도 얼마 안되어 읍내도 없는 시골에 사는 젊은이치고 대용은 좋은 대학 나와 잘 배운 고학력자였는데, 그의 머리로는 도저히 현재 상황이 이해가 안가는 것이었다. 마을 어디엔가 메탄가스라도 대량 매장되어있는지, 안좋은 화학약품을 누가 유기하고 도망친 것인지 온갖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지만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썩는 내가 진동을 하지만 정작 동물은 커녕 벌레조차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 여름의 산간지역이 그럴 수 있을까?
 
그래도 대용은 나은 편이었던 것이 어느날 생각이 바뀌어 귀농하긴 했지만 서울에서 살 적에는 실한 목을 잘 잡아서 카페운영으로 한 몫을 단단히 챙겼고, 귀농한 뒤에는 인터넷으로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고 관련 식품들을 만들어 유통해 목돈을 꽤나 쥐고 사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집도 튼튼하고 외부공기가 차단이 잘 되어서 썩은 내가 잘 안들어오고, 시원한 에어컨을 마음 내킬때마다 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사온 A사의 유명한 공기청정기(이름이 Atmosphere 라고 하는데 이름 한번 멋 없다 라는 이유로 기억에 잘 남았다)까지 들여와 놓았으니 밖의 공기와는 달리 대용의 집 안의 공기는 깨끗하고 냄새도 나지 않는지라 옆 마을로 피난가지 않고도 잘 지낼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장점이 발목을 잡아 버렸으니,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서 떠억 버티고 서서 살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중 하나인 대용에게 마을의 일을 일임하기 시작했고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일거리가 대용에게 쏟아진 것이다.
본인의 밭 뿐만 아니라 남의 밭에까지 물도 대 주어야 하고, 거름은 뿌리지 못하더라도 밭을 순찰하거나 잡초를 뽑고 시들시들한 놈들을 골라 뽑아버리는 등의 수 많은 일들이 여간 골치썩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보상은 두둑해서, 수확한 작물은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마을 사람들이 선심도 크게 썼고 정 눈치보여 못 가져가겠거든 수확물의 절반을 아예 창고에 쌓아주겠다고까지 이야기 하는 터라 대용은 거절할 수 없었다.
하기사 그냥 밭을 방치해서 작물들을 모조리 말려 죽일 바에야 대용에게 큰 값을 치루고서라도 본전을 건지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였다. 수확물의 절반만 남겨도 한 해는 솔찬히 넉넉하게 먹고 살 수 있었다.
 
문제는 마을 사람들이 적은 것에 비해 관리해야 할 땅이 많았고, 그런 탓에 하루하루가 금쪽같고 바빠서 눈 코 뜰 사이가 없는 대용에게 이장이 술 심부름을 시킨 것이었다.
오늘은 마을 사람들의 불만이 유난히 많이 터져서 잔치라도 열어야겠다나.
그 술을 가져올 사람은 대용 뿐이었다.
 
 
 
 
 
산으로 들어설 수록 악취는 점점 더 짙어져만 가고 왠만한 냄새는 후각이 마비되어 나중에 가면 못 맡을만도 한데 이 냄새는 도통 사그라질줄 몰랐다.
한번 숨을 몰아쉬는 것 마다 갈등의 연속이었다.
빨리 하루의 일을 모두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좋은 공기 마시며 인터넷이나 하고 맛있는 것이나 해 먹어가면서 느긋하게 쉬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집에 파란지붕네 할머니가 가져다 준 멧돼지 고기도 있었지…? 후욱… 으아아… 후욱…!!"
 
 
오늘 아침 이장에게 부탁을 받기 바로 전, 할아버지가 운 좋게 잡은 멧돼지가 있다며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싱싱한 고기를 한 덩어리나 가득 받아와 냉장고에 쟁여놓았더랬다. 파란지붕집 할머니는 엽사이신 할아버지의 덕을 제대로 보고 사시는 분이었고, 같은 마을사람들도 으레 할아버지가 잡은 산짐승 고기를 안먹어 본 이들이 없었다.
멧돼지 고기가 잘 못 요리하면 누린내가 진동을 하지만, 신선한 것을 제대로 요리하면 그 맛을 다시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것이었다.
혈기있는 젊은이라 그런지 이런 견디기 힘든 악취 속에서도 집에 두고 온 멧돼지 고기만 생각하면 군침이 돌아 힘이 나는 것이다.
마을의 온갖 일을 도맡아하는 젊은 청년이라고 한가득 건네준 고기가 대형 냉장고에 가득 차 있었기에, 한동안은 고기걱정 없이 매일매일이 행복할 것이었다.
 
 
 
 
 
 
 
 
 
 
 
 
바스락
 
 
 
 
 
 
 
 
 
 
 
대용은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멈췄다.
이 곳에는 멧돼지도 흔했고 뱀은 말 할 여지도 없이 많았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근래 유래없이 짐승들이 자취를 감추었다고는 하지만 조심해야 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이 시점에는 마을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산에 올라올 이들은 더욱 없는 일이다.
 
 
 
"뭐지… 아무것도 아닌가…?"
 
 
대용은 의아함에 주변을 둘러 살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 보였고, 더이상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 위험하진 않을 것 같아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근래들어 아무도 산에 오질 못해서, 약초나 나물 따위가 지천에 널려있었다.
대용이 한 손에 들고 있는 바구니가 유난히 큰 것은 약초주가 든 항아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기왕 산에 들어온 김에 오래 있지는 못하더라도 가는 길목에 보이는 먹을거리라도 좀 뜯어가자 하는 취지였던 것이다. 소리가 난 방향에 유난히 풀 들이 무성했던 탓에 혹시라도 귀한 영지 버섯이나 있을까 싶어 발걸음을 하는 것이 더 그럴듯한 이유였다.
 
 
 
바스락 바스락
 
 
 
그래도 뱀 따위가 종아리를 잡아 채지나 않을까 싶어 부지깽이로 풀 들을 부지런히 헤집어가며 들어섯다.
무성한 풀들 사이에는 무언가 번쩍거리는 것이 하나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장니임!! 이장니이임!!!"
 
"… 아! 하이고! 자네 왔는가! 고생했네 고생했어! 이 무거운걸 혼자 들고 오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가, 평소 같으면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매달려 파내 왔어야 했는데……."
 
 
 
경운기에서 내려 헐레벌떡 뛰어온 대용이 약초주 항아리를 내려놓은 곳은 옆 마을의 마을회관이었다.
크게 솟은 고목의 그늘에서 햇볕이나 깨나 피하고 있던 이장이 대번에 대용을 발견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을 보니 일부러 대용을 기다렸는 듯 싶었다. 이장은 대용이 항아리를 내려놓자마자 흙을 털어내고는 조심스레 그 뚜껑을 열어보았다.
 
향긋하면서도 톡 쏘는 술 냄새를 보아하니 깨끗하게 잘 익은 듯 싶었다.
 
그런 냄새나는 곳에서도 용케도 냄새가 배어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이장은 썩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러다 대용이 한 켠에 내려놓은 바구니를 보았는데, 산나물이나 버섯이 가득이었고 개중에는 귀한 산더덕도 칡과 함께 드문드문 보였다.
하지만 대용은 먹을거리들 보다도 이장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장님, 이거 혹시 뭔지 아세요?"
 
 
 
늘어진 작업복의 주머니에 꽂혀있던 것을 대용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꺼내어 놓았는데, 그것은 꽤나 묵직한 금 빛의 돌덩이였다.
 
 
 
"이거 처음에는 혹시 금인가 싶었는데… 금이 아니라 황동석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광석같은게 산에 묻혀있으면 광산 하나 들어서는건 시간문제 아니예요?"
 
 
 
대용은 상기되어 이장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네어왔고, 나이가 지긋하고 이마에 주름이 한가득인 이장은 평생토록 마을에 살면서 단 한번도 보질 못했던 것이 대용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보고 만감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마을에… 광산같은게 생긴다면, 우리는 돈 깨나 만지겠지마는…. 사람들이 북적이게 될 것이고, 타지 사람들이 그래 들어와 살면 조용하고 살기좋은 우리 마을은 남아나질 않을게야. 늘그막 노인네 하나가 괜한 걱정 하는것일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 봐야해. 우리가 못 먹고 사는 처지도 아니지 않은가?"
 
 
 
결국 그 이름모를 광물은 이장이 아는 사람에게 맡겨서 무엇인지 조용히 알아봐 주겠다고 가져갔고, 대용은 이장의 진중한 이야기에 무게를 느끼고는 오늘 하루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쉬기로 마음먹고 들어가버렸다.
 
 
 
 
 
 
 
 
 
 
 
 
 
 
 
 
 
 
 
 
 
 
 
 
 
 
 
 
 
 
 
 
 
 
 
 
 
 
 
치이이이익
 
 
 
 
멧돼지 고기가 맛깔스러운 냄새를 풍기며 집안에 한가득 그 자취를 풍겼다.
고기를 구울 때는 창문을 열어야 하지만, 지금 그런 짓을 했다간 입맛이 싸악 달아날 것이기에 공기청정기와 에어컨만 믿기로 했다.
더욱이 그 풍미를 더하는 시골 고추장과 기름장, 산에서 방금 따온 쌉싸름하고 향긋한 산나물과 산더덕 등이 어느 호텔의 고급메뉴 못지 않게 호화스러워 보였다. 물론 실제로도 호화스러운 식탁이다.
누가 이런 흔치않은 음식들로 식탁을 가득 채워 먹어 보겠는가.
오늘은 왠지 운수가 대통한 것 같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산에 다녀와 그 악취에 온통 시달려 생긴 두통이 머리를 있는대로 짓눌렀지만 대용은 육즙이 자글자글 흐르는 멧돼지 고기 익는 냄새에 도취되어 그런 두통 따위는 단숨에 벗어버렸다. 이제는 깨끗한 마음으로 식탁에 앉는다.
누구에게 인지 명확하지 않은 '잘먹겠습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행복한 하루 끝맺음 식사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식사가 끝난 것은 두 시간이 훌쩍 넘은 뒤였다.
맛있는 것이 가득 있다보니 평소보다 몇 배는 과식하기에 이르렀고, 그냥 목구멍으로 술술 넘기기도 아깝다 하여 씹고 또 씹으며 음미를 한 것이 수 차례. 결국 프랑스인들도 하지 않을 법한 장시간의 식사를 해버렸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그 살살 녹는듯 하면서도 고소하고 풍미가 넘치는 멧돼지 고기와, 향긋하고 상큼한 산더덕의 맛을 끊임없이 곱씹으면서 행복해했다.
 
 
덜그럭 덜그럭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동네라 다른 동네는 아궁이나 화로를 이용했지만, 대용은 전기로 커버가 가능한 인덕션이나 전기 그릴 따위를 이용했고, 오늘의 경우에는 따끈한 방 안에서 느긋하게 즐기기 위해 전기 그릴을 이용했기에 설거지 하는데에 시간이 더 오래걸렸다.
 
 
 
 
 
 
 
똑 똑 똑
 
 
 
 
 
 
 
설거지가 거의 끝날 즈음, 누군가 베란다 창문에 대고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설거지할 그릇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냥 물에 담궈놓고 내일 아침에 마저 처리하기로 한 뒤, 손을 씻고 베란다로 다가갔다.
이 시간에 대체 누가 문도 아닌 베란다 창문을 두드린단 말인가. 더군다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자리를 비워 옆 마을로 가 있는 마당에.
 
 
 
차라락
 
 
 
커튼을 옆으로 제끼자 나타난 것은 마을의 또 다른 젊은 청년인 병철이었다.
대용보다 다섯살 위였던 병철은 이미 결혼해 어린 딸까지 데리고 지내는 사람이었다.
 
 
 
 
"병철이 형, 무슨 일이야?"
 
 
 
 
베란다 문을 열며 대용이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뭔가 다급하고 긴장된 눈초리를 가지고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선 병철은, 베란다 창문을 닫고 커튼을 닫은 뒤 밖을 한차례 더 살피고는 그제서야 대용을 바라보았다.
대용은 그의 행동에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느끼고 불편해졌다.
 
 
 
 
"니가 가져온거, 이장님한테 맡긴거 있지?"
 
 
 
 
대뜸 대용이 가져온 물건으로 화제를 띄우는 병철의 얼굴은 알 수 없는 흥분감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그거, 금이다."
 
"뭐, 뭐라고? 금!?"
 
"그래, 금. 그것도 순도가 꽤 높아서 비싸게 팔릴 것 같아."
 
"… 그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이장님은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내가 이장님 모시고 시내까지 나갔다 왔거든. 그때 같이 들어가서 들었지, 전문가라는 사람한테."
 
 
 
이제서야 병철의 얼굴에 가득 띄워진 흥분감의 본질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욕망이었다.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병철의 두 눈은 왠지 모르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움마저 느끼도록 하고 있었다.
 
 
 
"우리… 광산 만들자. 우리가 광산을 가지지 않아도, 일단 광산이 들어서기만 하면 우린 얼마든지 떼돈을 벌거야! 이 평당 몇 백원도 안하는 촌구석은 땅값이 무지막지하게 오를거라고!"
 
 
 
질 좋은 금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병철은 벌써부터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이장이 했던 이야기가 불현듯 떠오른 대용은 꺼림칙했지만 병철을 말려보기로 했다.
 
 
 
 
"저… 병철이형. 이장님이 한 말씀이 있어."
 
"나도 알아, 나한테도 그 얘기 했다고. 근데 그 사람들은 살만큼 살았으니까 늘그막에 머리 아프기 싫어서 그러는거고, 우리는 살 날이 아직도 많이 남았잖아? 돈이 필요하다고 돈이. 늙갱이들 말 들을 필요 없어."
 
 
 
 
고개를 살며시 가로저으며 소심하게 부정의 의미를 표한 대용은, 영양가 없는 병철의 말을 대충 들어준 뒤 늦은 시간을 핑계로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니, 왠지 그의 사정을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철은 아내가 있었고, 세 살 난 어린 딸도 있었다. 아내는 벌써 두번째 아이를 임신중이었고, 이런 촌구석에서 아이를 둘이나 키울만한 돈을 모으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용은 혼자 살아서 먹고 사는데에만 돈을 쓰면 충분하니 넉넉하게 사는 것이고, 마을 노인들이야 말 할것도 없이 돈 쓸일이 없어 역시나 농작물들 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다.
처 자식이 딸린 촌부 병철은 그와는 다르게 고민할 것 투성이였던 것이다.
 
 
 
 
 
 
 
 
 
 
 
 
 
 
 
 
 
 
 
 
 
 
 
 
 
 
 
 
 
 
 
 
 
 
 
 
 
 
 
대용이 잠에서 깨어난 것은, 이른 새벽이었다.
찜통같이 수분을 쥐어짜는 여름더위에 에어컨을 켰다 껐다 하며 선잠을 자기 일쑤였던 대용은 그날따라 먹은것이 실한 탓인지 에어컨 없이도 잠을 잤고, 너무 추워지면 꺼야하는 에어컨이 애시당초 꺼져있던 탓에 한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기분좋게 취한 것이다.
물론 깨어나니 간밤에 흘린 땀 때문에 몸과 이불이 축축히 젖긴 했다.
 
깨어나고 보니 밖이 여간 소란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뭔가 심상치않은 엔진소리에 자신의 잠을 깨운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대용은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제꼈다.
후욱 하며 악취가 집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이놈의 악취는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악취 덕분에 정신이 말짱해진 대용은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는데, 뽀오얀 흙먼지를 사정없이 일으키며 건설장비 따위가 마을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마을은 난리가 났다.
 
아무래도 병철이 대용을 찾아와 한 이야기는 이제부터 같이 행동하자는 권유가 아니라, 이미 채광 회사들에 다 이야기를 넣어놓고는 자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러 뒤늦게 찾아온 것인듯 했다.
대용은 건설장비들을 물리러 가려다, 자신이 가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옆 마을의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아침부터 더욱 심한 악취가 왠지 대용의 심장을 불안하게 옥죈다.
 
 
 
 
 
 
 
 
이미 마을회관에서는 찬반여론이 거세게 일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그래도 얼마 안되는 젊은이인데다 마을 일에는 항상 솔선수범하여 발언권이 상당한 대용이 모습을 보이니 마을 사람들은 모두 대용에게로 몰려들었다.
 
주로 대용에게 하는 이야기는 일관되었다.
 
도시에 사는 자기 자식들에게 돈을 부쳐주고 싶은 사람이나, 원체 욕심이 많은 사람, 갑자기 하고 싶은것이 있어 급전이 필요했던 사람 등등은 광산의 건설 여부에 찬성을 토로했다.
반대로 찾는 가족들이 없거나 자식들이 있어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 사람, 조용하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지금 사는것에 불만이 없는 사람 등등은 광산의 건설 여부에 반대를 표했다.
 
주로 젊은 사람들 쪽에서 광산을 찬성하는지라 자연스레 편이 갈라졌고, 점점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듯 했다.
 
 
 
"이놈들아! 우리가 여서 몇 십년을 살았는지 알기나 허냐!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뽑아낸다고 이게 무슨짓들이여!!"
 
"광산 들어서면 지금보다 더 맛난것도 먹고 돈도 잘 벌고, 볼것도 많아지고 병원도 생기면 일부러 시내까지 안나가도 되고! 얼마나 좋습니까 어르신!"
 
"그런거 다 없었어두 우린 잘 살어왔어 이놈아!!"
 
 
 
이 난잡한 상황에서 대용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아 당황하던 차였다.
특히나 찬성하는 자들 한 가운데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병철이 퍽 부담스러웠고, 괜히 맞상대했다가 불똥이나 깨나 튀는 것이 여간 겁나는 일이 아니었다.
 
 
 
"허어… 이 노인네가 방정이지… 그저 묻어뒀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것을…."
 
 
 
마을회관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한탄을 하는 이장이 보인다.
왠지 대용은 뭉클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져 없던 용기까지 생기는 것 같았다.
대용이 사람들 앞에 성큼성큼 다가와 우뚝 서자 모두가 대용을 주목했다.
 
매일같이 보던 사람들임에도, 다수의 인원들 앞에 바로서기란 여간 위압감이 드는 일이 아니었다.
 
 
 
 
 
 
"저는… 반대합니다."
 
 
 
 
 
 
이윽고 터져나오는 기꺼운 긍정의 말과 독이 담긴 반대의 말들이 쏟아지며 서로 대용을 설득하려 들었지만, 대용은 듣지 않고 말을 이었다.
 
 
 
"개발하고 돈 많이 번다고 꼭 좋은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한 쪽에서 원한다고 다른 한 쪽이 불행해지면 안되죠. 광산이 없으면 그냥 평소대로 그럭저럭 살 수 있지만 광산이 생기면 지금 반대하시는 분들은 지금보다 불행해지실 것 아닙니까? 거기다 돈 많이 번다고 행복해진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죠, 인생이 그렇잖아요. 많이 살아오신 분들 앞에서 젊은 제가 할말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반대하시는 분들 중 대부분이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이신데 우리가 이분들의 의견을 묵살해가며 마을을 바꿔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소같으면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입바른 소리를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거기다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야 더할나위 없이 이전에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었다. 왠지 자긍심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지는 대용의 눈에 흐뭇한 미소를 띈 채 자신을 바라보는 이장의 모습이 들어와 한 층 기분이 더 흡족해졌다.
 
 
 
 
 
파각
 
 
 
 
 
왠지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는다.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신을 사방에서 에워싸 흔들어대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대용이 정신을 차린 것은, 시내의 병원에서 이틀이 꼬박 지난 뒤였다.
정신이 들자마자 보인 것은 자신의 옆에서 반가운 눈초리로 의사를 부르는 파란지붕 집 할머니였다.
 
 
 
"아, 뇌진탕을 일으키셔서 큰일나실 뻔 했습니다. 보험처리 하시거나 때리신 분 고소할 일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구요, 최대한 몸 움직이지 마시고 며칠 푹 쉬신 뒤에 다시 찾아오세요. 붕대는 그때 풀도록 하죠."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병철이 대용의 말에 눈이 돌아가 두터운 유리로 된 재떨이를 집어던졌다고 한다.
할머니는 사방에 피가 튀고 피가 콸콸 쏟아져나와 젊은 사람이 괜히 늙은이들 때문에 요절하는 줄만 알았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조곤조곤 이야기 해 주었다. 대용은 그 말을 듣고는 병철에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눈 앞에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할머니가 연신 고맙고 애잔한 까닭에 속내를 숨겼지만, 한 마을에 사는 몇 안되는 청년이라고 넉살좋게 이것저것 부탁하러 찾아와 버릇 한것이 엊그제같은데 자기가 반대 한번 했다고 재떨이를 던졌다는 사실이 배신감으로 대용의 머릿속을 깊게 물들여갔다.
 
 
 
"할머니. 우선 퇴원하고 저희집에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마침 산에서 캐온 산더덕하고 산나물도 있고, 할머니가 주신 멧돼지도 많이 남았는데."
 
 
 
 
 
 
 
 
 
 
 
 
 
 
 
 
 
 
 
 
 
 
 
 
 
 
 
 
 
 
 
 
 
 
 
 
이틀만에 돌아온 마을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장정들 투성이였다.
산 입구에는 마스크를 쓴 채, 결사반대를 외치며 힘 없이 서있는 노인들이 있었고 그 앞에는 건설 중장비들을 세워놓고 곡괭이를 든 채로 대치중인 인부들과 몇몇의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사태는 심각해 보였는데, 우스꽝스러웠던 것은 그런 심각한 대치상황에서도 토악질을 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머지 사람들도 지긋지긋한 악취에 안색이 파리했다.
 
 
"이게 무슨 짓들이야!!"
 
 
대용은 의기인지 분노인지 모를 격한 감정을 가지고 성큼성큼 다가가 인부들에게 일갈했다.
인부들은 그런 대용을 보고 코웃음친다.
마을에서 사는 주민들보다 외지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이 더 당당하다.
그들은 법과 돈이 있기 때문이었다.
 
 
 
"넌 뭔데 또 시비야, 안꺼져?"
 
 
 
거친 시비조가 여유롭게 쏟아지는 꼴을 보니 그냥 인부같지는 않고 여러가지 일을 도맡아 하는 용역꾼들인 듯 보였다.
대용은 더 화가 난다.
힘 없는 노인들을 상대로 무슨 짓들이고, 그들의 편에 선 노인들은 그 옆에 나란히 서있는 마을의 젊은이들보다 더 악독해 보였다.
 
돈이 요물은 요물이다.
 
 
 
 
"왜 마을 사람들이 싫다는데 다짜고짜 중장비를 들여와서 지랄들이냐고!!"
 
"지이랄? 니 미쳤나. 나이 몇 살 처먹었다고 눈깔 치켜뜨고 개기냐 겁대가리 없이."
 
 
 
 
대용이 거칠게 대항하고 나서자, 반대하던 노인들이 대용의 옆에 서서 그를 꼬옥 붙들었다.
살며시 돌아보니 대용을 걱정하는 기색이 태반이었다.
더욱 힘을 내서 버티기로 작정한다.
 
 
 
"너희들 줄 거는 하나도 없으니까!! 나가라고!!!"
 
 
 
큰 소리를 내질렀더니 머리가 찌잉 하고 울려와, 대용은 인상을 쓴다.
다친 머리가 아파오며 지끈지끈해지고 머릿속에 심장이라도 들어온 듯 쿵쾅쿵쾅 무엇인가 뛴다.
대용이 머리를 붙들고 주춤할 때, 할머니 하나가 슬리퍼를 한 쪽만 신은 채 달려와 다급히 외쳤다.
 
 
 
"크, 큰일났어들…!! 이, 이장님이… 이장님이이…!!!"
 
 
 
 
 
 
 
 
 
 
 
 
 
 
 
 
 
 
 
 
 
 
 
 
 
 
 
 
 
 
 
 
 
 
 
 
 
대용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다급히 도착했을 때엔, 이미 경찰이 와 있었다.
다른 제대로 된 경찰 병력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해서, 읍내에 있는 파출소에 경찰만 둘 와 있어서 제대로 현장 관리가 안되고 있었다.
겨우 어설픈 솜씨로 경찰통제선을 세운 곳은 이장의 집 마당이었는데, 그 모습이 끔찍하여 왠만한 할머니들은 오열하며 자리를 피했고 남자들도 연신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눈을 돌렸다.
읍내 푸줏간에서나 날 법한 쇠 냄새는 이장의 시신에서 흘러나온 피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뭔가 날카로운 것에 전신이 찢긴 듯한 상흔 투성이였고, 내장이나 골 따위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노인 중 하나가 격앙되어 외친다.
 
 
 
"어떤 새끼가!!! 내 가만두지 않갔어!!! 그 금이 뭐이라고 사람을 이래 죽이간!!!!"
 
 
 
평안도 말씨가 인상깊은 것이 평소같으면 퍽 재미나고 유쾌할 노인이건만 지금은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눈물을 흘리며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모두가 말리는 시늉은 하지만, 그 행동에 마음은 따르지 않는 것이 모두가 그 노인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는 반증이리라.
그저 속 없는 말로 참으라는 말을 기계같이 반복하지만, 정작 경찰들도 아연하여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으니 누가 다른 말을 하겠는가 싶었다.
개중에는 저 노인만큼 화를 내고싶어 부글부글 끓는 것이 대용이었다.
이 마을에 귀농한 뒤로 모르는 것도 많고 잘 섞이지도 못하는 자신이 잘 정착하도록 물심양면 따뜻하게 도와준 것이 이장이었다.
 
정말 사람같지 않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체험해 본 것은 그 다음이었다.
이장의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러 마을 사람들이 모인 동안, 광산 건설에 찬성하던 다른 마을사람들은 이장의 장례에 코빼기도 모습을 비치지 않은 채 산에만 달려들어 중장비들이 들어설 길을 닦았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이장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사람들은 무기를 든 채, 서로 떨어지지 않고 옹기종기 모여서 산 아래에 진을 치고 지냈다.
서로를 끝 없이 의심하며 같은 편의 사람들만 의지한 채, 두 무리의 사람들이 살벌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었다.
노인들이 낫이나 호미 따위를 들고 버텨봐야 인부들에게 얼마나 위협이 될런가만은 아직 정부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인건지는 몰라도 인부들은 더이상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말 없는 대치 상황만 계속 이어갔다.
 
 
사실은 노인들에게 있어서는 피말리는 한순간 한순간일 터였는데, 그 익숙해지지 않는 악취가 연신 자나깨나 사람을 들볶고 괴롭히는 터라 견딜 수가 없는 것이었다.
대용은 정 못버틸 정도로 허약해진 노인들은 냄새가 나지 않는 자신의 집에 데려가 쉬게 해 가면서 자리를 유지했고, 그런 대용에게 노인들은 입이 닳도록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인부들은 워낙 건강하니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고, 노인들은 대용의 집에 가서 쉬다 나오며 교대를 하니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것이었다.
 
 
 
 
대용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노인들과 반대편 마을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연신 처참히 유명을 달리한 이장의 모습이 눈에 밟히고 아른거리는 것이 혼이 빠져나간 듯 사람을 넋빠지게 만들었다.
 
이 때,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와 대용을 대뜸 불렀다.
 
 
 
"대용, 잠깐 얘기 좀 하지?"
 
 
 
녹색 완장을 찬 병철이었다.
 
 
 
 
 
 
 
 
 
 
 
 
 
 
 
 
 
 
 
 
 
 
 
 
 
병철은 마을의 외진 곳으로 대용을 불러내었다.
마을의 축사 뒷 편이라 평소같으면 냄새때문에 볼 일이 딱히 없으면 오지 않을 곳이었지만, 지금은 마을을 감도는 악취가 더욱 심한 까닭에 딱히 거리낄 것이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너 지금 하는거 당장 관둬라."
 
"왜 나한테 이야기해요? 하고 싶은 얘기가 그런거면 다른 분들한테도 얘기하지."
 
"니가 집만 빌려주지 않아도 저 노친네들은 얼마 못버텨! 냄새 때문에 토악질하는 동안 다 쓰러져 나자빠진다고! 근데 왜 니가 집을 빌려줘서 이런 바보같은 일을 벌여 왜!"
 
 
병철의 녹색 완장에는 저들이 병철에게 감투를 씌워 주었다는 의미가 있었다.
강하고 이익이 있는 편에만 들러붙어 사람을 배신하고도 거리낌이 없고 양심의 가책을 못느껴, 도리어 자신을 겁박하려 드는 병철의 행동에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사람이 아니꼬우니 좋은 소리가 나갈리는 만무한 것이다.
 
 
"입 닥치고, 너 하고싶은거나 계속 해. 난 솔직히 이 마을 뜨면 그만이지만, 그냥 이대로의 마을이 좋고 마을 사람들 보기 안쓰러워서 지금은 못 뜨겠으니까. 너나 하고싶은대로 하고 나한테는 터치하지 말라고. 알아들어?"
 
"야, 너 많이컸다? 형 한테 뭐라고 지껄이냐 지금?"
 
"왜, 틀린 말 했냐? 내가 원래 너보다 많이 컸어. 너 나보다 돈도 못 벌지, 인생 즐겨본것도 없지, 그렇다고 인망이 있냐 미래가 있냐. 니가 나보다 잘난게 힘 좀 쓰는거 빼고 뭐가 있냐? 아~ 그래서 돈에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구나? 니 꼴리는데로 마을까지 팔아먹고?"
 
"이런 개새끼가……."
 
 
눈에 불을 켜고 이를 꽉 깨문 채, 욕을 자근자근 씹어 뱉는 병철의 손에는 어느새 쇠스랑이가 들려있었다.
살기가 진득히 쏟아져나오는 얼굴이 살벌하고 무서웠다.
대용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주변을 살폈다.
이런 곳에 누가 오겠나 싶어 다시 병철을 주시하며 몸을 계속 물린다.
병철은 조금씩 걸어오며 쇠스랑이를 질질 바닥에 끌었다.
 
서릉서릉하는 바닥에 모래 긁는 소리가 살벌하다.
 
불현듯 갈기갈기 찢겨진 채 죽은 이장의 모습이 대용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겁먹고 물러나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대용은 자신의 옆, 두엄더미 위에 꽂혀있던 낫을 뽑아 들어 병철을 겨눴다.
지금까지 거침없이 잘도 걸어오던 병철은 대용이 낫을 뽑아 들자 걸음을 멈췄다.
 
대용은 당장이라도 낫을 휘둘러 저 짜증나는 면상을 긁어버리고 싶었다.
모든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깨끗하던 마을이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다 망가져가고 있었다.
 
 
 
 
 
 
삐잉 삐잉 삐잉 삐잉
 
 
 
 
 
 
난데없이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두 사람을 사로잡았다.
서로 눈을 맞추고, 말 없이 무기를 내려놓은 다음 축사에서 빠져나오는 두 사람의 눈은 왠일인지 생기가 없었다.
 
 
 
 
 
 
 
 
 
 
 
 
 
 
 
 
 
 
 
 
 
 
 
 
 
 
 
 
 
 
 
 
 
 
 
파란지붕 집 할아버지가 죽었다.
시신은 머리가 없었고, 부관참시라도 당한 듯 성한 구석이 전혀 없었다.
앰뷸런스는 빈 손으로 돌아갔고, 경찰들이 뒤늦게 찾아와 핀셋으로 할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한다.
지난번에 이장이 죽었을 때에도 경찰들은 시신을 수습하고 보고서만 작성한 뒤 따로 수사를 벌이진 않았다.
세상 참 더럽다고 느껴진다.
 
 
 
이제는 서로를 믿지 못해서 극도의 불안감으로 침묵만을 이어간다.
총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달려간 마을 사람들이 본 것은, 엽사였던 할아버지가 총을 쥐고 죽어있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진절머리나는 악취 속에서도 피 냄새는 희석되거나 지워지지 않았다.
문풍지 바른 나무 방문은 거칠게 뜯겨나가 마당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고, 할아버지는 방 안에서 갈기갈기 찢겨 끔찍하게 비명횡사 했다.
이 끔찍한 일을 벌인 것이 누구였든간에 지옥에나 떨어져 불타버렸으면 좋겠다고 대용은 저주를 퍼부었다.
 
 
그로부터 파란지붕 집 할머니가 이상해졌다.
 
 
실성한 것인지 농기구 창고에 목을 매고 버둥거리는 것을 우연찮게 마을 사람들이 구한 뒤로, 주변을 힐끔힐끔 두리번거리며 웃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가끔 허공에 대고 이야기를 하거나, 아무도 없는 밭이나 산 한가운데를 가리키며 옆 사람에게 웃어보일 때는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파란지붕 집 할머니를 언제 어느때에 폭력사태가 일어날 지 모르는 위험한 곳에 놓아둘 수 없어서 옆 마을에 맡기거나 집에 데려다 놓아도 계속해서 빠져나와 사람들 앞으로 돌아왔다.
혼자 남기를 싫어하는 듯 했다.
 
 
 
 
 
 
 
 
 
 
 
 
 
 
 
 
 
 
 
 
 
 
 
 
 
 
 
 
 
 
 
 
 
 
 
화장실을 간다고 대용의 손을 잡아 끌고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파란지붕 집 할머니가 반 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질 않고 있었다. 뭔가 사고라도 난 듯 싶어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했는데, 아무것도 없는 화장실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그냥 오래 걸리시는 거겠지 하고 넘기던 것이 삼십분이 지난 것이었다. 대용은 밖에서 할머니를 불러보았다.
 
 
"할머니, 더 오래 걸릴 것 같으세요?"
 
 
화장실 안에서는 아무 기척도 없고, 적막감만이 주변을 무겁게 내리깔았다.
대용은 불안감에 화장실 문을 당겨본다.
 
열리질 않는다.
 
문을 두들기며 할머니를 부른다.
역시나 대답이 없다.
대용은 팔꿈치로 화장실 문짝의 유리를 부순 뒤, 손을 넣어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으, 으아아아악!!!!"
 
 
 
 
무언가 물컹한 것이 문고리에 달려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할머니의 손이었다.
아무래도 문을 다급히 열려고 하니 놀라서 문고리를 부여잡고 문이 열리지 않게 붙들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 할머니 죄송해요. 저는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대답이 없었다.
불안감에 다시 손을 넣어 문고리를 잡았다.
그대로 문고리를 붙들고 있는 손이 만져졌다.
대용은 지체하지 않고 그대로 잠금을 푼 뒤, 문을 열어제꼈다.
 
 
 
 
몸은 사라진 채, 너덜너덜해진 두 팔만이 문고리를 붙들고 늘어져 있었다.
 
 
 
 
 
 
 
 
 
 
 
 
 
 
 
 
 
 
 
 
 
 
 
 
 
 
대용은 혼비백산하여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연신 비틀대는 다리를 부여잡고 열심히 달렸다.
모골이 송연해지고 식은 땀이 그칠줄을 몰랐다.
저런 살인사건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었다.
 
 
"히, 히이익!!!"
 
 
눈 앞에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도축용 식칼을 손에 든 병철이었다.
갑자기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대용은 몸서리쳤다.
 
뒤늦게 자신에게 다가온 대용을 발견한 병철은 턱을 달달달 떨며 대용에게 띄엄띄엄 뭔가를 말하려 했다.
 
 
"아, 아니… 저기… 그게…!!"
 
 
대용은 병철이 얼빠진 얼굴로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인가 싶어 병철의 발 아래 논두렁을 살펴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두 팔을 잃고 너절하게 붉은 고깃덩이로 변해버린 파란지붕 집 할머니가 논두렁을 소름끼치는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가 다시 병철을 바라본다.
병철의 도축용 식칼에서는 채 굳어지지 않은 피가 뚝뚝 떨어지며 그의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너, 너… 이 미친새끼… 무슨짓을 한거야!!!"
 
 
"아, 아니야!! 나, 나, 나, 나 아니라고!! 아니야!! 아니야!!"
 
 
 
 
옆에 있던 큼직한 돌을 든 채, 성큼성큼 걸어오는 대용에게 놀라 뒤로 나자빠진 병철은 그대로 논두렁에 거꾸로 처박혔다.
시신 위에 떨어져, 붉은 핏물을 사방에 뿌리며 빠진 병철은 비명을 지르며 시신에게서 기어 도망쳤다.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는 모양인지 무릎까지밖에 안 찰듯한 얕은 수위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연신 버둥대며 물을 마셔댔다.
쇠 냄새나는 비릿한 핏물이 흙탕물에 섞여져 입 안으로 들어가고, 땅을 짚을 새도 없이 손에 든 식칼을 치켜들어 휘두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용은 전화를 들어 경찰에 신고를 넣는다.
전화가 끝날 즈음, 병철은 논두렁에서 뭍으로 나와 거친 숨을 몰아쉬다 혼절했다.
 
 
얼마 뒤, 경찰차가 다가왔다.
두 명의 경찰이 내린 뒤, 뒤에서는 배가 조금 불러있는 몸을 조심스럽게 이끌고 이어서 내리는 여자가 있었다.
병철의 임신한 아내였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꼬옥 붙들고 내리는 세 살난 여자아이도 있었다.
 
병철의 아내는 논두렁의 시체와 식칼을 든 채 혼절해 있는 병철을 바라보고 오열했다.
 
세상이 다 끝난 듯,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울부짖는 엄마가 무서웠는지 딸도 같이 울기 시작했다.
경찰은 그런 여자를 말리고 진정시키며, 대용에게 간단한 취조를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있었던 끔찍한 사건과, 뒤이어 나타난 할머니의 시신 옆에서 식칼을 들고 여기저기 식칼을 휘두르던 병철.
분명 조사할 적에는 성심성의껏 하는 것 같은데, 두 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수사를 진행시키지 않는 경찰의 행태가 의문이 남는다. 파출소의 경찰 본인들은 최선을 다하고 마을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 똑똑히 보이는데, 수사는 하지 않는다.
이런 의문스러운 기억을 되짚어보는 대용의 뒤에서 병철의 딸 아이가 서툰 발음으로 어눌하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엄마, 저기 산에 있는게 모야?"
 
 
 
 
그 말에 흐느끼던 병철의 아내가 산을 올려다보았다.
점점 흐느낌이 잦아들고 조용해진다.
눈이 커지고 얼굴이 창백해져간다.
 
 
 
 
 
 
병철의 아내가 허공을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대용은 뒤로 황급히 물러섰다.
병철의 아내는 딸을 끌어안고 감싸안은 채,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일어날 생각도 못하고 기어가기 시작했다.
 
 
 
"괘, 괜찮으세요!?"
 
 
 
경찰이 그녀를 살피며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을 하려고 하는데, 그녀의 치맛자락에서 하혈을 발견했다.
병철의 아내는 유산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손을 바들바들 떨며 그녀를 붙들었다.
 
"저, 정신 차리세요!!"
 
"오, 온다… 온다… 온다아아아…!!!"
 
병철의 아내는 입술을 달싹이는 것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발음이 마구 새는 말로 무엇인가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경찰들 중 하나는 경찰차로 달려가 다급히 무전을 치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병철의 아내를 붙들고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아내의 울부짖음은 점차 비명으로 변해갔다.
경찰의 손을 뿌리치려 애썼다.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는 경찰의 손은 있는대로 힘이 들어가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를 파고들어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예요!!"
 
 
뒤늦게 대용이 경찰을 말리려고 어깨를 잡아 거칠게 돌렸다.
 
 
 
 
경찰의 얼굴이 녹아 있었다.
 
 
 
 
눈꺼풀이 사라져 크고 축축한 눈알이 고스란히 돌출되었다.
입술과 코도 녹아내려 치아와 비강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눈알도 이리저리 찌그러들어 제 형체를 찾지 못했다.
피고름이 얼굴 근육의 결을 타고 끈적하게 흘러내렸고, 그나마 남아있는 두피와 목 따위에는 징그러운 자줏빛 수포들이 거칠게 그 고름을 뿌려가며 터지고 부풀어오르기를 반복했다.
뒤를 이어 치아들이 노랗게 변색되며 우수수 떨어져나갔다.
 
바람소리밖에 나질 않는 비명이 겨우 대용에게만 닿고 사라져간다.
 
마치 프라이팬 위에 올려둔 버터처럼 몸이 점차 녹아들고 있었고, 병철의 아내는 그런 경찰을 뿌리쳤다.
 
 
 
 
 
역한 냄새가 피냄새와 함께 짙어졌다.
 
 
 
 
 
세상 어느것보다도 끔찍한 것 같았던 그 악취는 점점 그 농도를 더해갔다.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보다도 더 지독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대용은 위기감을 느끼고 하얗게 질려 경찰차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이미 또 다른 경찰이 널부러져 죽어있었다.
입에 피거품을 잔뜩 물고 허리가 잘려 죽었다.
 
 
 
뒤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린다.
비명이 귀를 찢어놓을 듯 주변을 울린다.
 
머리가 아파온다.
간간히 느꼈던 두통은 더 심해져 이명까지 들린다.
 
병철의 아내는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고 있었다.
 
연신 무언가를 보는 듯 아이와 엄마는 허공을 바라보고 울부짖는다.
 
아이의 목이 비틀려 혀를 쭈욱 빼어물고는 그대로 늘어졌다.
 
 
 
 
대용은 파란지붕 집 할머니의 자살기도 후로 할머니의 행동이 변했던 것을 기억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지만,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용은 널부러져있는 병철에게로 다가가 그의 손에서 식칼을 빼어들었다.
두려움의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린 병철은 산을 바라보며 입술만을 달싹일 뿐이었다.
 
 
 
 
 
 
 
 
대용은 도축용 식칼을 자신의 배에 찔러넣었다.
 
 
 
 
 
 
 
 
 
견딜 수 없는 격통이 그를 사로잡은 것은 병철의 비명이 시작된 이후였다.
의외로 고통은 늦게 찾아왔고, 한번 찾아온 고통은 견디기 힘들었다.
눈 앞이 어른어른해진다.
 
간헐적으로 몸을 떨기만 할 뿐이었던 병철은 추욱 늘어진 채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몸을 바들바들 떨더니 한줌의 핏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대용은 더이상 그런 것들을 바라 볼 수 없었다.
희미해져만 가는 의식 속에서 그가 안간힘을 써 가며 본 것은 대용의 인지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냥 바라만 볼 뿐,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인지하기 힘들었다.
 
 
 
 
 
 
 
 
 
 
 
 
 
 
 
 
 
 
 
 
 
 
 
 
 
 
 
 
 
 
 
 
 
 
 
 
저 산 위에 존재하는 거대한 무언가였다.
 
 
 
 
 
 
 
 
 
 
 
 
 
 
 
 
 
 
 
 
 
 
 
 
 
 
 
 
 
 
 
 
 
 
 
 
 
 
 
눈을 떴을 때, 대용 본인은 무사했다.
 
허허벌판에 대용 혼자 칼에 찔려 쓰러져있었다고 얘기하며 병실에 누워있는 대용에게 형사들이 귀찮게 이것저것을 물어왔다.
 
주소를 물었을 때, 대답하니 그런 주소는 없다고 순순히 협조하라고 윽박질렀다.
 
 
 
 
 
 
 
 
 
그 이유를 대용은 왠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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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 이걸 쓰고 나니 돼지고기가 먹고싶네요.
 
배가고파요 ㅠㅠ
 
 
 
 
ㅎㅎ 내심 이것저것 담기는 했는데 더 자세히 써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ㅠㅠ
 
아예 이해가 안되시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ㅠㅠ
 
 
 
 
 
항상 글마다 달아놓는 멘트지만 제 마음은 한결같아용 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 저는 정말 애정합니당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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