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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641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아침뱃살★
추천 : 243
조회수 : 14698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3/08 01:35:55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3/08 01:22:23
교복을 입던 시절
마음이 가는 여자아이에게
야자시간 오답노트를 오려 편지를 써내려가는 것으로
나의 사랑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대학에 가고
바람 이는 잔디밭에서 손을 잡고 자판커피를 마시면서
손글씨로 하루키의 글을 옮겨적어주다가
강의시간이 되어 못내 아쉬운 손 뿌리치고 가는 순간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인 줄로만 알았다
병장이 되어
내무실 구석에 고목처럼 말라가고 있어도
여태 내게로 배달되는 편지가 있고
월급 받으면 전화카드부터 사야 하는 것을
모두가 부러워하고는 했다
시간이 지나 서른 즈음에
공들인 손글씨를 써서 보내고
고운 글을 보면 함께 나누어 보고
하루 세 번 핸드폰으로 안부를 전하여도
나는 백화점 입구에서부터 고개를 떨구는
빛을 잃은 사람이 되었다
빛을 잃은 사랑이 되었다
수 년전 행복하게 나누어 먹던 연대 앞 돈부리 가게는
지금도 그 맛이 변치 않았지만
이 나이에 돈부리로 데이트 식사를 해야하는
우리의 마음은 변하였다
좋은 데서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예비군 통지서보다 두려웠다
사람의 마음은 때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변치 않는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의 선 자리를 변하게 해
여전히 간직한 내 마음들이
여태 제자리인 나를 공격하는 화살이 된다
이제 혼자 서른 둘
애틋한 마음이 생겨도
아무도 그 마음만으로 아름답다 해주지 않는다
사랑에 빠진 이 남자가
적당한 외모에 괜찮은 직업을 가졌을때라야
그 마음이 로맨스로 인식된다
만약 둘 다 갖추지 못한다면
누구나 눈쌀을 찌뿌리고 말
못난 남자의 정욕이라 불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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