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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행군.
게시물ID : readers_91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야이야호
추천 : 1
조회수 : 25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0/04 16:25:17

 지치지도 않고 눈이 내려온다. 뒤따라오는 녀석들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당장에라도 이 빌어먹을 군장을 내던지고 벌렁 누워 쉬고 싶지만, 눈발을 막아줄 벽과 천장 없이는 얼어죽기 십상이다. “반장 동무, 얼마나 남았습니까?” 되돌아올 답을 알고 있지만 넌지시 운을 떼 본다. 다 깨져가는 액정 너머의 군용지도와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눈폭풍 너머를 번갈아 쳐다보던 반장의 눈이 씩 웃는다. “거의, 거의 다 왔습니다, 동무.”

 나도 씩 웃어주고 공개회선으로 소리친다. “들었나, 쓸모없는 놈들아? 조금만 더 망할 눈밭을 뚫고 지나가면 궁둥짝을 비빌 동네가 나올거다!” “특무관 동무, 궁둥짝말고 다른 쪽을 비빌 곳은 없습니까?” “이봐 바닥, 내 물건을 니 궁둥짝에 비벼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사병들이 서로 농을 하며 낄낄거리고 웃는다. 아직 웃을 힘이 있는 것을 보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닥과 벌레가 저렇게 가까운 사이였다니, 불침번 근무를 같이 넣어 줄까?” 기운 넘치는 멍청이들의 헛소리에 실소를 참지 못하고 나도 헛소리에 끼어든다. “특무관 동무.” 앞서 걷던 반장이 비밀회선으로 나를 조용히 부른다. “무슨 일입니까, 반장 동무?” 적이라도 발견한 것인가, 재빠르게 회선을 바꾸고 총을 쥔 손에 힘을 준다. 반장의 손가락이 허공을 가리킨다. “다 왔습니다.”

 용접기가 불을 뿜는다. 지하 방공호의 두꺼운 철문이 열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문을 뜯어냈다. “우리가 한 번 쓸어보고 나올 동안 바닥과 벌레는 문 앞을 지키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어라.” “제기랄 이런 오입쟁이와 같이라니..” 바닥 특유의 툴툴거림에 모두가 가벼운 웃음을 흘린다. “자, 그럼 이제 돌입한다.” 전방등을 켜고 먼저 계단을 내려간다. 좁은 복도 덕에 불필요하게 일렬종대로 정찰을 시행해야한다. “방사능 수치는 어떤가?” “정상치입니다 동무, 문을 열어둬서인지 조금씩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정찰을 시행하고 문을 닫는다. 방사능 수치가 낮으니 변형생물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긴장을 놓지 말도록.”

 방사능 수치가 낮다는 말에 신속하게 이동했고, 얼마안가 넓은 공간과 서너개의 문이 보였다. “반장 동무, 일단 거점은 확보한 것 같습니다. 넓은 공간이 있고 문이 하나..둘.. 총 네 개가 있습니다.” 후방경계를 담당하며 따라오는 반장에게 전했다. “두 조로 나뉘어 한 조는 문 안쪽을 살피고 한 조는 거점구축을 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특무관 동무. 우리 쪽 세명이 도착하면 문 안쪽을 살피겠습니다. 거점구축을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도마뱀에게 경계를 맡기고 군장을 풀었다. 외골격을 착용했지만 군장의 무게가 무게이니 만큼 여기저기 눌렸던 근육들이 뻣뻣하다. 방독면도 벗어 착용준비 상태로 헬멧위에 올려두니, 텁텁한 지하의 진짜 공기가 폐 구석구석 전달된다. 기지개를 쭉 펴고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돌아보니 도마뱀과 박쥐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방독면을 통하지 않은 눈이 서로서로 마주치자 어색한 웃음만이 흐른다. 오랜만에 송수신기를 통하지 않은 진짜 목소리로 얘기하려니 느낌이 다르다. “뭘 멍하니 쳐다보고 있나 멍청이들아, 반장 동무 말씀 못 들었어?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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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잘 안써지네요. 어쨋든 여러분 힘냅시다! 뭐라도 하나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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