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화일보는 이런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10101070109040001[문화일보] 지지정당,
새누리 29.4% > 安신당 26.9% > 더민주 17.7% 문화일보·엠브레인 신년 여론조사
아주 간략히 말하자면 새누리-안철수신당-더민주 순으로 지지율이 나왔다는거죠. 친절하게 이런 그래프까지 보여주면서 안철수신당의 지지율이 폭등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해줍니다.
이런 세상에! 일주일만에 8퍼센트가 뛰면서 더민주 지지율이 17퍼까지 폭락하고, 새누리의 30퍼조차 무너지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한국 정치계의 지평이 바뀌겠군요.
이게 아무리봐도 이상해서 기다려봤습니다. 아무리 요새 상황이 휙휙 바뀐다고 해도 저렇게 지지율이 급변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4시간 검토 후 지지율 등의 조사 결과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12시 즈음 설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https://www.nesdc.go.kr/portal/main.do 여기서 볼수 있지요.
그래서 그 확인한 자료에 대한 분석 들어갑니다.
먼저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설문지입니다.
(
https://www.nesdc.go.kr/result/201601/FILE_201512300709501970.pdf.htm 여기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문화일보 쪽 조사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새누리 35.2% > 더민주 24.7% > 안철수신당 16.5%의 순서네요.
문화일보 조사보다 새누리는 6퍼, 더민주는 7퍼의 지지율이 더 나왔습니다. 안철수신당은 그만큼 지지율이 까였지요.
결과적으로 위의 그래프와 비교했을 때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살짝 올라갔다가, 연말이 되어서는 오히려 하강국면에 들어간 모양새가 되어야 맞습니다.
사실 두 조사는 거의 같은 날 조사한 겁니다.
YTN은 12월 28일~30일 간, 문화일보는 27일~28일간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극단적으로 다른 결과가 나올까요.
더 자세히 봅시다.
YTN 조사에서 내년 총선 후보를 물어보는 질문은 4번 문항입니다.
이러한 워딩으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봅니다.
'정당구도가 바뀐다면' 이라고 물어보는 것에 주목하세요.
이런 문구가 설문조사에선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문화일보 쪽을 보지요.
(
https://www.nesdc.go.kr/result/201601/FILE_201512300613533591.pdf.htm)
7번 문항에서 어느 정당을 현재 지지하냐고 물은 뒤,
8번 문항에서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문항에서 대놓고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라고 가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심리적으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높게 측정될 수 밖에 없는 문구입니다.
근데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3번 문항과 4번 문항은 이런 질문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이 설문지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양당의 문제점을 묻는다(3,4번 문항) -> 현재 지지정당을 묻는다 -> '안철수 신당이 창당할 경우'의 지지정당을 묻는다.아주 훌륭한
유도신문입니다.
심지어 여기엔 다른 장치들도 심어져 있습니다.
1, 2번 문항은 '현재 자신의 지역구 의원을 계속 지지할 건지, 아니면 왜 안할 건지'를 묻고, 5번 문항에서는 '선거를 통한 정치개혁'을 물으며, 6번 문항에서는 '투표를 통한 여야의 심판, 구태정치인 퇴출,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을 투표 목적의 예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당'의 지지율이 낮게 측정되는 게 이상한 거겠죠.
물갈이를 사고 흐름의 전제조건으로 하는 장치들을 앞에 열심히 심어두고, 진짜 결과를 얻고 싶은 문항을 배치한 거죠.
이런 유도심문적 질문은 11번 문항, 13번 문항 등 다른 사회현안 관련 문항에서도 반복됩니다. 이건 직접 확인해보시면 왜 문제가 되는지 아실 겁니다.
설문조사와 정당지지율 발표 등은 일종의
자기예언적 성격 ㅡ 지지자가 많을 수록 거기로 몰려드는 효과가 생겨나는 탓에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문항의 배치와 문구 같은 사소한 요소들이 모두 조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탓에, 섬세하게 어휘를 고르고 문항들을 배치하는 게 기본이죠.
문화일보가 의뢰한 이 조사는 그러한 중립성을 신경쓰기는 커녕 '특정 결과를 노리고 만들었다'는 의심까지 하게 할 수준으로 보입니다.사실 선관위는 이런 거 지적하고 안 걸러낼 거면, 허울좋은 여론조사공정심의위는 왜 굴리는지 모르겠네요.